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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인수때부터 모두들 어렵잖게 예상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닷컴이 37, 기존 '써플' 엠파스 검색엔진으로 교체했습니다. 예정된 수순이었으니, 놀랄 일도 아닙니다.


 


네이트닷컴의 '엠파스 갈아타기' 새삼 검색서비스의 철학과 방향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엠파스는 2005 6 '열린검색' 도입하면서 사실상 검색범위의 울타리를 걷었습니다.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만 열심히 돌아다니는 다른 포털들과 달리, 웹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부지런히 넘나들며 정보를 찾아주기 시작한 것이죠. 경쟁사들은 열린검색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이 애써 쌓아둔 정보를 무단으로 긁어간다며 엠파스를 손가락질했습니다. 'DB 도둑질'이라고도 했습니다. (열린검색을 둘러싼 논쟁은 굳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조금만 인터넷을 뒤져보면 쉽게 확인하실 있을 것입니다.)


 


열린검색을 얘기할 빼놓을 없는 것이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최근까지 성문을 꼭꼭 닫아두고 자기네 DB 정보만 찾아주길 고집했습니다. 다른 동네 소식까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자신만의 영토가 워낙 넓고 정보도 빼곡히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네이버는 길손들이 보다 쉽게 원하는 곳으로 찾아갈 있도록 많은 돈을 들여 곳곳에 관리인을 배치하는 정책을 썼습니다. 이는 일견 성공한 보입니다. 지금도 네이버 정책의 기조는 변함없어보입니다.


 


그런데 닫힌 성채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고인 정보는 썩게 마련입니다. 곳곳에서 상한 정보를 먹은 백성들이 배탈을 호소했습니다. 여기서 네이버가 내놓은 처방은 '네이버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성문을 여는 대신 신선한 정보들을 안으로 계속 대주기로 것입니다. 네이버가 외부 전문기관들과 잇따라 콘텐츠 제휴를 맺은 것도 무렵부터입니다.


 


후발주자들이 옆구리를 찔러대는 것도 성가신 일이었습니다. 네이트닷컴은 '써플' 발표했습니다. 거대한 일촌망을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써플의 상상력은 발칙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이용자의 만족도를 채워주기엔 부족했습니다. 대세는 다시 네이버로 기우는 듯했습니다.


 


이런 지형도를 바꾼 것은 '1 미디어'였습니다. 관리자에 의해 정제된 정보들이 네이버 초기화면에 뿌려지는 동안, 사이버 세상에 편재한 블로거들은 어느 신문에서도 들려주지 않는 소식들을 날것 그대로 이곳 저곳에 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정보들은 말끔한 정장 대신 'UCC'라는 자유분방한 옷을 걸쳤고, 살아서 펄떡거렸습니다. 포털의 성문 밖에선 이런 싱싱한 정보들이 블로고스피어 광장에서 넘실댔습니다. 대동마당인들 이보다 신명날까요.


 


상한 정보만 먹던 포털 주민들도 싱싱한 정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포털 성주들도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성채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봅니다. 본격적으로 UCC 향해 손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가 막힌 성채에 작은 구멍을 뚫었습니다. 올블로그와 제휴를 맺고 자기네 블로그 입주자가 아니더라도 검색 결과에 노출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전 네이버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다음도 발빠르게 우군 확보에 나섰습니다. 설치형 블로그 툴인 태터툴즈를 누구나 손쉽게 쓰도록 TNC 손잡고 티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블로그 주민들이 자신의 글을 올블로그같은 공간으로 자유롭게 내보내도록 통로도 만들어줬습니다. 아예 UCC 신명나는 한마당이라도 벌여볼 태세입니다. '검색결과=포털 DB 정보'라는 해묵은 편견이 바로잡힐 모양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런 포털의 변화는 사실 '열린검색'때부터 예고된 것입니다. 열린검색은 검색 본연의 속성으로 돌아가자는 철학이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검색이란 무엇입니까. 웹에 공개된 정보라면 그것이 포털 안에 있든 외부에 있든 찾아다 보여주는 서비스 아닙니까. 막힌 검색의 혈관을 뚫고 곳곳의 모세혈관까지 피를 수혈하겠다는 것이 열린검색의 정신이자 검색이 추구해야 할 가치 아닐까요.


 


네이트닷컴은 엠파스 검색결과를 통합 제공함으로써 닫힌 검색에서 열린검색으로 검색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우연일까요. 다음도 오늘(37) 블로그 검색 서비스를 개편하고 티스토리나 태터툴즈, 올블로그 이용자까지 검색 범위를 넓혔다고 발표했습니다. 포털의 검색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이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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