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12일 한국 시장에 출시된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IP(지식재산권)를 다수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시장 출시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통신 및 콘텐츠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로 인해 예상되는 업계의 영향에 대해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 LG유플러스의 IPTV 'U+tv'에서 넷플릭스의 '킹덤 시즌2'를 재생한 화면. (사진=LG유플러스 홈페이지)
▲ LG유플러스의 IPTV 'U+tv'에서 넷플릭스의 '킹덤 시즌2'를 재생한 화면. (사진=LG유플러스 홈페이지)

IPTV 가입자 확대에 나선 LG유플러스가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의 덕을 볼지 관심이 쏠린다.

11월12일 한국 시장 출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통신사 중 KT·LG유플러스와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직 어느 곳과 손을 잡을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양사 중 LG유플러스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유는 LG유플러스의 IPTV 'U+tv'의 셋톱박스가 경쟁사보다 구글의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IPTV 셋톱박스 중 구글 OS를 장착한 비중은 전체의 95% 이상이다. 반면 KT의 IPTV 셋톱박스는 구글 OS 탑재 비중이 LG유플러스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OS가 아닌 셋톱박스에는 리눅스가 OS로 탑재된 경우가 많다. 

구글 OS는 자체 업그레이드를 통해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외부 콘텐츠를 셋톱박스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IPTV 가입자 입장에서 별도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다른 OS가 탑재된 구형 셋톱박스는 외부 콘텐츠를 추가하려면 신형으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요금제도 바꿔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새로운 콘텐츠의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빠르게 국내 시장에서 가입자를 모아 넷플릭스를 추격해야 하는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서 많은 구글 OS 셋톱박스를 보유한 LG유플러스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LG유플러스와 손을 잡는다고 해서 KT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꼭 한 통신사와 독점 계약을 맺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 곳과 독점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다른 통신사와 손을 잡을 수 있다. 넷플릭스도 LG유플러스의 IPTV에 먼저 콘텐츠를 제공한 후 KT와도 같은 방식으로 제휴를 맺은 바 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KT에게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매력적인 파트너로 꼽힌다. KT는 OTT '시즌'을 'KT시즌'으로 분사하고 콘텐츠 전문 계열사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며 콘텐츠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KT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KT스튜디오지니가 디즈니플러스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매력적인 콘텐츠에 함께 투자하는 등의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11월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U+tv에 넷플릭스를 탑재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U+tv에서 자신의 계정으로 넷플릭스에 로그인해 콘텐츠를 즐겼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보다 월등히 큰 TV 화면을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고 싶어했던 사용자들은 U+tv에 호응했다.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수는 2018년 4분기 약 401만9000명에서 지속 증가해 올해 2분기 517만3000명까지 늘었다. 같은기간 IPTV 사업의 매출도 2336억원에서 3039억원으로 30% 뛰었다. 이러한 IPTV 사업의 성장에 꼭 넷플릭스 효과만 있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키즈 콘텐츠인 아이들나라도 U+tv의 대표 인기 콘텐츠다. 또 IPTV와 초고속인터넷, 모바일까지 함께 가입해 결합할인을 받는 가정이 늘어난 것도 IPTV 가입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는 다양한 외부 사업자와 손잡는 전략을 펼친만큼 디즈니플러스와 손을 잡더라도 넷플릭스와의 제휴도 이어갈 전망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7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제1회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플러스의 출시 날짜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막판 협상을 하고 있고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SKB)는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업은 없을 전망이다. SKB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의 박정호 대표는 지난 3월 서울시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와는 많이 멀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라며 "분명한 건 디즈니가 웨이브를 경쟁자로 정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SKT가 지상파 3사와 합작해 만든 콘텐츠웨이브가 서비스하고 있는 토종 OTT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