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그룹 CI.(사진=폭스바겐)
▲ 폭스바겐그룹 CI.(사진=폭스바겐)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 중인 폭스바겐그룹이 니켈 등 배터리 원료 확보를 위해 원재료 업체를 만나고 있다. '전기차 붐'에 따라 2025년 경에는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쇼티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모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도 안정적인 원재료 조달을 위해 원재료 업체에 활발하게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로 원재료 업체와 직접적인 납품 관계를 맺을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로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토마스 슈몰 폭스바겐 기술담당 이사.(사진=폭스바겐)
▲ 토마스 슈몰 폭스바겐 기술담당 이사.(사진=폭스바겐)

로이터는 15일(현지시간) 폭스바겐 토마스 슈몰 기술담당 이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토마스 슈몰 이사는 "우리는 경주에 뛰어 들었고, (원재료 업체를 만나는 건) 가장 저렴한 배터리 셀을 만들기 위해서다"며 "그러려면 강력한 형태의 수직적 통합을 통해 원자재를 조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 비용의 80%는 원재료에 의해 결정된다"며 "폭스바겐이 배터리 원재료의 통제권을 얻는 것은 원가를 더 잘 다루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기에 앞서 안정적인 공급사슬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폭스바겐은 원재료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배터리 업체를 비롯해 테슬라와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리튬 공급사들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호주 퀸즈랜드 퍼시픽 메탈(이하 QPM)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7.5%의 지분을 확보했다. QPM은 2007년 설립된 제련회사로 뉴칼레도니아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채굴해 가공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2017년 황산니켈 제조업체인 켐코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포스코는 같은날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의 원재료 공급을 위해 QPM의 지분 3.2%를 인수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및 음극재 제조사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호주 오스트레일리아마인즈와 7년 동안 황산 니켈과 황산 코발트를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 예상치.(자료=USBE)
▲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 예상치.(자료=USBE)

이렇듯 전기차 업계는 '자원 전쟁' 중이다. 배터리와 소재 회사는 물론 전기차 제조사까지 원재료 확보에 나서면서 리튬 등 핵심 원재료 업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QPM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700% 가까이 올랐다.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가 자원 확보에 혈안이 된 건 2025년 경에는 핵심 소재의 공급 부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CRU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니켈 수요는 260만톤으로 집계됐다. 2024년 310만톤으로 19.2% 늘고, 2030년 1920만톤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향후 10년 동안 니켈 수요가 650%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른 것으로 전기차 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수요 또한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 배터리 수요는 2700GWh로 추산된다.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의 배터리 캐파는 21GWh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0년 내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과 같은 규모의 공장 128곳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등 글로벌 톱티어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 리튬 배터리 수요 예상치.(자료=UBSE)
▲ 리튬 배터리 수요 예상치.(자료=UBSE)

완제품 배터리 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신용도를 바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재료 업체의 상황은 딴판이다. 원재료 업체 중 대부분은 호주와 아르헨티나 등 '자원부국'인 나라들이다. 이들 업체가 증설에 나서려면 원재료 가격이 뒷받침돼야 한다.

2025년부터 핵심 원재료의 쇼티지가 우려되는 이유 중에는 원재료 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기대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채산성이 떨어져 채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18년 리튬 가격이 폭락하면서 업체들은 리튬 탐사를 중단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생산자들은 새로운 리튬 광산을 탐사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보다 20%는 올라야 채산성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는 리튬 사업자의 몸값을 높일 것이고, 협상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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