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고나면 새로운게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오늘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고 해도 내일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블로터닷넷 역시 끊임없이 뭔가 그럴듯한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지만 그저 생각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미디어가 되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되는 게 세상이치인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도 아이디어들 많이 갖고 계시지요? 그리고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현실화시킨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것도 느끼고 계실 겁니다.
이러던중 예전에 읽었던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책을 다시 보게됐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 그때와 입장이 달라진게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저자 세스 고딘은 자신의 책에서 주목할만한(remarkable) 제품을 앞세워 그것에 관심이 있고 남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얼리어답터 집단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광고가 매출을 담보해주는 시절은 끝났으니, 이제는 입소문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기술적 장점이 없다면 노력을 쏟을 가치조차 없는 값싼 일용품으로 전락하는 시대'에 주목을 끌만한 무언가는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입니다. 여기에서 보랏빛 소는 주목을 끄는 그 무언가를 뜻하지요.
이 책은 2권짜리입니다. 1권은 보랏빛 소가 필요한 이유에 2권은 보랏빛 소를 만드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법론을 다룬 2권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주목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어찌보면 뻔한 소리일테니까요...
세스 고딘에 따르면 놀랄만한 그 무언가는 그리 거창한게 아닙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뜻하는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작은 혁신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초스피드로 엔진 오일을 교환해주는 자동차 정비업소나 다양화돤 휴대폰 요금 체계, 또는 보라색 케첩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기업에서 일하다보면 작은 혁신을 도모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기업의 계층구조를 올라가다가 중간에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여러번을 시도해도 현실장벽에 막혀 좌절하다보면 사람들은 아예 사상을 바꾸기 마련입니다. 열정을 버리고 "그래! 대충 살자"는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되는거죠. 갑갑한 조직안에 있다보면 이런 경험들 수시로 해보셨을 겁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도록 장려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이 높게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겠지요.
세스 고딘 역시 이점을 주목합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것보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장 결정적으로 구분짓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과 타성을 버리고 혁신을 창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이다."
고딘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회사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득하는데 있어 정치감각을 발휘해보라는데 초점이 맞춰진 듯 합니다. 무턱대고 얘기를 꺼냈다가 실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밟으라는 것입니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가?
-투자 가치가 있는가?
-이사람에게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능력이 있는가?
고딘에 따르면 회사안에서 어떤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위에있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고 합니다. 셋중 하나만 '노'(NO)가 나와도 프로젝트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아이디어 소유자는 이 질문에 모두 '예스'(YES)란 답을 얻기 위해서는 주변사람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이 필요합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자신하게 유리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적인 테크닉을 발휘해 보라는 거죠. 이 대목에서 상대방에게 이게 왜 도움이 되는지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한 성공요소입니다.
반대입장에 선 사람에게 '이게 당신 앞길에도 도움이 되는것'이란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요. 제가 정치적인 테크닉이란 표현을 쓴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치하시는 분들이 하도 물을 흐려놔서 그렇지 정치감각은 원래 그리 나쁜 뜻이 아니잖아요~
글로는 다 담지 못했지만 <보랏빛 소가 온다>에는 다양한 사례가 읽어볼만 합니다. 고딘 특유의 문체는 읽는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해줍니다. 나온지 꽤 된 책이기는 하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잠깐~ 저의 경우 이 책을 읽어도 보랏빛 소를 만들수 있는 '필살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그것을 만드는 것은 읽는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책만 읽어서 다된다면 보랏빛 소는 이미 보랏빛 소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가슴속에 열정을 담아두신 분들이 그것을 꺼내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희망을 불태울 수 있다면 고딘이 책을 쓴 목적은 달성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