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누군가는 아이폰의 '감성'이 좋아서, 누군가는 '카메라'가 좋아서 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묻는다면 후자인데, 전통의 감성파였던 기자가 카메라파로 돌아선 건 이번 아이폰13 프로에서 느낀 카메라 경험이 그만큼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사실 디자인, 성능만 보면 아이폰12 유저가 굳이 아이폰13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나 싶다. 외형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고 성능은 전보다 좋아졌지만 이전에도 충분히 좋았기에 체감이 잘 안 된다. 그러나 평소에 카메라를 즐겨 쓰는 편이고 아이폰으로 보다 다채로운 사진·영상을 찍어보고 싶다면? 얘기가 다르다.
아래 사진은 잠옷 표면을 최대한 근접해 찍어본 것이다. 체크무늬 한 칸일 이루는 섬유구조와 잘게 솟아난 실조각까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육안으론 아무리 실눈을 떠도 보이지 않는 광경이다. 이를 다시 50% 확대해봤지만 큰 뭉개짐 없이 온전한 이미지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이 접사 기능을 잘 활용하면 슬로우 모드처럼 여러 재밌는 사진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가려서 찍길 권한다. 시험 삼아 얼굴 접사를 시도해봤는데 충격적인 피부 상태를 보고 울 뻔했다. 때론 보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 법. 독자들의 눈 건강을 위해 사진은 생략한다.
이 기능이 기존 필터와 다른 점은 촬영 단계에서부터 각 피사체에 알맞은 수준의 필터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필터는 사진 전체에 색상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부자연스러운 지점들이 생기지만, 사진 스타일은 이를 사전 조절함으로써 최대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도록 돕는다.
아래 사진을 보면 사진 스타일 '표준'으로 찍었을 때(왼쪽)와 '따뜻하게'(중간)로 찍었을 때, 그리고 표준 사진에 따뜻한 필터를 입혔을 때(오른쪽)의 차이가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따뜻하게' 같은 필터는 적용 시 오른쪽처럼 사진 전체에 주황빛 톤이 더해지지만 사진 스타일 모드에선 피사체를 제외한 배경의 불필요한 색감 변화는 최소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 왼쪽이 저조도에서 아이폰13 프로로 촬영한 기본 결과물, 중간이 야간모드로 촬영한 결과물, 오른쪽이 갤럭시S21 야간모드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소프트웨어 사후 보정 방식의 차이겠지만 전반적으로 아이폰13으로 찍은 사진이 원래 색과 더 가깝고 노이즈도 적게 잡혔다. 기본 모드로 촬영한 결과물과 비교할 땐 두 사진 모두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 밖에도 아이폰13 프로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프로모션(ProMotion) 기능이 있다. 디스플레이 재생률을 10Hz에서 최대 120Hz까지 사용 환경에 따라 자동 변환해주는 기능이다. 1Hz는 화면이 초당 1번 깜빡인다는 의미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눈이 덜 피곤하고 애니메이션 재생도 부드러워진다. 다만 120Hz를 장시간 유지하면 배터리 소모도 커지는데, 프로모션은 이를 상황에 따라 조절함으로써 불필요한 배터리 소모를 줄여준다.
이와 함께 기본적인 배터리 사용 시간도 증가했다. 애플에 따르면 동영상 재생 시간 기준으로 아이폰13 프로는 아이폰12 프로보다 최대 5시간 더 오래 작동한다. 애플의 테스트 환경은 알 수 없으나, 화면 밝기를 최대로 높이고 와이파이가 연결된 상태에서 유튜브 영상을 2시간 시청해본 결과 배터리가 약 10% 정도 소모됨을 확인했다. 보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애플이 스펙에 명시한 대로 약 20시간 이상의 동영상 연속 재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이폰13 프로는 전반적인 면에서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 특히 서두에 언급한 대로 카메라 촬영을 즐기는 아이폰 유저라면 갈아 타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을 꼽자면 풀스크린 시대에 여전히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M자 노치'와 마스크 쓴 주인은 못 알아보는 페이스ID 정도. 적어도 '아이폰14'에서는 대세에 따라 노치 대신 풀스크린을, 페이스ID를 보완할 측면 지문인식 정도는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