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3·플립3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폴더블폰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잇따라 비슷한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폴더블폰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은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출시 이후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에서 3수 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갤럭시Z 시리즈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약 800만대 전후로 추정했다. 특히 상하로 접는 갤럭시Z 플립3가 사용성이 개선된 외형,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출시되면서 이 같은 인기를 견인했다.

▲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현재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이번 3분기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26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0% 급증했고, 이 중 삼성전자는 점유율 93%를 차지했다. 2위 화웨이의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최근 중국의 오포를 비롯한 일부 업체들이 자체 폴더블폰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추격에 나섰지만 복수의 시장조사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독주가 최소 2022년까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 전체를 견인하기엔 역부족이란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이윤정 연구원은 "2021년 3분기 기준 8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75%, 삼성은 19%이며 여타 브랜드들의 입지는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의 점유율은 57%에 달한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의 점유율은 57%에 달한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주로 고가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사용되는 폴더블폰은 이 연구원이 말한 800달러 이상 프리미엄 라인업에 해당한다. 앞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애플 구도가 장기간 이어졌지만 이는 고급형·중저가형 스마트폰 전체 출고량을 합산한 수치다. 즉, 고급형 시장에 한정해선 애플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며 향후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비슷한 영향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디스플레이 공급 이슈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원은 "현재 폴더블 패널의 독점 공급사라 할 수 있는 삼성디스플레이(SDC)의 생산력을 고려할 때 당분간 삼성전자를 제외한 브랜드로의 대규모 공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BOE 같은 중국 패널 업체들은 아직 기술 및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애플이 언제쯤 폴더블폰 시장에 참전할 것인지에 대해선 예측이 분분하다. 업계는 빨라야 2023년, 통상 2024년 정도를 내다본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초기 애플이 갖고 있던 '혁신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지만 애플은 예상 밖으로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폴더블폰 개발에 관해 임원급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온 적도 없다.

▲ 폴더블 아이폰 예상 이미지 (자료=콘셉트 아이폰 유튜브)
▲ 폴더블 아이폰 예상 이미지 (자료=콘셉트 아이폰 유튜브)

이는 앞서 언급한 폴더블 패널 공급 상황 및 애플의 제품 개발 성향과 맞물려 해석할 수 있다. 애플은 부품 공급사를 한 곳만 두는 것을 경계한다. SDC 외 LG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최소 투트랙 패널 공급이 가능한 시기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또한 애플은 팀쿡 체계로 접어든 지난 10여년간 타사보다 앞선 길을 가는 '퍼스트 무버'보다 신기술 및 트렌드에 대한 충분한 검증 후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추격하는 '슬로우 팔로워' 전략을 택해왔다. 폴더블폰도 마찬가지다. 아직 시장이 크지 않고 기술 완성도 역시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제품 출시는 애플에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14억대 전후로 추산되는 가운데, 폴더블폰 출하량은 불과 1000만대 안팎이다. 1억대 돌파 시점도 최소 2028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애플의 최근 실적,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자사 영향력을 고려하면 폴더블폰 시장 진입을 더더욱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애플은 올해 회계연도 4분기 매출 833억6000만달러, 영업이익 237억8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8%, 영업이익은 61% 증가한 수치다.

이 연구원은 "애플은 폴더블폰 기술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으며 추후 애플이 한층 다듬어진 기술과 가격대의 폴더블폰으로 시장에 참전한다면, 폴더블폰 시장 초고성장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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