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SDS 사옥. (사진=삼성SDS)
▲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SDS 사옥. (사진=삼성SDS)

삼성SDS의 물류 부문은 IT서비스와 더불어 회사의 대표 사업입니다. 물류정책기본법상 물류업은 재화가 공급자로부터 수요자에게 전달되거나 소비자로부터 회수돼 폐기될 때까지 이뤄지는 운송·보관·하역·관리 등의 제반 업무를 뜻합니다. 상품을 옮기는 과정에서 다양한 운송수단과 보관시설이 필요하죠. 하지만 I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는 이러한 물리적 인프라는 갖추지 않고 IT 시스템을 활용한 물류 사업을 펼칩니다. 이른바 4PL(4자 물류)를 지향합니다. 4자 물류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업체가 물류를 담당하는 3자 물류에 △SCM 관리 △솔루션 △각종 부가가치 서비스 등이 더해진 물류 서비스를 뜻합니다.

삼성SDS의 물류 부문의 매출 규모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물류 부문 매출은 1조85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증가했습니다. IT서비스 부문(1조3919억원)보다 4671억원 많습니다. 최근 5년의 2분기 매출을 놓고 봐도 2016년 2분기엔 8387억원이었지만 2017년 2분기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줄곧 증가 추세입니다. 특히 올해 2분기는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의 TV와 가전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휴대폰과 같은 작은 제품보다 TV나 백색가전 등 크고 고가인 제품의 물류 단가가 더 비싸겠죠. 단가가 높은 제품의 물동량이 늘었으니 삼성SDS의 물류 사업 매출도 증가했습니다.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은 초라합니다. 최근 5년간 2분기 실적을 보면 2018년 2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100억원대를 오가다 올해 2분기 361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1조원대를 넘어선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적다보니 영업이익률은 1%대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비, 일반관리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입니다.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비용이 많으면 영업이익이 증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영업이익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물류사업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삼성SDS의 4자 물류 서비스는 고객이 공장에서 제품을 출하하기만 하면 판매매장에 도착할 때까지 신경 쓸 일이 없도록 책임져주는 서비스입니다. 삼성전자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TV가 미국의 전자제품 매장으로 간다고 가정해보죠. 우선 공장에서 출하된 TV를 항구로 옮겨야 합니다. TV를 대형 트럭으로 옮긴다면 트럭 운임이 발생합니다. 항구에 도착한다고 바로 배에 실리는 것도 아니죠. 항구 인근의 창고에서 대기하면서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창고에 TV를 보관하는 동안 보관료가 나옵니다. 배에 실려 미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운임이 발생하죠. 미국의 항구에서 물류센터로, 또 매장으로 TV가 옮겨지는 동안 계속해서 보관료와 운송 운임이 발생합니다.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임이 일정한 것도 아닙니다. 배나 비행기로 제품을 실어나르다보니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습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해상·항공 운임도 비싸지죠. 코로나19로 IT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면서 물류 수요도 증가해 운임과 보관료도 올랐습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삼성SDS의 올해 2분기 판매비·관리비 합계는 216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2107억원)보다 53억원 늘었습니다.

삼성SDS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외 고객을 늘리면서 영업이익률 끌어올리기에 나섰습니다. 안정태 삼성SDS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물류에서 지급물류비의 비중이 큰데, 경쟁입찰 등을 통해 손익 개선을 이뤘다"며 "하반기에도 큰 규모는 아니지만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용 감소와 함께 매출 증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죠. 삼성SDS는 지난 5월 열린 '첼로 컨퍼런스 2021'에서 공개한 물류 플랫폼 '첼로 스퀘어 4.0'을 8월부터 제공할 예정입니다. 첼로 스퀘어 4.0은 화주가 배송하고자 하는 화물 종류·중량·출발지와 도착지·운송 일정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최적의 운송경로를 추천해줍니다. 운송이 완료되면 청구 내역을 자동으로 정산하고 물류 데이터 분석 리포트도 제공합니다.

첼로 스퀘어 4.0의 타깃은 삼성 관계사가 아닌 대외 수출 기업입니다. 수출 기업이 첼로 스퀘어 4.0을 많이 이용할수록 삼성SDS의 물류 매출·영업익도 늘어나겠죠. 오구일 삼성SDS물류사업부장(전무)은 컨퍼런스콜에서 "첼로 스퀘어를 견적·계약·주문·실행·모니터링·정산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면서 국제 운송과 풀필먼트 분야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7월부터 북미와 유럽 지역은 전통적인 성수기에 돌입합니다. 삼성SDS에겐 기회이지만, 반대로 물류 수요가 늘면서 해상·항공 운임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라 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삼성SDS는 하반기 IT서비스 부문에서도 매출이 소폭 성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안 실장은 "하반기에 클라우드와 차세대 ERP(전사적자원관리), 제조공정 자동화 등의 사업이 활발할 것이므로 매출 성장률은 한 자릿수 후반대로 예상한다"며 "클라우드와 스마트팩토리 분야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신규 고객 발굴에 나섭니다. 프라이빗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퍼블릭 클라우드와 구분됩니다. 특정 기업이나 사용자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뜻하죠. 개발·관리를 특정 기업에 맞춰야 하므로 비용이 높다보니 주로 대기업이 이용합니다. 하이브리드는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결합해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이나 기관에게 민감한 데이터는 프라이빗에서, 외부의 접근이 가능한 부분은 퍼블릭에서 다룰 수 있겠죠.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사업자의 클라우드를 이용해 하나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멀티 클라우드라고 부릅니다.

구형준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장(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클라우드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프라이빗은 존재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플랫폼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삼성SDS는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3조 2509억원, 영업이익 224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7%, 14.2%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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