KT가 올해도 '원팀' 브랜드를 앞세운 대외협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클라우드, B2B(기업간거래) 등 KT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 전반에는 이미 각 원팀이 출범한 상태다. 일반적인 기업 대 기업 업무협약(MOU)과 달리 산·학·연이 고루 참여하는 구성이 특징이며, 이는 신기술 개발 촉진과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이미지 변모를 가속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일 기준 KT가 주도하는 원팀은 △AI △클라우드 △B2B △광화문 △메타버스 △전자문서DX 등 다양하다. 1호는 2020년 2월 결성된 'AI 원팀'이다. KT, 현대중공업그룹, 카이스트, 한양대, ETRI(전자통신연구원)가 창단 멤버이며 이후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우리은행이 참여했다.

AI 원팀의 핵심 목표는 △AI 인재양성 △AI 기술개발 △AI 오픈 생태계 조성이다. 일례로 인재양성 측면에선 한양대와 다각적으로 협력 중이다. KT는 지난 5월 AI 실습 플랫폼 'AIDU(에이아이두)'를 한양대에 제공했으며 한양대는 2일 AI 석사과정의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이곳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고 졸업 후 KT 융합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기업 간 AI 인력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KT는 이를 통해 전문 AI 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했다.

▲ AI 원팀 분야별 참여 기업 (자료=KT)
▲ AI 원팀 분야별 참여 기업 (자료=KT)

원팀 1호로서 기술적 성과들도 만들어내고 있다. KT와 LG전자는 양사의 플랫폼을 연결한 스마트 가전 연동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 1월 카이스트, 한양대 연구진과는 △ 딥러닝 음성합성(P-TTS) △AI 로봇 고장 진단 기술을 포함한 네 가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중 3개는 실제 KT 사업의 핵심 기술로, 1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산업 현장에 적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AI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초거대 AI' 개발에서도 원팀이 함께 협력 중이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통해 사람처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수준의 향상된 AI를 뜻한다. 개발 과정의 복잡함으로 단일 기업이 성과를 내긴 힘들며 AI 독자 노선을 걷던 네이버도 초거대 AI 고도화를 위해 올해 서울대·카이스트와 손잡은 바 있다.

▲ AI 원팀이 개발한 주요 기술 및 적용처 (자료=KT)
▲ AI 원팀이 개발한 주요 기술 및 적용처 (자료=KT)

AI 원팀의 초거대 AI는 향상된 대화 처리 성능에 중점을 두며 즉시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형태로 설계되고 있다. 연말까지 1차 AI 학습을 완료한 뒤 내년 상반기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 KT는 또 한국무역협회와 협력해 AI 원팀 협력 대상을 스타트업까지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재양성부터 기술개발, 실증, AI 오픈 생태계 조성에 이르는 선순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호 클라우드 원팀은 2020년 11월 출범했으며 AI 원팀 대비 참여사 규모가 크고 구성도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포항공대, 벤처기업협회, 한글과컴퓨터, 케이뱅크, 티맥스에이엔씨 등 다분야에서 28개 산학연이 이름을 올렸다. 클라우드 원팀은 5개 분과로 나뉘어 다양한 연구 과제를 공동 수행 중이며 솔루션 혁신분과에서 개발된 클라우드 상품은 실제 KT 비즈미트, KT 클라우드 비즈플레이 등의 이름으로 실제 서비스화된 바 있다. 올해 하반기 중 다양한 상품들이 추가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올해 5월에는 B2B원팀과 광화문 원팀이 출범했다. B2B원팀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전환(DX) 서비스 혁신이 목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의 DX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 간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시장 규모를 키워 B2B DX 생태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의 핵심 DX 영역으로 분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 지역상권 활성화 행사에 참여한 광화문 원팀 관계자들 (사진=KT)
▲ 지역상권 활성화 행사에 참여한 광화문 원팀 관계자들 (사진=KT)

광화문 원팀은 다른 원팀과 달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에 방점을 둔 원팀이다. KT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에 터를 잡은 기업, 정부, 지자체, 비영리기관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출범 후 파일럿 프로젝트로 광화문 골목 상권에서 만들어진 밀키트(간편조리식)을 임직원에게 판매하거나 지역 식당의 음식값을 선결제해 주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연내에 장애인 취업 지원처럼 지역 상생을 위한 추가 프로젝트 진행에도 나설 예정이다.

6월과 9월에는 각각 메타버스 원팀과 전자문서DX 원팀이 출범했다. 메타버스 원팀은 올해 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 기술을 함께 발전시키고 서비스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9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업이 모였으며 관련 기업 연합체인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도 참여 중이다.

전자문서DX 원팀은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문서 플랫폼 개발을 통해 연간 45억장의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광화문 원팀과 마찬가지로 ESG 성향이 짙다. 목표 달성에 성공할 경우 연간 1300여톤의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배출량은 기업의 연간 ESG 실적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수치다.

이처럼 각 원팀의 구성과 목표를 종합해보면 KT가 신사업, 미래 기술 개발, ESG 가치 창출 등 KT의 다음을 책임질 주요 영역 전반에 걸쳐 원팀이란 대외협력 시스템을 핵심적으로 활용 중임을 알 수 있다. 독자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 장악력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던 이전 대기업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AI나 클라우드는 이미 기술적으로 성숙한 시장이다. 단일 기업이 쉽게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만큼 하나의 기술,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단 공동전선 구축을 통해 범용성 높은 핵심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이를 핵심 수요처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득이다. KT는 이를 '원팀'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하고 있다.

특히 KT가 '디지코(DIGICO)'로 명명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되려면 각 산업 내에서 KT는 이제 경쟁자가 아닌 협력사, 중개자로서의 포지션 구축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원팀 운영, 확대 과정에서 이 같은 우호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T의 최근 분기별 실적 자료를 보더라도 원팀이 구성된 사업들은 매분기 가시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KT 관계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중심의 디지코 전환을 위해 어떤 사업으로든 원팀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원팀이 이후에도 계속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집단체계는 의사결정이 늦고 이해관계 조정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단점을 갖는다. 또 문어발식 원팀 확장이란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와 협력 구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도 KT에 남은 과제다. 현재 AI 원팀을 제외하곤 비교적 신생 팀들인 만큼 당장은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차세대 핵심 사업에서 홀로서기 카드를 버린 KT가 효율적인 원팀 운영을 통해 비통신 분야에서 계속된 실적 개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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