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뉴스를 보다보면 '어떤 어떤 제품이 뜬다'란 내용의 기사가 참 많다. 그러나 뜰것 같은데도 안뜨는 제품이 수두룩한게 현실이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봤을때 10번 뜬다고 했는데도 안뜨면 실제로 뜰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게 맞을 듯 싶다.

몇년전부터 뜬다 뜬다하는 말이 나온 제품중에는 e메일 아카이빙 솔루션이란 것도 있다. 사내 e메일을 체계적으로 보관 및 관리하고 필요할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인데, 시만텍코리아, 한국EMC, 한국CA 등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냉랭한 편이다. 국내서는 e메일 아카이빙 솔루션을 도입한 곳이 거의 없다. 한국EMC와 한국CA는 현재까지 레퍼런스가 없고 시만텍코리아는 모 금융기관을 고객사로 확보했다는데 고객 승인이 나지 않아 이름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e메일 아카이빙 시장에 소위 '바람'이 불지 않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도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e메일 보관을 요구하는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 이슈가 불거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입해 쓰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컴플라이언스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낼만한 수준은 아니다. 

'e메일 아카이빙으로 스토리지와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메시지만으로는 시장을 파고들기에 역부족이다. 결국 기업들로 하여금 효율적인 e메일 보관 및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이 있어줘야만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확실한 것은 기업들이 사내 e메일을 일정기간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되는 것이다. e메일 보관에 소홀한 기업들이 법률 분쟁에 휘말리는 사건사고가 터져준다면 금상첨화다. 2005년 금융 당국의 조사에 필요한 주요 e-메일을 보관하지 않은 혐의로 210만달러의 벌금형을 받은 JP모건체이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e메일 보관과 관련한 법률은 얘기만 들려올 뿐 구체적인 로드맵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를 상대로 e메일을 3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e메일 아카이빙을 띄울 바람'역할을 맡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한국CA가 2007년 '전략 아이템'으로 e메일 아카이빙을 띄우고 나서 주목된다. 한국CA는 13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률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e메일 아카이빙에 대한 필요성이 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제안서를 달라고 하는 업체는 많은데 아직은 검토만 하는 단계"라면서도 "감사에서 e메일 보관에 대한 지적을 받고 문의해오는 고객들도 있다. 상반기 e메일 아키이빙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겠다"고 강조했다.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CA의 행보를 보면 결국 국내서도 e메일과 관련한 컴플라이언스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초반 분위기를 미리 잡아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레퍼런스 한두개만 확보해도 초반 판세를 틀어쥘 수 있다. 

물론 결정적인 '바람'이 없는 상황에서 펼쳐질 한국CA의 공세가 어떤 결과를 연출할지는 미지수. 움직일듯 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한다는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법이다. 앞으로 한국CA가 내놓을 결과물에 관심이 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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