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의 희망퇴직 연령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주요 은행 중 NH농협은행이 먼저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연말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이른바 '하한선'이 낮아지는 기류가 감지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은 근속 10년 이상, 만 40~56세 전 직급이다. 퇴직금은 최대 28개월치(56세 기준), 40대 직원의 경우 약 20개월치다.
시중은행 희망퇴직 공고에서 만 40세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나은행은 앞서 7월 시행한 '준정년 특별퇴직'에서 만 40세 이상, 근속 15년 이상의 조건을 명시했다. 1974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최대 24개월, 1970~73년생에게는 28개월치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신한은행도 2023년 8월 희망퇴직에서 4급 이하 1983년생(당시 만 40세)까지 신청 대상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 대상자에 1979년생(당시 만 45세)을 포함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희망퇴직 신청 가능 출생연도를 1972년에서 1974년까지로 넓히며 연령 기준을 낮췄다.
이날 현재 5대은행 중 농협은행을 제외한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은 아직 희망퇴직 공고를 내지 않았다. 매년 연말~연초에 신청을 받는 관행을 고려하면 12월부터 노사 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하한선을 낮춘 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희망퇴직 연령 하한은 실적호조에도 구조조정의 강도가 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1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디지털전환 속도가 인력재편의 필요성을 오히려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가 많다.
희망퇴직 연령이 내려가는 근본 원인으로는 은행권의 인력구조 불균형이 지목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 직원 중 20대는 11.2%, 50대 이상은 22.7%로 고연령층이 두텁다. 직원 평균 연령도 42~43세 수준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심사, 자동화된 여신 프로세스, 영업점 축소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단순·반복업무 중심의 중견인력이 과잉되는 구조로 전환됐고 인력효율화 압력이 고령층뿐 아니라 40대까지 내려온 데 따른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농협과 하나은행이 제시한 대상 연령이 2025년 말 희망퇴직의 사실상 기준선이 될 것"이라며 "만 40세가 은행권 구조조정의 새로운 표준연령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