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강희석 이마트 대표, (오른쪽)김범석 쿠팡 창업주.(사진=각사)
▲ (왼쪽)강희석 이마트 대표, (오른쪽)김범석 쿠팡 창업주.(사진=각사)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쿠팡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습니다. 기존 신선식품 위주의 상품군을 공산품으로 확대하고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면 사실상 쿠팡의 사업 아이템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완전히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는 것이죠.

쿠팡과 신세계의 경쟁에 이커머스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바로 출혈경쟁이라는 데 있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시장을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며 네이버(17%)에 이은 2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쿠팡이 이처럼 빠른 시간내 성장을 이루는 배경에는 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적자가 자리합니다.

▲ 쿠팡 순손익 추이.(출처=쿠팡 감사보고서 종합.)
▲ 쿠팡 순손익 추이.(출처=쿠팡 감사보고서 종합.)

쿠팡의 행보를 보면 시장을 다른 사업자들과 나눠 가질 생각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키워 독식하겠다는 생각이 없었으면 애초에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는 공격경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관건은 과연 신세계가 쿠팡과 같은 손실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느냐 입니다. 아직 딜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알 수가 없는데요. 시장에서는 3조5000억~4조원 얘기가 나옵니다. 이미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고 있을 만큼 이베이코리아 몸값의 적정성 논란은 인수 후에도 계속될 것 같은데요. 연간 1000억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내는 이베이코리아를 4조원이나 들여 살 만하냐는 것이죠. 아무리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 고급인력, 플랫폼 장악력 등 유무형 자산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죠.

신세계가 만약 이베이코리아를 4조원에 인수한다면 쿠팡이 감수한 적자와 얼추 그 규모가 비슷할 것입니다. 물론 쿠팡은 단순히 적자만 4조원이고 그동안 인프라 구축과 시장 확장에 들인 투자금액은 훨씬 많겠죠. 다만 신세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초반 엄청난 핸디캡을 지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 이마트 2021년 1분기 별도 및 연결기준 재무상태표.(출처=이마트 IR)
▲ 이마트 2021년 1분기 별도 및 연결기준 재무상태표.(출처=이마트 IR)

쿠팡과 경쟁을 벌이는 데 들어가는 돈이 여기서 끝이라면 문제가 없겠죠. 그러나 신세계가 인수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단순 플랫폼일 뿐입니다. 유무형자산을 갖추고는 있다지만 쿠팡처럼 배송 인프라가 확보된 기업이 아닙니다. 게다가 성장 가능성이 높아 막 치고 올라오는 플랫폼도 아니죠. 오히려 쿠팡 때문에 죽어가는 플랫폼입니다.

쿠팡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빠른 배송시스템에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와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계속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이유는 바로 배송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신세계가 쿠팡과 제대로 승부를 보려면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뜻과도 같은데요. 여기에 최소 수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 쿠팡처럼 어마어마한 손실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이미 그룹 온라인 쇼핑 통합법인 SSG닷컴은 출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매출이 늘고 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4조원의 투자비용이라는 짐을 지고서 추가 손실을 감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직접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찾아가 인수와 관련해 보고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강 대표는 평소 월마트의 사업모델을 국내 적용하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는 것이죠.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라는 대형 플랫폼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 이마트 2021년 1분기 주요 연결자회사 실적.(출처=이마트 IR.)
▲ 이마트 2021년 1분기 주요 연결자회사 실적.(출처=이마트 IR.)

그러나 문제는 역시 앞으로 펼쳐질 출혈경쟁입니다. 강 대표는 베인앤컴퍼니코리아에서 소비재 유통부문 파트너로 일하다 2019년 이마트 대표이사로 영입됐습니다. 이마트 최초 외부출신 인사로 많은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아무리 예고된 손실이라 할지라도 손실은 손실이겠죠.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손실의 부담을 이겨내고 애초 계획대로 경영해 나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특히나 오너경영 체제에서는요.

김범석 쿠팡 창업주도 유례없는 공격경영 탓에 많은 우려를 사고 있죠.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는 분명 성공했지만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 없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꾸준히 쿠팡의 지속가능경영 여부에 대해 의심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엔드게임으로 몰고갈 두 사업자 강 대표와 김 창업주 둘 중에 누가 더 오래 손실을 버틸 수 있을까요. 결국 버티는 자가 살아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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