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사람에게 일을 나눠주고 조율하는 리더십이 에이전트에게 일을 나눠주는 역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테크PM은 <블로터> 주최로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AI 클라우드 퓨처 서밋 2026'에서 하버드대학교의 최근 연구를 인용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리더십 역량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활용 능력 사이의 상관계수는 0.81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치다. AI를 잘 다루는 능력이 결국 사람을 잘 이끄는 능력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중간 포지션 사라진다
AI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최 PM은 스탠퍼드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의 연구를 인용해 "젊은 세대, 특히 갓 졸업한 신입들의 취업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AI 영향을 많이 받는 직군일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대학 등급별로 나타난 'U자형 패턴'이다.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아이비리그 졸업생과 최하위 등급 대학 졸업생은 AI로 인한 취업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중간 등급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PM은 이에 대해 "최하위 등급 대학 졸업생의 연봉은 아이비리그의 절반 수준"이라며 "결국 싼맛에 쓸 사람의 역할은 남아 있고, 중간에 어중간한 포지션이 사라지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아주 비싸지만 꼭 필요한 인재'와 '저렴해도 쓸 수 있는 인력'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가 가장 먼저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개인의 업무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최 PM은 "각자의 역할 안에서 해야 할 세부 태스크 중 39% 정도는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직업 이름은 그대로여도, 그 안에서 하는 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직업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최 PM은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전화로 길을 안내해주는 고가의 전문 서비스가 있었다"며 "지도를 보며 '두 블록 더 가서 좌회전하세요'라고 안내하던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직업이 존재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 에이전트의 발전 속도가 이런 상황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이전트는 '디지털 팀원'
리더십이 AI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는 배경에는 AI 에이전트의 작동 방식이 있다.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다.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일을 쪼개 계획을 세우고,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도구를 골라 쓰며, 결과가 불만족스러우면 다시 시도하는 '자율적인 디지털 직원'에 가깝다.
최 PM은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팀원 각각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문제가 생기면 재조율해서 풀어주며 함께 목표에 도달하게 한다"며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과정도 똑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활용 사례도 소개됐다. 고객이 "42개 주문했는데 35개만 도착했다"고 메일을 보내면, 에이전트가 메일 내용을 이해하고 백엔드 시스템에서 주문·배송 상태를 확인한다. 배송 중 파손으로 일부가 누락된 것을 찾아내면, 추가 발주를 넣고 사과와 보상 안내를 담은 답장까지 자동으로 작성한다. 사람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전 과정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런 에이전트가 회사 곳곳에 수십, 수백 개 돌아가면 관리의 문제가 생긴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어떤 시스템에 어느 수준으로 접근하는지, 이상 행동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에이전트 365'는 이런 환경을 겨냥한 플랫폼이다. 에이전트에게 역할·권한·감사 로그를 세밀하게 설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AI 모델의 성능은 이미 사람 수준에 도달했다. 최 PM에 따르면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GPT-5 코덱스는 100점을 기록했다. 정답이 인터넷에 퍼지기 전에 풀린 결과다. IQ 테스트에서도 최신 모델은 140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
그는 "사람이 할 만한 시험의 끝판왕까지는 현재 모델들이 다 왔다"며 "이제 이런 성능을 가진 모델들을 엮어 에이전트를 만들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만이 아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하는 '리더십'이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핵심 역량이 됐다.
최 PM은 "변화는 이미 눈앞까지 와 있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