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과한 책임리더, 묵인·방조 경영진"...'조직 구조' 겨눈 네이버 노조

발행일 2021-06-07 19:44:47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이버 개발자가 상사로부터 과도한 업무를 지시 받고 모욕·폭언을 들어왔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회사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폐단을 뿌리 뽑으려면 네이버의 기형적인 권력 비대칭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7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경기도 성남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과 동료들이 (특정 임원의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알면서 방조하고 묵인했다”며 “책임리더 등 상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몰아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데 회사의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상실감, 학습된 무기력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회사의 대응을 질타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5월25일 회사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선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네이버 노조는 회사와 경영진이 문제를 알고도 묵인·방조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책임리더 권한 막강…‘목줄’ 쥐고 흔들었다”

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은 2019년부터 당시 리더로 입사한 A씨의 강압적인 의사소통 등 조직운영 방식을 지적해왔다. 고인을 포함한 팀장 14명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찾아가 A씨가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거나 부적절한 언행 등을 일삼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오히려 리더였던 A씨는 임원급인 ‘책임리더’로 승진했고, 이의를 제기한 팀장 가운데 4명이 보직 해제됐다. 4명은 퇴사했다.

다른 사례도 있었다. 최인혁 COO 산하에 있는 또 다른 조직에 있던 직원이 임원 B씨로부터 ‘꼴 보기 싫은데 회사에 안 나오면 안 되겠냐’는 등 폭언을 듣고 회사에 신고했지만 결론은 ‘문제없음’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인사팀 기타로 발령된 직원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 이 소식은 고인이 속한 조직에도 알려졌다. B씨는 조직이 달랐던 고인에게도 따로 업무를 지시해 고인이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이 같은 악폐를 낳은 네이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네이버가 임원에게 부여한 비대칭적 권력이 ‘위계(位階)’에 의한 폭력을 키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A씨가 맡고 있는 책임리더는 비등기임원으로 중간 관리자 직책에 해당한다. 업무지휘·평가·연봉·인센티브·스톡옵션 지급 등 각종 권한을 갖는다. 네이버는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며 2017년 등기·사외이사 7명을 제외한 임원직을 폐지했다가 2019년 이 직책을 새로 만든 바 있다.

한미나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A씨는 보상 등 각종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직원들의 ‘목줄’을 쥐고 휘둘러 왔다”며 “실제로 A씨가 조직을 이동한 이들에게 ‘리텐션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권력이 제대로 견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책임이 드러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경영진이라고 해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꼬리 자르기’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참석한 노사 회의에서도 A씨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 나왔지만 인사담당자는 “책임리더를 검증하고 있고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오세윤 지회장은 “퇴사자들이 면담 때 A씨와 최인혁 COO 때문에 퇴사한다고 밝혔지만 어떤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는, 조금은 긴 시간 동안 절대 관심 놓지 않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노조는 회사에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1년초 진행된 임원 B씨에 대한 신고·조치과정 △리더였던 A·B씨를 임원으로 선임한 검증절차 △고인의 사내 메신저(웍스) 이력, 사내망 접속이력 출퇴근 기록, 고인과 임원A의 사내 메신저(웍스) 기록 △고인과 임원 A·B씨간 오갔던 사내 메신저(웍스), 메일, 사내소스관리도구(OSS)의 자료 △2019년 1월 이후 지도 업무 중 퇴사한 직원들의 퇴사 면담 이력 등이다. 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노조와 공동으로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노조의 조사에 회사가 협조해야 한다.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선 안 된다”며 “이를 거부한다면 진상에 다가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이므로 묵인했다는 노조 주장이나 자료를 제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2일 사외이사 3인이 주축이 된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진상조사를 맡겼다.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임원 A씨 등 4명은 직무정지를 받아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한편 이날 노조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을 찾아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관리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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