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IT 박람회 'CES'가 2023년 1월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현장 방문에 앞서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국내 주요 IT 기업들의 전시 아이템과 비즈니스 스토리를 알아본다.
SK텔레콤은 CES 2023에서 UAM(도심항공교통, 에어택시)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친환경 미래교통 체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SKT가 속한 SK그룹이 '2030 넷제로(Net Zero, 탄소배출 저감)'를 주제로 공동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의 일환이다.
▲ CES 2023 SKT 전시관 조감도. (사진=SKT)
▲ CES 2023 SKT 전시관 조감도. (사진=SKT)

UAM은 크게 △항공기(기체) △관제 플랫폼(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버트포트(이착륙장)로 구성된다. SKT는 이 가운데 기체는 글로벌 UAM 기체 제조사인 조비 애비에이션(이하 조비)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확보한 상태다.

조비의 전신은 2016년 미국의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의 UAM 개발 프로젝트 '우버 엘리베이트'다. 이를 인수한 조비는 전세계 200여개 기체 제조사 중 현재 기술력과 누적 투자금 모두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UAM 공동 연구개발 및 실증 파트너이며, 지난 10월에는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도 조비에 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 조비가 개발한 수에어택시. (사진=조비)
▲ 조비가 개발한 수에어택시. (사진=조비)

SKT는 사피온 반도체는 UAM의 운항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피온은 SKT가 자체 개발하고 2022년 초 SKT,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80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회사다. 기존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연산 속도가 빠르고 저전력 효율에서 앞선 AI(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CES 현장에서도 AI 반도체로 UAM 기체 성능이 개선된 시나리오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체에서 믿을만한 파트너를 확보한 SKT는 본업과 가까운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SKT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사업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실시하는 통신품질평가에서도 꾸준히 경쟁사들을 앞서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기반으로 UAM 분야에선 '5G 상공망'을 개발 중이다.

상공망은 하늘길을 비행하는 UAM 기체가 지상 내 거점, 플랫폼 서비스들과 연결되는 통신채널이다. UAM 분야에서 한국보다 앞섰다는 미국과 유럽도 아직 LTE·5G 상용망 기반의 UAM 통신망 개발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SKT는 2022년 8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시험장 인근에서 5G 상공망 시범 테스트에 성공한 바 있다. SKT는 UAM 운항 고도인 300~600m에서 안정적인 통신 품질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 고흥 테스트베드 5G 상공망 구축 개요. (사진=SKT)
▲ 고흥 테스트베드 5G 상공망 구축 개요. (사진=SKT)

더불어 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 등과 협력해 구성한 K-UAM(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드림팀 컨소시엄에선 2025년 제주도 UAM 상용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제주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잇는 시범운행 서비스용 버티포트와 UAM 교통관리 시스템부터 구축할 계획이다.

SKT의 버티포트는 '가상발전소(VPP)'가 공급하는 친환경 전력으로 운영된다. 가상발전소는 개인이나 사업자가 태양광 혹은 풍력 등을 이용해 생산한 신재생 에너지를 플랫폼으로 연결,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AI로 각지에서 생산되는 소규모 신재생 발전량을 예측하고, 계산된 전력 수요에 따라 최적의 전력 생산과 소비 및 거래까지 가능해 효율이 배가된다. 또 대규모 발전소 확보에 필요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SKT는 2022년 9월 SK에너지, 한국전기연구원 등과 손잡고 미래 가상 발전소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SKT가 전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CES에 구상 단계의 UAM을 선보인다는 건 그만큼 UAM을 주요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2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도 SKT는 참가 기업 중 유일하게 UAM 가상 체험관을 전시했다. 당시 하민용 SKT CDO(최고개발책임자)는 SKT가 UAM 시장에서 기대하는 건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 수익"라고 말했다.

UAM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지상교통과 비용 부담이 크고 이동경로가 제한적인 항공기의 중간 성격을 띈다. 중장기적으로 지상의 교통체증 문제를 보완할 틈새 교통편으로써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그동안 유·무선 통신상품 외에도 멤버십 플랫폼을 확장하고 다양한 소비자용(B2C) 디지털 상품을 출시하며 사업 다각화를 꾀해온 SKT 입장에선 차세대 모빌리티 연계 서비스 시장 또한 놓치기 아쉽다.

게다가 조비라는 핵심 기체 파트너까지 확보된 만큼, 초기 시장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5G 상공망은 지상망 구축이 상당 부분 끝난 현재 SKT의 인프라 영향력을 공중으로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SKT가 부산 벡스코 국제모터쇼 SKT 부스에 마련했던 4D UAM 시뮬레이터. CES 2023에서는 이보다 개선된 가상 UAM 탑승 경험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블로터DB)
▲ SKT가 부산 벡스코 국제모터쇼 SKT 부스에 마련했던 4D UAM 시뮬레이터. CES 2023에서는 이보다 개선된 가상 UAM 탑승 경험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블로터DB)

이 밖에 UAM은 유영상 SKT 대표가 CES 2021에서 언급한 '커넥티드 인텔리전스'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SKT가 설명하는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란 SKT의 서비스 영역이 스마트폰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체로까지 확장되는 과정이다. 이 가운데 자사의 AI 반도체 성능을 부각하고, 전세계 IT 산업의 화두인 친환경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UAM 플랫폼은 SKT의 이번 CES 전시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

SKT는 이런 내용을 담아 CES 2023 전시관 센트럴홀에 실물 크기의 움직이는 UAM 모형과 가상체험 시뮬레이터를 전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며, 탑승자는 VR 기기를 통해 UAM으로 부산엑스포 현장 상공을 비행하는 시나리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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