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리모델링②]갑작스런 M&A 공통점은 '플랫폼'...쿠팡·배민 모델?

발행일 2021-09-03 15:15:13
LG에서 독립한 이후 16년 동안 변하고 싶어도 변하지 못했던 GS가 올해 달라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결정적인 순간 머뭇거리던 모습에서 탈피해 수소, 이커머스, 바이오 등 신사업에 과감하게 진출했다. GS의 변화는 4차산업 혁명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연결돼 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GS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모델링 작업을 점검해본다.
GS리테일 우리동네딜리버리 우친배달자. (사진=GS리테일)


GS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GS그룹은 그간 인수합병(M&A) 시장과 거리가 멀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변화의 중심엔 GS리테일이 있다. 

올해만 크고 작은 인수 3건을 진행했다. GS리테일은 지난 2월 실시간 배송 서비스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를 인수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1위 반려동물 플랫폼 펫프렌즈 지분 30.0%를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사모펀드와 손잡고 요기요 지분 30.0%를 매입했다.
거래액 25조원, 요기요 인수도 고려한 목표였나
GS리테일의 행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메쉬코리아, 펫프렌즈, 요기요 모두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인수 매물을 떼놓고 봐도 방향성은 동일하다. GS리테일은 지난 6월 자체 개발 배달앱 ‘우딜(우리동네딜리버리)’을 선보였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 구조에서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로 축이 옮겨가고 있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강자로의 도약 등을 경영방침으로 삼고 실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변화는 예견됐다. 주력인 편의점 사업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IR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편의점 사업이 GS리테일의 매출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격은 상당하다.

GS리테일 실적 추이. (자료=사업보고서 및 반기보고서)


편의점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GS리테일 2020년 사업보고서 내 ‘편의점 시장의 매출규모’를 보면 2016년 18.2%에 달했던 성장률은 지난해 2.4%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점포 수 증가율도 2016년 13.8%에서 지난해 6.7%로 하락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GS리테일도 이를 위험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GS리테일의 2021년 반기보고서 내 ‘코로나19로 인한 업태별 영향’을 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패턴이 온라인 주문으로 변화했다”며 “편의점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점포수 및 매출액 추이. (자료=반기보고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주력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2025년까지 거래액 25조원(각각 14조8000억원, 5조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두 업체가 추정한 2020년도 취급액 규모는 15조4000억원(각각 11조원, 4조4000억원)이다.

발표 이후 시장에선 오프라인 편의점 위주 사업구조로는 거래액 25조원 달성이 쉽지 않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하지만 요기요 인수 등으로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목표 달성 가능성은 높아졌다.

1만6000개 점포에 700만 빅데이터 더한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꿀 경우 GS리테일은 CU가 아닌 쿠팡, 배달의민족 등과 경쟁해야 한다. 자연스레 ‘요기요’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용자 수와 데이터가 경쟁력이다. 모바일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요기요 이용자는 717만명이다.

편의점 PB 비중 증가세. (자료=한국체인스토어협회)


업계에선 GS리테일이 700만명이 넘는 이용자와 데이터 확보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자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7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갖고 있는 앱은 많지 않다. 요기요 인수는 700만명의 소비자와 그들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라며 "아주 가까운 예시로, PB제품을 만들 때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구체적인 요기요 활용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업계에선 음식 배달 서비스와 함께 편의점을 활용한 간편식 및 생활필수품 배달을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B마트라는 성공 사례가 있고, 시너지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B마트는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로 배달하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다. B마트는 무섭게 성장중이다.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은 B마트 실적을 별도 공시하지 않는다. 다만 2020년 감사보고서(개별) 내 ‘상품매출’ 추이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2020년 상품 매출은 2187억원이다. 전년 대비 327.9% 증가한 수치다. 상품매출은 다른 회사 제품을 매입한 후 일정 마진을 붙여 되팔아 수익을 내는 매출로 B마트 실적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B마트의 무서운 성장을 들여다 보면 '경쟁자가 없었다'는 성공 요인이 보인다. 요기요가 후발주자로 ‘요마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마트는 물류 센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서비스 초기 종이 포장지 등을 제외하면 차별화된 포인트도 내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우아한형제들)

관건은 GS리테일이 이미 시장에 안착한 B마트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느냐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요기요'가 이미 7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전국 1만6000개의 소매점도 보유하고 있다. 소매점을 도심물류센터처럼 활용할 수 있다. GS25(편의점)·GS더프레시(마트)·랄라블라(H&B) 등 활용할 수 있는 품목도 다양하다.

B마트가 서울과 수도권에만 30여개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 단위 사업에서는 GS리테일이 앞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GS리테일이 지난 2월 지분 19.5%를 확보한 메쉬코리아도 든든한 조력자다. 메쉬코리아는 전국 450여곳에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인수 후 과제는 없을까

GS리테일이 요기요 인수 후 처음 마주할 문제는 독일 기반 소프트웨어 교체다. 요기요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배차 서비스 등 딜리버리히어로(DH) 기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DH 입장에선 경쟁사가 된 요기요의 기술 사용을 허락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요기요 전사 간담회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GS리테일과 요기요가 독자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개발자 확보는 필수적이다. 요기요가 올해 초 3년 내 연구개발(R&D) 조직을 현재 200명 규모에서 최대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기요는 면접만 봐도 추천인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했지만 개발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요기요에 정통한 관계자는 “개발자 몸값이 높아졌고 다양한 업체에서 개발자를 필요로 하고 있어 인력 확보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올해 초에는 타부서 인원을 R&D 부서로 옮기는 일도 빈번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과제는 출혈경쟁이다.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선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배민 B마트 ‘첫주문 100원’ 마케팅,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혜택’ 등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다. 공격적 마케팅은 막대한 주문 증가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적자를 유발하는 요소다. 요기요도 슈퍼클럽 마케팅을 시작한 2019년, 에비타(EBIDTA)가 마이너스(-) 493억원까지 감소했다.

요기요 인수 개요. (자료=한국기업평가 'GS리테일의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인수에 대한 KR의 의견' 리포트)

GS리테일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시장에 뛰어들었다. 투자 여력은 충분하지만 지분율이 낮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GS리테일은 재무적투자자(FI) 2곳과 함께 요기요 인수에 참여했다. 출혈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도 있다. GS리테일 입장에선 ‘성장을 위한 투자’지만 FI 2곳 입장에선 ‘경영 실패’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GS리테일의 요기요 지분율은 30.0%다. 요기요는 GS리테일 온라인 중심 사업구조 강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확실한 변화를 위해 요기요 지분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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