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요약하면?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금융·비금융 정보를 융합해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핀테크 업체 '핀크'는 타인의 자산 항목별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핀크리얼리'로 초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비금융 정보를 결합한 '대안 신용평가'가 금융 소외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적 금융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핀크와 SK텔레콤은 통신 데이터로 고객을 분석하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 'T스코어'를 개발해 대출 금리와 부도율을 낮추고 있다.

•핀크는 전자금융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자격을 획득해 모든 금융소비자가 합리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챌린저뱅크(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소규모 특화은행)'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이 대주주인데, 왜 우리가 너희한테 계좌를 연결해 줘야 돼?'라는 은행들의 반발이 초기에 굉장히 심했습니다."

권영탁 핀크 대표는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이 같이 회상했다. 핀크는 2016년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핀테크 시장에 진출하고자 각자 51:49 비율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높은 관심 속에 2017년 9월 앱을 공식 론칭했지만 고객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또 하나의 '하나은행 앱'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라는 꼬리표로 다른 은행들이 펌뱅킹(기업과 은행 간 금융결제망) 계약을 터주지 않아서다.

그러던 핀크는 지난해 11월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건을 돌파해 주요 핀테크 서비스로 우뚝 섰다. 반전의 키는 2019년 12월 시행된 '오픈뱅킹'이었다. 오픈뱅킹은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출금·이체할 수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이다. 금융결제망 인프라의 개방으로 핀크는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시중은행 계좌에 1000만원 한도로 송금 가능한 이체 기능을 발빠르게 선보이고, 무제한 무료 송금까지 제공해 단숨에 고객들을 이끌었다.

▲ 권영탁 핀크 대표가 블로터 테크웨비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블로터)
▲ 권영탁 핀크 대표가 블로터 테크웨비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블로터)

여기에 이어 핀크는 지난해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획득했다.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를 융합해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핀크는 핵심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했다. 자산관리 서비스에선 자동차·부동산 등의 비금융 자산도 관리할 수 있고, 금융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핀크리얼리'를 통해 타 투자자의 주식 매수·매도 현황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핀크리얼리는 초보 투자자에게도 쏠쏠한 이익을 안겨준다. 권영탁 대표는 "한 주린이(초보 주식 투자자) 고객은 1억원 이상 투자하는 사람들을 벤치마크해서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그걸 가지고 4개월 만에 수익률 50%를 벌었다"고 전했다. 핀크는 마이데이터뿐 아니라 전자금융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자격을 획득해 '챌린저뱅크(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소규모 특화은행)'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블로터>는 권영탁 핀크 대표를 만나 사업 전략과 마이데이터 기술 동향을 들어봤다.

Q. 핀크에 대해 소개해달라. 
A. 핀크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금융 경험을 제공하고자 출범했습니다. 대안 신용평가 모델인 'T스코어' 그리고 맞춤형 대출 상품을 지원하는 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종합적·입체적으로 제공하는 토탈 핀테크 플랫폼이죠. 고객의 금융생활을 분석해서 초밀착 금융 가이드를 지원해드릴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출시했습니다. 고객 중 약 70%가 MZ세대로,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들의 좋은 금융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마이데이터는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서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개념인가?
A.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하기 전에는 고객정보의 소유권이 어디에 있느냐가 이슈가 됐었습니다. 고객의 정보는 당연히 고객 것인데,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금융회사의 것인양 약간 헷갈리는 '회색지대'에 있었던 게 사실이었고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제 '고객의 정보는 고객의 것'이라는 게 명확해진 겁니다. 이전까지는 한 고객이 은행을 2~3개 쓰고 증권사를 또 2~3개 쓰고 보험을 쓴다면 일일이 지점을 방문하거나 금융기관 앱을 받아야만 했죠.

Q. 개인적으로도 이용하는 은행이 여러 개 있으면 귀찮기도 했다.
A. 이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자의 앱을 하나 다운받으면 그 고객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한 곳의 앱에서 모아서 확인할 수가 있게 됐습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하는 핀테크 회사는 그 고객의 금융 데이터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고객이 제대로 된 금융상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사용하고 있는지를 판단해서 더 적절한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Q. 마이데이터를 통한 핀크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A. 현 시점에서 마이데이터 수익 모델은 금융상품 중개 수수료입니다. 고객의 금융생활 패턴을 분석해 더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이죠. 마이데이터는 금융부터 향후에는 유통이나 의료 혹은 교육까지 굉장히 포괄적인 범위로 확장될 것입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의 상품, 서비스 BM(비즈니스모델)은 거기에 맞춰서 계속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 권영탁 핀크 대표가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블로터)
▲ 권영탁 핀크 대표가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블로터)

Q. 고객 중 약 70%가 MZ세대인 이유는 무엇인가?
A. MZ세대는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본인이 알아서 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죠. 앱에서 모든 라이프 사이클을 처리하는 경향도 굉장히 짙습니다. 핀크를 통하면 귀찮게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나 증권사를 방문할 이유가 전혀 없고요. 금융을 잘 이해하고 금융 서비스로부터 굉장히 큰 혜택들을 많이 보는 다른 고객들을 벤치마크할 수 있도록 금융 SNS '핀크리얼리'도 최근 론칭했습니다.

