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실리콘웍스 대전 본사 전경. (사진=실리콘웍스)
▲ 실리콘웍스 대전 본사 전경. (사진=실리콘웍스)

내달 1일부터 LX세미콘으로 불릴 실리콘웍스는 늘 ‘LG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거래처 한곳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는 건 해당 거래처가 흔들리면 실리콘웍스도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겠죠.

최근 사례인 2019년 상황을 살펴볼까요.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저렴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에 밀려 2019년 2조87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냅니다. 같은 기간 실리콘웍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21.4% 감소했습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전환합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 중 세금·영업비용·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의미합니다.

▲ 실리콘웍스 실적 추이.(자료=실리콘웍스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 실리콘웍스 실적 추이.(자료=실리콘웍스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실리콘웍스도 문제를 인지하고 꾸준히 거래처를 넓히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성과도 뚜렷합니다. 

최근 5년 동안 실리콘웍스의 거래 내역 중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봤습니다. 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종속법인 4곳에 부품을 납품하는데요. 2017년 전체 매출액에서 LG디스플레이 관련 거래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1%에 달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82.2%로 떨어졌죠. 그리고 지난해 말 74.2%, 올해 1분기 70.7%까지 낮아졌습니다.

다만 70.7%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치입니다. 새로운 거래처와 신규 주문 확보가 필요하죠.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 CSOT OLED 패널 출하량 전망. (자료=하이투자증권)
▲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 CSOT OLED 패널 출하량 전망. (자료=하이투자증권)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업체 BOE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4년까지 OLED 시장 점유율을 4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BOE는 실리콘웍스의 고객사이기도 하죠. BOE는 B7, B11 공장에 OLED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요. 최근 주요 외신과 업계에서는 연내 OLED 패널 전용 B12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가동에 나설 예정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BOE가 OLED 패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OLED 패널 시장이 호황이기 때문이죠. 디스플레이 시장 전문 업체 DSCC(Display Supply Chain Consultants)는 ‘평면 디스플레이 분기별 수요 공급’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OLED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94% 성장한다고 예상했습니다.

중국 업체 중 BOE만 OLED 패널 시장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닙니다. 대표 사례일 뿐이죠. 유비리서치 ‘2021년 중국 OLED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스마트폰용 OLED 매출액은 9.9억달러(1조125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8.3% 늘었습니다. 유비리서치는 “중국 패널 업체들이 생산하는 OLED가 저해상도에서 고해상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업체가 OLED 패널 부품을 신규 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실리콘웍스의 소화 능력은 어떨까요. 팹리스(Fabless) 업체 실리콘웍스는 생산 실적 등이 따로 표기되지 않아 정확한 숫자 비교가 어렵습니다. 다만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실리콘웍스가 LCD 패널 부품에서 OLED 패널 부품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실리콘웍스-LG디스플레이 거래 내역. (자료=실리콘웍스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 실리콘웍스-LG디스플레이 거래 내역. (자료=실리콘웍스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실리콘웍스와 LG디스플레이의 거래 내역을 상세하게 볼까요. 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 국내 사업장과의 거래 비중이 크게 줄고 LG디스플레이 종속법인인 해외 사업장과의 거래 비중은 급증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 국내 사업장은 파주, 구미, 마곡이 있는데요. 생산 공장은 파주와 구미 2곳입니다. 2018년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에서 OLED 패널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LCD 패널 생산 위주의 구미 공장 생산 라인은 힘이 많이 약해졌죠. 

거래 내역의 변화는 주요 거래처인 LG디스플레이의 변화에 맞춰 실리콘웍스도 사업을 재편했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실리콘웍스가 OLED 패널 부품 관련 충분한 기술력과 인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봅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2일 실리콘웍스 리포트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OLED 패널 수요 증가세가 가파를 수 있다. 주로 LCD 패널을 채택해오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OLED 패널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소형 OLED 패널 생산량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BOE, CSOT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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