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빗의 메타버스 플랫폼 '코빗타운' 이미지(사진=코빗)
▲ 코빗의 메타버스 플랫폼 '코빗타운' 이미지(사진=코빗)

올 8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해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투자전문사로 출범한 SK스퀘어㈜가 첫 투자처로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을 낙점했다. 코빗은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이다. SK스퀘어는 그만큼 이익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처로 코빗을 점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빗은 SK스퀘어로부터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SK스퀘어는 ㈜NXC에 이어 지분 35%를 보유한 코빗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SK스퀘어는 사회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ICT 넥스트 플랫폼(Next Platform)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 목적으로 이번 투자를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SK스퀘어가 코빗의 지분 상당량을 쥔다고 해서 당장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 전망이다. 암호화폐 공시플랫폼 코인힐스 기준 이달 19일 코빗의 점유율은 0.3%로 업비트(76.7%), 빗썸(19.1%), 코인원(3.4%)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SK스퀘어가 코빗에 90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유는 뭘까? SK그룹이 가상자산거래소 간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물적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다. SK텔레콤에서 휴대폰을 개통했을 때 기본 앱으로 코빗을 탑재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SK스퀘어 역시 유일한 토종 앱마켓으로 살아남은 '원스토어'를 산하에 두고 있다.

SK스퀘어는 협약이 체결되자마자 자사의 핵심 서비스를 코빗과 동기화하겠다고 했다. 코빗의 가상자산거래소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SK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화번호 기반 통합로그인 서비스, DID(Decentralized Identifiers) 기반 간편 인증 서비스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SK스퀘어에는 현재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원스토어·콘텐츠웨이브·드림어스컴퍼니·SK플래닛 등의 회사가 포함돼 있다. 코빗은 향후 SK스퀘어가 보유한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자회사들과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함은 물론, 이 채널을 통한 신규고객 확대 및 기존 고객에 대한 혜택 강화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를 잇는 키워드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메타버스'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양사는 코빗의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할 예정으로, 메타버스·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등 신규 서비스 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한다.

코빗은 SK스퀘어의 청사진을 그리는 '붓'이 될 수 있다. 코빗은 가상자산 업계 최초로 사용자가 플레이하면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P2E(Play to Earn) 모델을 도입한 메타버스 기반 가상자산 플랫폼 '코빗타운'을 선보인 바 있다. 코빗은 향후 SK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ifland)를 포함해 SK스퀘어가 보유한 플랫폼·콘텐츠 관련 자회사들이 선보일 서비스와 코빗타운 간의 서비스 접목을 통해 한층 향상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또 코빗은 SK스퀘어의 구상을 실현하기에 알맞은 '도화지'로도 볼 수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7조8241억원에 달한다. 이에 견줘 SK스퀘어가 두나무에 900억원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지분은 0.5%에 그친다. 이 정도로는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SK스퀘어는 가상자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저평가받고 있는 코빗에 투자함으로써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높이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 시장 성장으로 단순히 코빗의 지분보유 자체만으로도 스퀘어의 순자산가치를 증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빗의 최대주주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라는 점도 SK스퀘어의 투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앞서 넥슨은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코빗 관계자는 "거래소업계에서 최초로 NFT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코빗타운을 통해 메타버스도 가장 먼저 시도하는 등 당사의 도전정신을 좋게 봐준 것 같다"며 "리스크 측면에서도 사회적으로 무리가 될만한 이슈가 없었고, NXC가 SK 입장에서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을 만한 파트너로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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