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서버 판매량의 둔화는 가상화 기술의 확산 때문인가? 서버 업계에서 생각해볼 만한 화두 하나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던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6년 4분기 세계 x86 서버 판매량은 전년대비 거의 성장이 없었는데 이는 가상화 기술의 급속한 확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가 한 때의 열풍이 아니라 거대한 트렌드임을 감안하면 WSJ 보도는 서버 업계에서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내용이다.
'Virtualization' Is Pumping Up Servers(월스트리트저널 기사 보기)
WSJ 보도는 지난해 4분기 x86 서버 판매량이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가상화 SW는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x86 서버 출하량은 전년대비 1.1% 성장하는데 그쳤다. 3분기에 8.8% 성장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닷컴 거품이 꺼진 이후 '최악의 성적표'란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반면 이 시기 가상화 솔루션 업체 VM웨어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2006년 매출이 전년대비 80%나 증가했던 것이다.
두가지 사안은 함수관계로 엮일 수가 있는 것일까? IDC의 매트 이스트우드 애널리스트는 그렇게 보는 입장이다. 가상화가 서버 판매량 증가세를 둔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비트먼 가트너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서버 가상화란 버추얼 머신을 이용해 서버 한대를 여러 대를 사용하는 것처럼 돌릴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서버 가동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게 장점인데, 이는 적은 서버를 갖고서도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황만 놓고 보면 가상화가 x86 서버 판매량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같은 견해에 회의적인 이들도 많다. 지난 분기 출하량 둔화는 x86 서버 시장이 쿼드코어칩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고객들이 서버 구매를 망설였기 때문이지 가상화 기술때문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핵심논리다. 인텔의 팀 킬로이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그룹 부사장도 "지난 분기 서버칩 판매는 목표를 넘어섰다"고 밝혀 가상화 기술이 서버 판매를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가상화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VM웨어에 이어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도 가상화 솔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객 기반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직원수 1천명 이상 북미 기업의 40% 정도가 가상화 기술을 쓰고 있거나 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25%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경향은 대기업일수록 두드러졌다. IDC에 따르면 직원수 1만명 이상의 미국 기업 72%가 가상화 기술을 쓰고 있다. 반면 100명 미만 기업은 단지 5%만이 가상화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서버중 버추얼 머신이 돌고 있는 제품은 7.7% 뿐이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이미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리노이 캐인 카운티의 데이비드 실레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WSJ을 통해 "2004년 가을에만 해도 300대의 분산 서버를 쓰고 있었지만 지금은 VM웨어 기술을 사용해 35대로 통합했다"면서 "전기세만 연간 3~4만달러를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레스 CTO에 따르면 캐인 카운티는 통합전에는 서버 용량의 10%만을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약 65%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실레스 CTO는 "새로운 서버를 거의 사본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산게 거의 1년전"이라고 말해 가상화와 서버 구입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상화 기술이 모든 분야에 걸쳐 쓰일 수는 없다. 웹검색이나 금융거래 등 대용량 처리가 필요한 부분의 경우 여전히 고성능 컴퓨터 장비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많은 가상화 장비를 돌리기 위해서는 서버외에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프랭크 질레트 애널리스트는 "가상화의 비용 절감 효과는 생각보다 덜할 수 있다. 가상화는 기본적으로 유연성에 관한 것이다"면서 "고객들은 앞으로 많은 가상화 장비를 운영하기 위해 메모리나 네트워크에 추가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화가 하드웨어 업계에 악재만은 아니란 설명이다.
그러나 가상화 기술이 서버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음을 감안했을때 4분기 x86 서버 출하량 둔화가 가상화 때문일 수 있다는 WSJ 보도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올 상반기 서버 시장 자료가 나오고 나면, 팽팽한 저울추는 어느 한 쪽으로 조금 더 기울겠지. 그 때 다시 한번 분석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