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메타버스의 정체성'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네이버Z(이하 네이버제트)'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 '제페토'와 제페토 내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가 일반적인 게임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간 메타버스의 정의를 둔 정부부처 간 의견 차이 조차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에게 '제페토가 게임인지 게임이 아닌지' 게임물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 5일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위)과 답변하는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아래). (사진=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 5일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위)과 답변하는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아래). (사진=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류호정 의원은 "7월 1일 제페토는 일부 게임물에 대해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 안내를 받았다"며 "3개월이 지난 후 네이버제트의 협의 과정 자료를 받아보니 진척된 사안은 없고, 네이버제트는 정부부처 탓만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네이버제트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일부 콘텐츠가 게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게임 등급분류에 대해 안내했다. 이후 제페토 등 메타버스 콘텐츠가 게임물로 분류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네이버제트에 따르면 제페토 내 4만여 개 콘텐츠 중 게임 요소가 포함된 콘텐츠는 52개다.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는 제페토 내 콘텐츠는 게임과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 주장에 따르면 게임의 기준은 '매출을 목적으로 제작된 콘텐츠'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게임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서 기획을 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반면 제페토에 있는 콘텐츠는 매출을 목적으로 한다라기보다 체험이나 경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라며 "(같은 게임으로 보이지만 제페토 콘텐츠와 게임과는)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류 의원은 "매출과 게임은 상관없다"며 "비영리 목적이어도 게임은 게임이다. 보통 교육용 게임은 전체 이용가로 분류된다. (김 대표의 답변은)궤변"이라며 비판했다.

네이버제트는 내부에 제페토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게임팀을 꾸려 게임을 해당 플랫폼의 킬러(핵심) 콘텐츠로 제작하고 있다. 또 코딩 교육 스타트업인 팀스파르타와 제페토 게임개발 강의를 제작하고, 게임 개발사 '슈퍼캣'과 협업해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을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네이버제트가 제페토와 제페토 내 콘텐츠를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게임물의 경우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제페토가 게임으로 분류될 경우, 네이버제트는 제페토 플랫폼 내 화폐 '젬(ZEM)'을 현금화하는 기능을 삭제해야 한다. 회사의 수익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용자들의 이용 원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 의원은 "관련 부처에서는 메타버스 내 다양한 콘텐츠와 게임물과 구분이 모호해 이를 구분하는 가이드를 만들겠다 하는데, (네이버제트가)게임물 수를 제출한 것을 보면 콘텐츠와 게임물을 구분할 수 있는 있는 것 같다"며 "가이드를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왜 제페토만 예외로 논의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제페토 게임팀 공고. (사진=구인구직플랫폼 갈무리)
▲ 제페토 게임팀 공고. (사진=구인구직플랫폼 갈무리)
류 의원은 네이버가 지난 3개월 간 게임위와의 협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체부는 게임위 담당자와 소통하도록 했으며 간담회를 진행해 등급분류를 다시 안내했다고 답변했지만, 네이버제트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에 문의했으나 회신이 없었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류호정 의원은 네이버제트가 본 사안을 과기정통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점도 주장했다. 류 의원은 "콘텐츠가 게임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 진행하지만 네이버제트는 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국무조정실을 필두로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게임위 등에서 메타버스의 정의를 두고 논의 중이다. 특히 게임이 아닌 플랫폼 전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메타버스 콘텐츠는 기존 게임과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류 의원에 따르면 과기부는 △게임 과몰입 예방 조치 △등급 분류 표시 △불법 게임물 유통 금지와 같은 업무를 '덩어리 규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덩어리 규제란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단일 부처로는 해결이 힘든 사항을 의미한다. 현 정부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만들고 이 덩어리 규제를 혁신 대상으로 보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네이버제트에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될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등급분류기준 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협약한 별도의 기준에 따라 서비스하는 게임물의 등급을 자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는 구글, 애플, 원스토어, 삼성전자, 소니, 카카오게임즈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류호정 의원은 "제페토가 이용자 중 70%가 청소년이다. 게임산업법이 어떤 방향에서는 규제지만 어떤 방향에서는 이용자를 보호해 주는 안전망이 되기도 한다"며 "제페토 내 불과 0.1%밖에 되지 않는 콘텐츠가 게임법 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제페토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관련 행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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