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사옥.(사진=에코프로비엠)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세가 거세다. 완제품 전지업체가 생산설비와 제품 개발 등으로 '손익분기점' 돌파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가운데 소부장 업체들은 일찍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해 수익을 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이후 한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고 매해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20년 사업보고서를 공개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0년 연결 기준 매출 8574억원, 영업이익 5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7.9%(2386억원), 영업이익은 32.3%(176억원)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 실적 추이.(사진=금융감독원)

지난해 순이익은 466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26.0%(12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부터 급증하면서 연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017년 28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창립 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는데, 4년 만에 8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에코프로에서 분할 후 연 평균 30%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주력 납품처로 양극재 단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 중 30~40%를 차지하고 있어 비중이 가장 높다.

양극재는 니켈 등 각종 소재를 최적으로 배합해 만들어진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양극재는 니켈과 망간, 코발트 등 '삼원계' 배터리와 △니켈 △망간 △코발트 △알루미늄 등 '사원계'가 가장 많이 쓰인다. 양극재의 원료를 어떻게 배합하는지에 따라 전기차는 더 멀리 갈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니켈 비중을 최대 80%까지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각각 모델S와 ID4를 출시하면서 주행거리 500km에 육박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와 EV6는 주행거리가 각각 420km, 450km이다. 

이 때문에 완제품 전지업체들은 양극재의 안정성과 성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안정적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고, 이들 업체의 성장이 빨라지는 이유다.

에코프로비엠은 벨기에 유미코아와 일본 스미토모, 중국 샨샨과 함께 글로벌 양극재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국내 경쟁업체로는 포스코케미칼이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어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에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 및 삼성SDI와 두터운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완제품 전지업체의 성장이 소부장 업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소부장 업계는 완제품 전지업체와 비교해 제품 개발에 들인 투자 비용이 크지 않고, 공장 증설에도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소재 업체는 SK와 LG 등 대형 납품사를 바탕으로 조기에 BEP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6.3%이다. 원가율은 87.6%에 이르고 있다. SK와 LG 등이 장기간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는 셈이다.

에코프로비엠 영업현금흐름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9년까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00억원을 넘은 해가 없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1250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보였다.

재무구조 또한 안정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70.9%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때 재무건전성이 불안한 것으로 본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600억원, 장기차입금은 1331억원이다. 차입금 상환에 대한 부담도 낮은 상황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설비 투자를 확대한다. 올해 자본적 지출(CAPEX)를 20% 확대해 2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가 주문량을 늘리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G와 SK 등 완제품 회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소부장 업계는 안정적인 납품처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전지 3사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에코프로비엠 홍보영상 (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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