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케미칼이 지분 투자한 청도중석 공장.(사진=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이 지분 투자한 청도중석 공장.(사진=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이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의 '공급사슬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를 위해 중국 원료업체 청도중석(Haida Graphite)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포스코가 올해 1월 흑연 광산을 소유한 블랙록마이닝의 지분을 15% 인수한 데 이어, 8개월 만에 포스코케미칼이 원료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음극재 업체는 전기차의 성능 개선을 위해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포스코케미칼도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흑연 업체의 지분을 인수했다. 흑연의 '쇼티지'로 음극재 사업에 열위에 있는 국내 업체들은 흑연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단가 하락 압박이 소재 업체까지 넘어왔다.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재 업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단가가 높은 차세대 음극재의 상용화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의 상용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9일 중국 흑연업체 청도중석의 지분 13%를 인수했다. 지분 인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포스코케미칼은 2022년부터 음극재 생산에 필요한 구형 흑연을 공급받게 된다.

구형흑연은 고품질 음극재 제조에 적합한 형태로 흑연을 가공하기 위해 흑연 입자를 둥글게 구형화하고, 불순물을 제거한 것이다.

청도중석은 중국 최대 규모 원료기업인 하이다의 자회사로 1988년 설립됐다. 연간 2만5000톤의 흑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청도중석은 중국과 일본, 한국의 배터리 소재 업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블랙록 마이닝과 청도중석 등에서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을 공급받게 됐다.

▲ (사진=포스코케미칼)
▲ (사진=포스코케미칼)

음극재는 배터리의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로 배터리 충전시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충전속도 및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소재이다. 원료 가공 단계부터 균일하게 만들어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음극재는 동박 위에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입혀 만든다. 음극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화학 반응성이 낮고, 구조적 안전성을 갖춘 흑연을 사용한다. 흑연은 크게 2종류로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으로 나뉜다. 인조흑연은 섭씨 2500도 이상의 온도로 구워 구조를 성형했다. 안전성이 뛰어나지만, 단가가 비싼 게 단점이다.

천연흑연은 초기 방전 용량은 우수하지만 충·방전이 반복되면서 급격하게 용량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천연흑연의 에지에서 발생하는 전해액 분해 반응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데,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천연흑연에 피치를 피복하고 있다. 천연흑연의 단가는 인조흑연의 절반 가량이다.

최근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면서 고성능 배터리의 수요가 증가했다. 흑연은 배터리 원가의 10% 가량을 차지하는데, 성능이 우수한 인조흑연의 수요가 급증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천연흑연의 단점과 인조흑연의 장점을 보완한 저팽창 음극재를 개발했다. 에너지 저장용량을 높이면서 수명과 충전속도를 동시에 개선했다.

포스코케미칼이 흑연 원료사의 지분 인수에 나선 건 최근 흑연의 '쇼티지(Shortage)'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흑연은 주로 중국 업체에서 생산하는데 2개 분기 동안 가격이 70% 이상 올랐다. 이는 중국 역내에서 생산된 음극재의 출하량이 200%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유일의 음극재 제조업체이다. 포스코는 2010년 LS엠트론의 카보닉스 사업을 60억원에 인수해 2차전지 소재인 음극재 사업을 시작했다. 포스코캠텍이 음극재 사업을 맡았고, 2012년 설립된 양극재 제조사인 포스코ESM을 2019년 흡수합병해 포스코케미칼이 출범했다. 

음극재 시장은 샨샨(ShanShan)과 BTR 등 중국 기업이 75%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 케미칼이 10%를 점유하고 있어 중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흑연의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국내 기업인 포스코케미칼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케미칼이 흑연 원료사의 지분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 (자료=언론 등)
▲ (자료=언론 등)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음극재 사업의 마진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배터리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소재 업체들은 앞다퉈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니켈과 흑연 등 핵심 원료들은 갈수록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고, 원료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완성차 제조사의 배터리 가격 인하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토마스 슈말 폭스바겐 CTO(기술담당이사)는 올해 3월 파워데이 행사에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배터리 시스템 비용을 kWh당 평균 100유로(118달러) 이하로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도 '반값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공표했다.

배터리 제조사는 결국 소재 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처지다. 현재 전지산업은 상대적으로 협상력에서 열위에 있는 소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실리콘 음극재 등 차세대 소재의 상용화는 늦춰질 전망이다.

실리콘은 이론적으로 흑연보다 10배 이상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 있다.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할 경우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은 인조 흑연과 비교해 단가가 수배 높다. 음극재 제조사의 경우 실리콘 음극재의 사용을 꺼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실리콘 등 고가의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도 어려워졌다. 배터리 소재 업체의 고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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