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KT의 이유있는 '클라우드 매출 2배 성장' 자신감

발행일 2021-03-17 14:27:42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KT는 유·무선 통신 사업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 한계치에 이르면서 이제는 경쟁사들처럼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기술 분야에서, LG유플러스는 키즈, 아이돌 등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KT도 올해 역점을 두고 육성 중인 사업은 바로 '클라우드'입니다.

KT 직원들이 IDC 내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KT)


KT는 지난 2020년 종합 실적 발표에서 "IDC(데이터센터) 부문을 포함한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올해부터는 클라우드 매출을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가 주도하는 양강 체제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두 회사의 전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52%로 절반 이상을 나타냈으며 국내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거 기자와 만났던 국내 모 클라우드 기업 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외산 클라우드 의존도가 너무 높다. 기술력과 서비스를 비교하기보단 다소 비싸도 인지도 높은 AWS나 애저만 우대하는 실정"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는데요. 녹록치 않은 경쟁 상황에서 KT는 과연 어떤 무기로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2020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표 (자료=시너지리서치그룹, 표=블로터)


KT 클라우드 사업은 올해로 10년차입니다. 이런 저런 '최초', '최대'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먼저 클라우드란 개념조차 낯설었던 2011년, 충남 천안에서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전용 IDC를 구축했죠. 2012년 한국에 진출한 AWS보다 1년여 빠른 시점입니다. 현재까지 7000여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공공·금융 클라우드 영역에서의 KT 클라우드 점유율은 70%에 이릅니다. KT는 2019년 하나은행의 금융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 당시 국내 최초로 금융 클라우드 가이드라인 141개를 모두 통과한 사업자이기도 합니다.

KT는 국내 최대 규모의 IDC 사업자이기도 합니다. 1999년 서울 혜화에 첫 IDC를 열고 지금은 서울 목동, 여의도, 부산, 대전, 대구 등 국내 13곳에서 IDC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CDC)는 서울 목동, 충남 천안, 경남 김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6곳에서 운영 중입니다. 사업장과 IDC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속도 및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클라우드 사업의 특성상 전국에 분포된 KT의 IDC는 분명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KT의 공공 위주 전략도 적중했습니다. 2021년 정부와 지자체들의 클라우드 수요도 여전히 커지고 있는데요. 현재 공공 분야에서는 2023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의 클라우드 사업 추진 예산이 배정돼 있습니다. KT는 이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매출을 계속 성장시킨다는 계획입니다. 2020년 기준 KT IDC·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총 3585억원으로 이 중 클라우드 매출은 약 1000억원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네이버, NHN 등 쟁쟁한 IT 기업들이 공공 클라우드 분야를 중심으로 KT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카카오도 곧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국내 ICT 공룡들이 속속 참전하는 가운데 KT도 이제 IDC 규모만 내세워 경쟁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나고 있습니다.

KT는 기업의 DX를 돕기 위한 클라우드 패키지 전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료=KT)


이에 따라 KT는 작년과 올해 클라우드 사업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DX(디지털 혁신)입니다. KT는 올해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천명하고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플랫폼화를 통한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역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개별 서비스 제공에서 나아가 기업의 주요 DX 요소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DevOps(개발환경) 등을 클라우드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죠.

이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로 요구되는 최신 트렌드에서 자체 DX 노하우가 부족한 기업·기관들을 타깃으로 삼아 성장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개별 기업이 이 같은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려면 수십억원 이상의 초기 개발 비용이 필요합니다. 클라우드는 이런 비용을 줄이고 관리 영역에서도 서비스 제공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내 도입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이와 함께 KT는 업종별 특화 업체들과 제휴해 DX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전문 컨설팅을 제안하는 등, 기업의 'DX 파트너'를 새로운 클라우드 전략의 키워드로 삼고 있습니다.

DX 중심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교두보로 KT는 2020년 11월 새롭게 '용산 IDC'를 열었습니다. 연면적 4만8000제곱미터에 지상 7층, 지하 6층 규모인 대형 IDC입니다. 8개 서버실에 10만대 이상의 서버가 탑재돼 있는데 KT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 3만개 분량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합니다.

용산 IDC는 용산, 목동, 강남, 분당 IDC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IDC를 구성한 뒤 네트워크 경로를 8개로 다원화함으로써 네트워크 안정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초연결 교환(HCX) 서비스 지원을 통해 아마존, 구글을 비롯한 국내외 모든 클라우드 시스템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췄습니다.

용산 IDC 건물 전경 (사진=KT)


안팎으로 경쟁 준비를 마친 KT의 단기적 과제는 외산 클라우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우선 '안방'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이점에서 KT는 우수한 지역 서비스 기반과 품질 차이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웁니다. 단순히 클라우드만 제공하는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KT는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IDC를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사업자란 설명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사업자로서, 또 지리적 관점에서 5G 초저지연 네트워크망 기반 차세대 서비스 지원이 가능한 사업자란 점에서도 유리합니다.

반면 해외 진출만큼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KT의 클라우드 사업 전략은 여전히 국내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며 KT가 내세우는 강점들도 아직은 국내 한정적입니다. 2016년 미국에 문을 연 클라우드데이터센터는 자체 사업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측면이 강합니다. KT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점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우리 IT 기업들이 현지 클라우드 업체와 계약할 때 겪는 불편을 해소해주는 차원에서 국내와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KT가 '내수용 클라우드'로 안주하려 한다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과의 무리한 정면승부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시선도 있죠. 토종 클라우드 사업자 중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1위 자리를 수성 중인 KT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원대를 돌파해 2022년 3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아직 KT의 클라우드 매출이 1000억원대에 불과한 만큼 국내에서 당분간 기업용 클라우드 점유율만 높여도 장표상의 성장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성장 목표는 점차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이들도 국내외 비즈니스의 A to Z를 함께할 수 있는 클라우드 파트너를 원할 것입니다. KT 입장에선 클라우드 사업자로서의 브랜드 가치 제고 및 미래 기업 고객 이탈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해외 거점 확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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