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사진=애플)
▲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사진=애플)

애플은 앱 내부에서 결제가 이뤄질 경우 앱 개발자에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정책으로 독과점 논란에 올랐다. 인앱결제 이슈는 국회에도 오르면서 어느정도 공론화가 된 상황이지만 불씨는 또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할 경우 이 역시 독과점 논란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신용조합 어피니티 크레딧 유니온(Affinity Credit Union)은 애플페이의 'NFC 접근 제한' 정책이 독과점 행위를 금지한 셔먼법(Sherman Act) 위반이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니·노키아가 개발한 표준기술 NFC…애플은 iOS에서 '나 혼자 쓴다'

애플페이는 오프라인 결제 시에는 NFC(근거리 무선 통신) 방식만을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 문제삼는 지점은, 애플페이를 제외한 타 서비스는 애플 운영체제인 iOS로 동작하는 기기에서 NFC 기반 비접촉식 결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NFC 기반 결제 기능을 애플페이만 이용할 수 있도록 앱 개발자 관련 지침에 이를 규정화(Core NFC doesn't support payment-related Application IDs.)했다.

NFC 기술은 소니, 노키아, 필립스(현 NXP반도체) 등이 주축이 돼 개발한 비접촉식 결제의 표준 기술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 기술을 자사 플랫폼 안에서는 '독점화'한 셈이다.

원고 측인 어피니티 크레딧 유니온은 애플이 '비접촉식 iOS 모바일지갑 시장'과 'iOS 모바일 기기 시장' 간 끼워팔기를 통해 시장을 독점화함으로써 셔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개별상품성 △시장지배력 △구매강제성 △거래배제성을 모두 만족해 '당연위법' 원칙에 해당한다는 논지다.

주장을 살펴보면 '비접촉식 iOS 모바일지갑 시장'은 독자적인 '관련시장'이고, 애플은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57%를 차지하며, 소비자는 iOS 기기 구매 시 비접촉식 결제에 애플페이만 이용할 수 있도록 강제돼 경쟁사업자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논리다.

한국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는 이 소송 과정에서 '비접촉식 iOS 모바일지갑 시장'의 관련시장 인정 여부, NFC 접근 제한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진됐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관련시장이 '비접촉식 결제 시장' 또는 '모바일지갑 시장' 등 원고의 주장보다 더 넒은 범위로 인정될 경우 애플페이의 시장점유율은 상대적으로 작게 측정돼 애플의 시장 독점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며 "NFC 접근 제한을 통해 보안성, 편의성 등 소비자 후생이 증진됐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이를 경쟁제한 효과와 비교해 위법성을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미 이러한 애플페이의 정책이 모바일 결제기술 개발사의 경쟁을 제한해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애플페이 이슈에 대한 법무부(DOJ),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경쟁당국의 참여 여부가 주목된다.

카드마진 갈수록 줄어드는데…현대카드, 애플에 '밑지는 장사' 감수할까

애플페이는 온라인 간편결제인 만큼 오프라인 접점이 큰 카드사와 공동 사업을 하고 있다. 애플은 간편결제 중 유일하게 카드발급사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해 2019년 기준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와 동시에 카드발급사에 온라인 결제 시 이용자에게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면서, 수요 유지를 위해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애플페이 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을 금지했다. 카드발급사가 iOS의 독점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반독점법 위반 주장의 한 논거이기도 하다.

애플페이는 아직 한국에는 정식 진출하지 않은 상태지만 최근 진출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밴사 관련 개발자라고 칭한 누리꾼이 "현대카드가 독점으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이후 한 매체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과 애플페이를 국내에 단독으로 서비스하기로 협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현대카드와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코스트코에서 애플페이 결제를 선보일 것이라는 설도 나왔다.

현대카드 측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도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와 관련한 영상이 도는 등 여러 정황적 자료가 뒷받침되면서 과거보다 더 애플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 유튜브에 게재된 애플페이 광고 영상. 현재는 비공개 전환했다.
▲ 유튜브에 게재된 애플페이 광고 영상. 현재는 비공개 전환했다.

애플페이가 그간 한국에 진출하지 못한 이유는 애플이 NFC 결제 단말기 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토록 해 카드사의 출혈이 크다는 점에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 같은 투자비용을 감수하고 애플페이를 도입할 경우 애플 팬들의 결제수요를 단번에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사례와 같이,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카드사의 주도권이 희박한 수준으로 협력이 이뤄질 경우 현대카드의 득보다 '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애플페이 결제 수수료를 건당 최대 0.15%로 책정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관여도가 높은 중국에서도 0.03%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 시장에서 카드 결제마진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1월부터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해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5%, 체크카드는 0.25%로 인하 조정했다. 애플페이의 수수료 정책에 따라 카드사의 마진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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