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13 등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애플 유튜브 채널)
▲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13 등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애플 유튜브 채널)

'빅테크 공룡'인 애플이 신작 아이폰13 출시를 앞두고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엄격한 '비밀주의'가 직원들의 '행동주의'로 인해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한 타국에선 매서운 규제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IT 매체 <씨넷(Cnet)>은 23일(현지시간) "'애플 투(애플판 미투운동)'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극도의 비밀주의를 추앙하는 애플의 방식에 대해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애플은 팀을 사일로화하고 자신의 일을 동료들에게도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교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씨넷은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런 비밀주의가)직원들이 성희롱과 차별을 비롯한 적대적인 근무환경을 고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판한다"고 보도했다.

사일로화는 부서 또는 조직 단위로 IT 인프라 또는 솔루션을 구축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부서와 조직, 브랜치별로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애플도 부서 간 보안에 신경쓰는 과정에서 사일로화가 발생했다는 관측이다. 

전임 CEO인 스티브 잡스의 유산이자 불문율이었던 애플의 비밀주의가 도마위에 오른 건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시행된 후부터다.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Slack)'을 통해 사일로화된 팀 사이로 소통의 벽이 허물어졌다.

특정 지역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의 급여가 여타 직원과 비교해 낮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화두가 됐다. 직원들은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해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약 6%로 나타난 것을 근거로 사측과 협상을 위한 슬랙 채널을 만들었는데, 회사는 이를 금지시켰다.

또한 과거 수석 엔지니어링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한 여성직원은 직장 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직장 괴롭힘과 차별 문제도 야기됐다고 씨넷은 전했다. 애플 투에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성추행 등 수백 건의 제보가 이어졌다.

이달 초 직원들은 팀 쿡 CEO와 고위 경영진에게 공개서한을 발송해 16만명의 직원 처우를 개선하고 "포용, 다양성, 형평성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청했다.

씨넷은 애플 투 이슈와 함께 한국에서 불거진 정치적 이슈도 애플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이달 14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30% 수수료를 징수해온 애플에 직격탄이 된다.

미국 현지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는 반경쟁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한 데 반발해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다. 법원은 90일 내로 앱스토어에 외부 결제용 링크를 허용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소송 쟁점에 대해선 애플이 승리했고, 에픽게임즈는 곧바로 항소 절차에 돌입하는 등 법적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애플은 아이폰 등 기기에서 아동학대 이미지를 식별해 경고하는 기능을 도입하려다 보류했다. 프라이버시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활동가들의 반발을 사면서다.

씨넷은 "팀 쿡은 잡스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이후 지난 1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신제품들을 소개하는 9월 14일 행사의 전면에 섰다"며 "그가 흥분해서 애플의 신제품과 회사의 '유니크함'에 대해 논하는 것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그에게 이렇게 많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것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라 꼬집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