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기흥 사업장에 건설 중인 신사옥 투시도.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기흥 사업장에 건설 중인 신사옥 투시도.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지난해 글로벌 IT(전자기기) 수요 감소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과거 최대 매출처였던 중국에서 힘을 잃었지만 국내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에서 활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향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격차를 벌려 2027년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30조9800억원, 영업이익 5조57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던 2022년에 비해선 매출, 영업이익이 다소 축소됐지만 업황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한 동종업계 경쟁사에 비해선 호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과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한편, 신흥국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9조1030억원을 베트남, 9450억원을 인도에서 내며 전년 대비 10~18% 증가한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50% 증가한 1조4013억원의 매출을 냈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감사보고서, 단위= 백만원
자료=삼성디스플레이 감사보고서, 단위= 백만원

 

중국 매출 1년 새 63% 감소…왜?

반면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매출은 4조5906억원에서 1조7125억원으로 63% 감소하며 대조적인 결과를 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의존도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6년 중국에서 전체 매출 중 38%를 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들의 LCD(액정표시장치) 저가 공세로 점차 현지 매출이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철수를 결정한 2020년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20%까지 줄었고,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 중 5%까지 떨어졌다.

특히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에서 갖가지 내홍을 겪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와 OLED 기술에 관한 특허 소송에 돌입했다. 회사는 BOE가 2017년 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사인 톱텍을 통해 OLED 패널, 모듈 기술과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국내에서 톱텍의 임직원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이들의 잠재적인 고객사로 BOE, CSOT 등 중국 기업들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서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애국소비’가 확산되며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제품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1위 주도권’ 약속한 최주선…전략은?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향 OLED 매출로 글로벌 시장 지위를 다질 계획이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 삼성전자를 통해 국내와 미국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동시에 신흥국을 공략 중인 단계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객사 전략에 맞춰 베트남에서 플래그십용 중소형 OLED, 인도에서 중저가용 중소형 OLED를 나눠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형님’인 삼성전자가 ‘갤럭시A’ 라인을 중심으로 인도 스마트폰 1위 시장을 공략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아직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 절반 이상(약 60%)은 중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지만 최근 외교적 갈등으로 인도 정부가 중국 업체를 제재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와 관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중국과 OLED 격차를 벌려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전체 점유율 65%를 기록했고, 한국은 12%를 차지했다. 다만 OLED 영역에선 한국이 2022년 55%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 사장은 최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취임식 이후 “2027년까지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수준”이라며 “디스플레이 패널 사이즈가 커지면서 기술에 대한 요구 수준이 커지고 있고, 경쟁사인 중국에 비해 유리한 구도”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도 OLED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력, 수율 측면에선 우리나라를 따라올 수 없다”면서도 “올해부터 OLED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중국 패널을 함께 사용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들과 협력 관계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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