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 (사진=위믹스 네트워크 홈페이지)
▲ (사진=위믹스 네트워크 홈페이지)


빗썸이 2017년까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여전히 시장의 맹주는 업비트이지만, 난공불락과 같았던 점유율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에서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코인힐스 기준으로 이달 15일부터 25일까지 국내 4대 거래소의 점유율 밴드를 추산하면, 업비트는 69.4~85.3%, 빗썸 12.4~27.0%, 코인원 1.9~3.4%, 코빗 0.1~0.3%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이달 24일만 놓고 보면 업비트 70.7%, 빗썸 26.1%, 코인원 2.5%, 코빗 0.2%입니다. 8월말 업비트의 점유율은 90%까지 치솟았는데 최근에는 앞자리 '7'자에서 움직이고 있죠.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도 살펴볼까요? 빗썸은 코인마켓캡이 자체 추산한 '거래 점수(Exchange score)'로 6.7점(10점 만점)을 받아 17위, 업비트는 6.3점으로 20위를 차지했습니다. 24시간 거래량, 평균 유동성, 주별 방문자 지표에선 빗썸이 업비트에 뒤처지지만, 상장된 코인 수는 빗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자들이 빗썸을 다시 찾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코인 수가 더 많아서만이 아닙니다. 최근 이 시장을 달궜던 '위믹스(WEMIX)'와 같은 핫한 코인이 상장돼있어서죠. 위믹스는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미르4'와 연동된 코인입니다. 미르4 아이템인 흑철을 모으면 위믹스로 바꿀 수 있고, 위믹스는 빗썸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구조죠.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P2E(플레이 투 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위믹스는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코빗에도 위믹스가 상장됐지만, 거래 유동성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빗썸에 몰렸죠.

더 나아가 위메이드는 빗썸,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연합'을 맺으려 하고 있습니다. 소유구조가 복잡한 빗썸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얻고 위메이드의 미래사업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죠. 위메이드는 지난 7월 15일 비덴트에 50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 지위를 얻었고, 같은달 27일에는 추가로 3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올해 지스타에서 "P2E 게임은 세상이 변해가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언급하고, 위메이드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서비스 '클레바(KLEVA)'를 연내 선보일 계획을 밝혔습니다.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을 위해 위메이드와 비덴트 연합은 미디어콘텐츠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에 첫 공동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렇듯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기반 사업에는 빗썸 거래소가 연계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위믹스뿐 아니라 NFT 자산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디비전 네트워크도 빗썸에 올 초 상장돼 최근 메타버스, NFT에 대한 관심을 등에 업고 먼저 진입한 투자자들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겨다줬죠. 디비전 또한 업비트에서는 거래할 수 없습니다.

물론 거래소의 상장정책은 각자 기준에 따라 다르고, 상장한 코인 수가 많느냐 적느냐는 우열을 나누는 잣대는 아닙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목적은 수익에 집중돼 있죠. 최신 트렌드와 맞물려 주목받는 코인이 많은 곳과, 예전에 상장된 코인이 많아 트렌드를 소화하지 못하는 곳을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시선은 전자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업비트가 상장한 코인에 설왕설래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18일 상장한 알고랜드 코인은 90% 오름세를 보여주다가, 50%가량 하락하는 롤러코스터 등락을 연출했죠. 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에서 2000원대에 거래되던 알고랜드 코인이 업비트에선 6500원에 상장됩니다. 상장가는 거래소 재량이니까요.

그러나 알고랜드는 업비트에서 떨어지는 칼날도 깊었습니다. 또 디카르고 코인의 유통량 정보도 뒤늦게 전해지면서 피해를 본 업비트 투자자들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업비트는 적시에 조치를 취했고, 유통량 및 시세 변동 조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해명했죠. 빗썸 역시 아로와나토큰이 반나절만에 부실 상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상장심의위원회를 통해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뺐습니다.

이 같은 업황 속에서 거래소 간 희비도 엇갈렸습니다. 데이터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 기준 빗썸의 10~11월 이용자수는 68만1528명으로 9~10월(61만9677명) 대비 약 10.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업비트는 276만6192명에서 285만8035명으로 3.3% 증가한 것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업비트의 수성 전략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NFT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NFT 경매, 2차 마켓에서 이용자 간 거래도 가능하도록 했죠. 국제표준 개인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인 'ISO 27701'을 취득해 안전성도 높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빗썸은 최근 위믹스, 디비전, 싸이클럽, 샌드박스의 출금 수수료를 인하하며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죠. 

이렇듯 업비트와 빗썸의 공방전이 가열찬 것은 '쓸만한 거래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순간 투자자들이 다른 곳으로 갈아타는 건 너무나 손쉽기 때문입니다. 매일마다 요동치는 거래소 점유율은 이를 방증하고 있죠.

만년 4등을 차지했던 코빗의 반격도 주목됩니다. 코빗은 SK스퀘어로부터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코빗의 가상자산거래소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SK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화번호 기반 통합로그인 서비스, DID(Decentralized Identifiers) 기반 간편 인증 서비스 등을 도입할 방침입니다. 이동통신사 1위인 SK텔레콤의 역량이 더해지는 것이죠.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가상자산 거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에도 나섰죠.

가상자산거래소 간의 싸움은 앞으로가 '진짜'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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