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티의 '퍼스트클래스 택시'.(사진=박현준 기자)
▲ 우티의 '퍼스트클래스 택시'.(사진=박현준 기자)

26일 정오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 주차장.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한 45인승 버스가 눈길을 끈다. 가까이서 보니 버스 옆면에 'UT 퍼스트클래스 택시'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분명히 45인승 버스인데 택시라니. 그것도 비행기 좌석 이름에 쓰는 퍼스트클래스? 의문을 품은 채 차량에 탑승했다. 

출입문이 열리자 두 명의 승무원이 기자를 맞이했다. 체온을 재고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후 편한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내부로 들어서자 4개의 안마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엔 45인승 버스이지만 4명까지만 탑승 가능하다. 의자에 앉으면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유사하다. 디스플레이와 연동돼 있는 태블릿PC를 통해 게임·유튜브·음악 등을 즐길 수 있다. 의자 옆에는 음료와 다과가 있는 스낵바도 준비돼 있다. 요청하면 승무원이 자리로 가져다준다. 퍼스트클래스 택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이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는 우티 앱에서 UT(가맹택시)와 중형 차량 중 하나를 선택해 호출한 이용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된 이들에게 제공된다. 택시를 호출했는데 비행기와 유사한 내부를 갖춘 45인승 버스가 오는 셈이다. 운임도 무료다. 우티가 마련한 퍼스트클래스 택시 이벤트는 이날부터 9월25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퍼스트클래스 택시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운행된다. 우티의 깜짝 혜택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우티는 지난 5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를 활용해 동일한 방식으로 무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 우티의 '퍼스트클래스 택시' 내부 전경(왼쪽)과 뒷쪽에 마련된 포토존. (사진=박현준 기자)
▲ 우티의 '퍼스트클래스 택시' 내부 전경(왼쪽)과 뒷쪽에 마련된 포토존. (사진=박현준 기자)
▲ 우티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 화면. (사진=우티 앱)
▲ 우티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 화면. (사진=우티 앱)

무료 이벤트는 보통 기업들이 해당 서비스의 출시를 앞두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에게 신규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실제 고객으로 이어지는 것을 노리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티는 테슬라 모델3 서비스와 퍼스트클래스 택시를 상용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 없다. 우티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하는 이벤트다. 무료 이동 서비스를 위해서는 비용과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무료이다보니 회사로 돌아오는 수익은 없다. 오롯이 인지도 향상만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우티가 투자를 펼치는 이유는 국내 택시호출 시장 소비자들에게 우티의 존재감을 알리고 선발주자를 추격하기 위해서다. 우티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가 합작해 만든 법인으로 올해 4월1일 출범했다. SKT가 운영하던 티맵택시가 우티로 바뀌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1위 이동통신사가 만든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이지만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국내 택시호출 시장은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점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회사들과 가맹계약을 맺거나 회사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택시호출 시장을 선점했다. SKT가 티맵택시로 맹추격을 벌였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앱에 익숙해진 소비자와 택시회사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버는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국내에서의 존재감이 낮은 편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유사한 일반 택시호출 서비스를 하는 우티의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티 관계자는 "시승 이벤트는 소비자들에게 우티 브랜드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정식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우티와 티맵모빌리티는 현재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뒤쫓는 입장이지만 추후 대규모 투자·제휴를 예고하고 있어 반전을 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티의 모기업 티맵모빌리티는 SKT의 인적분할 후 오는 11월1일 새롭게 출범할 ICT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박정호 SKT 최고경영자(CEO)가 이끌 SK스퀘어는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를 비롯한 △앱마켓(원스토어) △커머스(11번가) △융합보안(ADT캡스) 등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SK스퀘어 출범 후 티맵모빌리티와 우티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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