Q.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서비스로 이해된다.
A. 핀크리얼리에선 자신의 투자 내역은 물론 10억, 20억원의 자본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내역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면, 주린이에 해당되는 고객이 1억원 이상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벤치마크해서 4개월 만에 수익률을 한 50%를 냈습니다. 수익률이 높지 않은 대신 1억원 이상 투자가 집행된 종목들을 리스트업해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겁니다. 이런 사례가 핀크리얼리가 MZ세대들에게 먹힐 수 있는 밸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Q. 비금융데이터를 핀크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해달라.
A.
고객의 이동전화 사용 기간, 납부 및 로밍 내역 등 통신 데이터들을 활용해서 씬파일러에게 효과적인 금융상품 서비스 지원이 가능할 것입니다. 기존 신용평가에서 금융데이터가 없는 사람은 현금 부자이더라도 신용평가 점수가 좋을 수 없죠. 그런 불합리함을 없애기 위해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이 미국에서는 굉장히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핀크와 SK텔레콤은 통신 데이터로 고객을 분석하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 'T스코어'를 개발했습니다. T스코어를 활용해서 대출을 받으면 최대 1%의 금리를 인하할 수 있습니다.

Q.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A. 외국에서는 SNS에서 고객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내용을 스크래핑해서 신용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격한 용어를 사용하더라, 이런 것들까지 산정하는 묘한 방식들도 있는데 실제 유의한 값을 가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핀크의 T스코어는 고객의 통신 점수를 산정하고 전통적인 신용평가 점수와 함께 결합해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T스코어를 적용한 2금융권 고객의 대출 부도율이 기존 신용평가 대출고객 대비 1.06% 정도 낮춰졌고, 1금융권 같은 경우는 0.55% 정도가 낮아졌습니다. 모두가 '윈윈'하는 모델인 것이죠. 대안 신용평가 모델들이 시장에서 자리잡고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 고객들이 필요로 할 때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포용적 금융'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Q. 마이데이터 전면시행일이 올해 1월 5일인만큼 '누가 대출을 해서 갚았다' 이런 데이터는 조금 부족할 거 같다.
A. 마이데이터와 신용평가 모델은 같은 레이어(층)에 위치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를 통해서 들어온 비금융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안적 신용평가 모델들이 향후에 결괏값으로 나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포텐셜(잠재력)이 상당히 높다라는 판단이 드는 거고요. 이미 대안적 신용평가 모델들은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단계까지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 소비자 입장에선 마이데이터로 어떤 혜택을 기존과 다르게 누릴 수 있을지?
A. 기존에는 금융기관이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같이 했죠. 이제 금융기관보다 훨씬 더 유통을 잘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고객들한테 판매도 더 잘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제조와 판매의 분리, 즉 '제판분리' 현상이 굉장히 명확해질 것입니다. 핀크에 등록돼 있는 금융기관이 35곳입니다. 대출 수요 고객이 일일이 은행에 방문하는 발품을 팔지 않고, 핀크를 통하면 A은행이 3%에, B은행은 2.9%로 금리를 제시하는 '역경매' 형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나한테 가장 맞는 상품이 뭔지 찾으실 수 있는 겁니다.

Q. 코로나19 이후 개발자가 부족한 상황인데, 핀크는 어떤가?
A. 저희 표현으로는 '인력 전쟁'이라고 합니다. 라이선스로 보호받아 변화에 둔감했던 금융산업 영역마저도 지금 가장 핫한 용어가 DT(디지털 전환)거든요.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금융산업 영역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상태죠. 핀크 역시도 우수한 개발자들을 영입하고 리텐션을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톡옵션, 임금 인상, 다양한 복지 혜택 이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늘려서 인력들을 유지시키는 방법밖에는 현재로서는 없어 보입니다.

Q. 하나금융그룹은 핀크를 포함해 네 곳의 계열사가 마이데이터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그 이유는?
A. 하나금융그룹의 마이데이터 전략은 한마디로 '따로 또 같이'입니다. 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핀크 각자의 영역에서 잘할 수 있는 건 따로 하고,  힘을 합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측면이 있으면 같이 하는 것입니다. 핀크가 잘 할 수 있는 상품중개, 특허를 취득한 핀크리얼리를 카드 혹은 금투 쪽에 역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게 차별점이 될 수 있죠.

Q. 핀크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핀크는 론칭하고 나서 몇 년 동안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은행만 연결되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다른 은행들에 애걸복걸 읍소를 해도 다 안 된다는 답을 하셨었습니다. 출시 원년에 정말 많은 고객을 모았지만 이탈 고객이 굉장히 많았어요. 당시에는 제가 부사장이었는데 피눈물나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2019년 12월 18일 오픈뱅킹 서비스가 열린 후 구성원들을 다 모아놓고 "2020년이 핀크 서비스의 원년"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드디어 '초연결성'이 확보된 만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를 구성원들한테 감개무량하게 전달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대학교 입학, 졸업, 입사, 결혼, 육아와 같이 생로병사와 관련된 이벤트에는 금융 서비스가 꼭 필요합니다. 핀크는 고객의 데이터에 기반해 '당신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는 이것'이라고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핀테크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성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 '종합지급결제업'이라는 새로운 라이센스가 탄생합니다. 핀크는 이를 반드시 획득하고자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금융 생활을 고객들한테 제공하는 챌린저뱅크로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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