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무실을 완전히 떠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확대되는 가운데, 현실·가상을 결합한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 근무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효석 소풍벤처스 PR디렉터가 메타버스 근무를 경험했던 근로자의 입장에서 체험기를 보내왔다.
[기고|이효석 소풍벤처스 PR디렉터] 수개월간 메타버스 ‘광풍(狂風)’이 불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시작해 언론, 대기업에 이어 정치권까지 떠들썩했으니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메타버스는 처음에는 게임 용어였다. 이후 정보기술(IT)플랫폼의 용어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원격근무 환경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나는 ‘메타버스 근무’에 관해 적어보고자 한다. 글 좀 쓴다, 말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한번씩 메타버스와 원격근무를 얘기했는데 정작 메타버스 근무를 경험한 당사자의 직설은 제대로 접한 적이 없는 듯해서다.

짧게나마 메타버스에서 원격근무하는 회사에 다녔다. 진귀한 이 경험의 희소성이 퇴색하기 전에, 그리고 나 스스로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바를 글로 기록해두고 싶다. 이왕 글을 쓰므로, 메타버스 근무 도입을 고민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큼 알차게 써보고 싶다. 그러나 이 글을 다 읽고도 계속 메타버스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실지는 모르겠다.

▲ △기사 본문과는 무관한 사진.(출처=페이스북 호라이즌)
▲ △기사 본문과는 무관한 사진.(출처=페이스북 호라이즌)
메타버스로 출근했다
아침에 지옥철을 탈 때면, 코로나 방역 지침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 동시에 메타버스에서 근무하고 싶어진다. 새 직장을 구하던 당신. 한 회사의 채용 광고를 보게 됐다. “출퇴근 시간 지옥철, 지겨우시죠? 집이든 카페든 원하는 곳에서 근무하세요!” 말로만 듣던 메타버스 근무, 편할 것 같다. 지원했더니, 합격했다. 메타버스에서 100% 원격근무하는 회사에 새로 입사했다.

입사 첫날 당신은 어떻게 동료들을 만나게 될까?

우선 입사 며칠 전, 택배로 노트북을 받을 것이다. 몇 만원의 택배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집으로 노트북을 보내주니 편하고 새롭다.

택배 상자 속에는 회사의 로고가 박힌 후드 티셔츠 등 웰컴 키트(Welcome Kit)도 들어있다. 노트북과 함께 당신은 이메일을 받을 것이다. 이메일에는 당신이 출근할 회사 주소가 적혀 있다. 그런데 도로명주소 같은 오프라인 주소가 아니다. 바로 메타버스로 접속하는 온라인 주소다.

▲ △개더타운은 미국 스타트업 ‘개더’가 만든 가상 오피스 공간이자 메타버스 화상회의 플랫폼이다. 회의실, 강연장 등 사무공간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현실세계처럼 대화를 걸고 싶은 상대방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카메라가 켜지면서 대화가 가능하다.(출처=개더타운)
▲ △개더타운은 미국 스타트업 ‘개더’가 만든 가상 오피스 공간이자 메타버스 화상회의 플랫폼이다. 회의실, 강연장 등 사무공간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현실세계처럼 대화를 걸고 싶은 상대방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카메라가 켜지면서 대화가 가능하다.(출처=개더타운)

당신 회사가 개더타운(gather town) 같은 웹 기반 메타버스에서 일한다면 곧장 근무공간으로 접속할 수 있는 URL이 있겠고, 내려받아 설치해야 하는 응용프로그램 기반 메타버스에서 일한다면 첨부파일 또는 설치파일 다운로드 링크가 들어 있겠다.

아바타 설정. 이때까진 재미있다. 설치도 하고, 접속도 마쳤다. 이제 출근시간에 맞춰 메타버스 근무공간으로 입장할 시간이다. 새 회사에 대한 설렘을 안고 메타버스에 들어선 당신. 아바타의 옷차림을 설정하고, 메타버스 사무실에 입장한다.

▲ △(출처=개더타운)
▲ △(출처=개더타운)

방향키를 눌러 내 자리를 찾아가면 팀원들이 나를 반길 것이다. “OO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또는 닉네임)을 부르는 팀원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모습으로? 아바타 위 카메라 화면 속에 실제 얼굴이 둥둥 떠있는 채로. 이들이 앞으로 당신과 일할 동료들이다. 

작은 노트북 화면, 그리고 더 작은 캠화면 속의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들. 

메타버스 근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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