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사진=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사진=롯데케미칼.)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중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롯데가 늦게나마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 배터리 핵심 소재로 꼽히는 양극박, 동박에 이어 전해액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투자 시점이 늦은 만큼 향후 경쟁력에는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20일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액은 총 2100억원으로 2023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 2차전지의 셀구조와 양극박.(이미지=롯데알미늄 제공)
▲ 2차전지의 셀구조와 양극박.(이미지=롯데알미늄 제공)

전해액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 4대 요소로 꼽히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의 이동을 돕는 매개체로 이온 전도도가 높은 물질이 주로 사용된다. 크게 염, 용매, 첨가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용매는 염을 용해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유기 액체다. 이번에 롯데케미칼이 새로 진출하겠다고 밝힌 사업이 바로 용매 분야다.  

롯데케미칼의 이번 투자로 롯데는 4대 배터리 핵심 소재 모두를 아우를 전망이다. 롯데그룹에서 배터리 소재 사업 포문을 연 계열사는 바로 롯데알미늄이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4월 헝가리에 1100억원을 투자해 양극박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연간 생산규모는 1만8000톤으로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회사의 생산기지가 밀집된 현지에서 양극박을 생산해 납품하는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장 준공 시기는 오는 2021년 말로 예정됐다.

양극박은 양극재에 들어가는 소재 중 하나다. 양극박에 주로 알루미늄이 사용돼 알미늄박이란 용어로도 불린다. 배터리 내부 열을 방출하고 전자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분리막 사업 확장 계획도 내놨다. 연간 4000톤에 불과한 분리막 생산량을 2025년까지 10만톤으로 확대해 연간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분리막은 배터리 안전성을 책임지는 중요한 소재로 양극과 음극이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펀드 출자를 통해서는 음극재 사업에도 발을 담궜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9월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펀드에 2900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두산솔루스는 국내 주요 동박제조업체 중 하나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솔루스가 만드는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편 막으로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 제조에 필요한 소재 중 하나다.

롯데는 배터리 주요 소재 사업에 모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향후 사업 전망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이미 시장에 진출한 경쟁업체들과 경쟁에서 과연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롯데는 그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확실한 배터리 사업영역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롯데케미칼이라는 굴지의 화학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배터리 사업을 등한시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배터리가 포스트 반도체라고 불릴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아 미래 먹거리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와 SK도 배터리 사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소재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조 단위 투자도 아닌 상황에서 과연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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