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이 한 집 살림을 차리게 된다면?
현재로선 추측일 뿐이지만,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흥미롭습니다. SaaS 분야를 취재하면서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이 합칠 가능성이 있다고 봐왔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IDC의 프랭크 젠스 수석 부사장도 구글이 올해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7일(현지시간) 인터넷뉴스닷컴에 따르면 젠스 부사장은 구글 또는 야후가 개인용 서비스에 이어 엔터프라이즈 시장까지 파고들기 위해 2007년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Will Google Buy Salesforce.com?
개인적으론 기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구글이 세일즈포스닷컴과 궁합이 맞아 보입니다.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구글은 이미 세일즈포스닷컴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세일즈포스닷컴 서비스에는 구글 애플리케이션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또 구글이 최근 선보인 '구글앱스'의 유료버전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양사간 끈끈한 관계를 IT업계에 공개적으로 과시했습니다. 구글앱스 유료화 전략 공개됐다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은 비즈니스 모델도 유사합니다. 둘다 웹에 접속해 SW를 쓰는 SaaS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구글은 개인용 시장에서, 세일즈포스닷컴은 기업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만 다를 뿐입니다. 기업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한 구글 입장에선 '유전자'가 비슷한 세일즈포스닷컴이 부담이 덜한 파트너입니다. Online Software as a Service
마지막으로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은 '공통의 적'이 있습니다.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은 제품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놓고 MS와 다투고 있습니다. MS는 패키지SW를 지켜가면서 SaaS는 보완재로 바라보는 반면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은 100% SaaS를 추구합니다.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에게 MS는 수명이 다한 과거의 유산일 뿐입니다. 합치든 안합치든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은 앞으로 MS와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여야 합니다. 패러다임을 둘러싼 전쟁인 만큼, 경쟁은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한다면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이 '친구에서 부부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구글은 고객관계관리(CRM)이 아니라 광고 시장을 잘 이해하는 회사인데 어떻게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세일즈포스닷컴 대변인의 입장은 "노코멘트"입니다. 아직까지는 추측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디어 관점에서 보면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의 합병 시나리오는 흥행성이 매우 큽니다. 욱일승천하는 두 기업이 합친다는 소식과 함께 MS까지 관련돼 있으니 쉽게 만날 수 없는 대형 '팩트'(fact)입니다.
그러나 저는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의 합병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회사가 각자의 길을 가면서 연대하는게, 막 일어나기 시작한 SaaS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성공 사례가 좀더 나와야 하는데 초반부터 거대 기업이 분위기를 틀어쥔다면 재미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한편 프랭크 젠스 부사장은 IBM도 조만간 SaaS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또는 2008년초가 되면 '잠자는 거인' IBM이 웹스피어 패밀리를 앞세워 SaaS 시장을 요동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구글이 세일즈포스닷컴을 먹고 '빅블루' IBM이 SaaS 시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SaaS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점점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슨일이 조만간 벌어질 것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