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갤럭시 S21 울트라'에 적용된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의 디지털 키 이미지.(사진=삼성전자)
▲ 삼성 '갤럭시 S21 울트라'에 적용된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의 디지털 키 이미지.(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의 '갤럭시 생태계' 구축 전략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를 제네시스 신형 전기차 'GV60'의 디지털 키(Digital Key)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제네시스 오너를 갤럭시 이용자로 포섭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전략적인 협업이다.

삼성전자는 초광대역(Ultra-Wideband, UWB) 기술 기반의 디지털 키 서비스를 제네시스 GV60에 최초 적용했다고 30일 밝혔다. 초광대역 기술은 블루투스와 와이파이와 같이 전파를 활용하는 단거리 무선 통신 프로토콜(규약)이다. 고주파 대역을 활용해 cm 단위까지 정밀한 거리 측정이 가능하고 방향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접촉(passive entry) 동작 방식으로 사용자가 자동차 키를 찾기 위해 주머니나 가방을 뒤질 필요를 없게 해준다. 갤럭시 Z 폴드3 등 UWB가 지원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디지털 키 서비스 사용자가 GV60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차 문에 스마트폰을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문을 잠그거나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설정한 기간에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친구나 가족에게 '삼성 패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차 키 공유도 가능하다. 삼성 패스 기반의 디지털 키는 높은 수준의 보안 칩셋(eSE, embedded Secure Element)을 통해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와 암호화된 키를 보호해주며, 초광대역 기술을 활용해 무선 신호의 방해나 가로채기 등 잠재적인 해킹 위험도 줄였다는 사측 설명이다.

초광대역 기술 기반의 디지털 키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 Z 폴드3', '갤럭시 S21+∙S21 울트라', '갤럭시 노트20 울트라', '갤럭시 Z 폴드2' 등 5종이며, 연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11 이상을 탑재한 '갤럭시 S20', '갤럭시 노트20', '갤럭시Z 플립3' 등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키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 키 표준화 단체인 '카 커넥티비티 컨소시엄(Car Connectivity Consortium, CCC)'에서 정의한 디지털 키 표준을 준수한다.

노 사장은 "제네시스와 협업해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모바일 경험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초광대역과 같은 최첨단 모바일 기술 개발에 힘쓰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 파트너들과 협력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이번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사람과 차량이 교감할 수 있는 한층 차별화된 전기차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현대차와의 협업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생태계 구축 전략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올 초 갤럭시S21 언팩 행사부터 노 사장은 연결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갤럭시 기기 외 반려동물이나 열쇠 등의 물건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갤럭시 스마트 태그'를 선보였다. 또 노트북 '갤럭시 북' 시리즈를 출시하며 갤럭시 기기와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같은 기기들보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보다 강력한 연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기 높은 플래그십 차종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통상적으로 차를 1대 몰고 다닌다. 적잖은 돈을 주고 구매한 제네시스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싶은 수요가 곧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이용할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특히 80% 넘는 점유율로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굳히기'가 용이해진다. 애플도 현대차에 디지털 키를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고, 폴더블폰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선점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대차에 이어 글로벌 주요 완성차 플레이어들을 확보하는 게 삼성전자의 과제다. 애플은 BMW에 디지털 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우디, BMW, 포드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최종적으로 성과물이 나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트너사들과 현재는 협업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애플이 BMW와 협력하는 것처럼)저희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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