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액티브X' 사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요?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동네북'처럼 때리는 것으로만 끝날 사안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액티브X사태는 세계 인터넷 환경에서 우리나라가 얼만큼 소외돼 있었는지, 또 그동안 '전가의 보도'로 써먹었던 '인터넷 강국'이라는 슬로건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액티브X사태는 거울에 비친 대한민국 인터넷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3월 16일 오후 삼성동 섬유센터에서는 국내 웹 기술 전문가 모임 '미래 웹 포럼'이 마련한 '글로벌 웹기술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웹 기술 동향과 국내 현실을 진단해 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습니다. 모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오페라 등 주요 브라우저 공급 업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서 모여 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참가자들과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았고 행사 마지막을 장식한 패널토론은 액티브X사태를 시작으로 글로벌 웹 환경과 한국의 문제점 등을 다각도로 짚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패널토론은 전종홍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이 좌장을 맡았고 윤석찬 다음커뮤니케이션 팀장, 김국현 한국MS 부장, 조만영 오페라소프트웨어코리아 과장, 민수용 민트기술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다음은 패널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액티브X사태', '글로벌 웹 환경과 한국' 두가지 주제로 나눠 정리했고 개인적으로는 액티브X 사태는 다양성을 인정하지않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단면이라 꼬집은 조만영 과장의 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액티브X사태가 한국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전종홍: 액티브X 사태를 먼저 정리해보자. 개인적으로 액티브X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

왕수용: 액티브X는 매킨토시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호환성 문제다. 액티브X가 있어도 호환성에 문제가 없다면 맥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액티브X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그것은 문제다.  호환성을 인질로 잡아 액티브X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문제 해결이란게 결국 기업들에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환성을 우선순위로 두느냐, 아니면 다수 사용자를 우선하느냐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개인적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호환성이 중요시되는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윤석찬: 한메일에서 파일첨부할때 액티브X 사용하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은 제공해야 한다. 다음은 그렇게 하고 있다. 액티브X는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인터넷뱅킹의 경우 은행들은 공인인증 플러그인외에 해킹방지툴도 모두 액티브X로 만들어놨다. 이것들은 서로 분리돼 있지 않다. 이게 다 깔려야만 인터넷 뱅킹 기능이 동작하도록 해놨다. 이건 큰 문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아니면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대안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김국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감있는 답변을 기대하겠지만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액티브X의 근본적인 문제는 하부 구조의 변경에 있다. 액티브X가 나왔을때 기술자들은 파장이 이렇게 클줄 몰랐을 것이다. (한국에서 벌어진) 액티브X 사태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왜 그랬을까? 한국웹의 근본적인 문제는 하부구조와 구조의 확장이 세계와 다른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조의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 원점으로 돌려서 웹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웹이란 사실 약속이고 소통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인게 뒤틀려있다. 껍데기만 웹이다. 개인적인 의견은 그동안 컬럼을 통해 썼왔다. 액티브X 사태는 굉장히 단순한 문제다. 호환성 문제, 윈도비스타 문제로만 봐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곳에서 뭔가 뒤틀려 있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동안 방관했고 조장했을지도 모른다. 하부구조가 이상하게 되가고 있다는 것을 과연 몰랐을까?  늦었지만 되찾아야 한다. 우리가 모인 계기도 이 때문이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MS도 로드맵을 보면 표준을 준수하려 애쓰고 있다. 하부구조의 확장이 가져오는 폐혜에 대해 적극 대처하고 있다.

전종남: 윈도비스타 때문에 문제가 터졌지만  언론에서 액티브X 문제 다루는 것을 보면 통신요금 몇백만원 나와서 죽었다는 뉴스를 다루는 듯 하다. 액티브X 문제도 과거에 계속 문제로 지적돼왔다. 전자정부에서 액티브X 쓰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는데도 관심을 안가졌고 비스타란 OS가 나오면서 갑자기 보도가 쏟아졌다. 언론에서 과장한 면도 있지 않을까 한다. OK 버튼 누르면 되는데 전혀 안되는 것처럼 떠들어내고 그게 마치 MS의 책임이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만영: 이번 이슈에 대해 이해가 그렇게 깊지는 않다. 액티브X 사태를 접했을때 소수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금융결제원에서 "왜 리눅스 사용자를 지원해야 하는냐?"고 했다는데 우리 스스로가 다양성을 거부하는 획일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서 오는 결과중 하나라고 본다. 우리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또 다른 영역에서 액티브X와 같은 문제를 맞이할 것이다. 결국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과 합의가 있어야한다. 그게 없어서 여기 이렇게 모여 뭔가를 요구하게 되는 것 같다.

김국현: 외국의 경우 액티브X없이 인터넷 뱅킹이 이뤄지고 있다. 보안 환경도 만들어져 있다. 일본의 경우 오페라, 파이어폭스 등 브라우저에 상관없이 쓸 수  있고 보안은 SSL 보안 표준으로 암호화 통신이 이뤄지고 있다.  보안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 사회적인 문제일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저래도 될까 할정도로 허술해 보이지만 필요충분한 기술로 최대의 보안 환경을 만든다음 나머지는 사회적으로 푸는 것이다.

전종홍: SSL로 암호화 통신을 하는 경우 한국에 비해 금융사고가 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표준 기반 환경에서 처리하고 보안 사고는 은행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중: 액티브X는 나쁘다는 식의 접근은 어떻게 보나?

윤석찬:  액티브X와 같은 플로그인 기술은 남용 소지가 많다. 자바도 일부 그런 기술들이 있다. 나는 남용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들은 막는게 좋다고 본다. 오래된 기술이고 많은 사람이 쓰니까 놔두자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더 좋은 기술과 표준 기술로 대체하는게 바람직하다. 은행들이 인터넷뱅킹을 액티브X에만 맞게 만들어놨다. 지금의 공인인증을 못버리겠다면 대안을 제시하겠다. 베리사인이란 국제 인증기관이 있는데, 한국에서 영업을 못한다. 한국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증기관은 인증을 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이 있다. 베리사인 인증 서비스를 사용하면 은행은 파이어폭스도 지원할 수 있다. 법은 가능한데 하부 규칙 때문에 연동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오픈웹에서 소송을 한 것도 전자서명법에 보면 모든 벤더들이 공인인증 의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밑에 세칙이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기술적으로만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의 웹서비스, 왜 세계화에 실패했나?

전종홍: 글로벌 웹 환경과 한국에 대한 주제로 얘기를 옮겨보자. 한국의 웹은 세계 추세와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있다. 웹의 글로벌화란 무엇이고 그것이 과연 필요한가? 또 글로벌화된 한국의 웹은 경쟁력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보자. 


김국현: 글로벌화는 두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기술,  또 하나는 문화다. 앞서 설명했지만 기술적인 관점에서 한국은 글로벌화에 많이 뒤떨어져 있다. 대표적인게 주민번호가 없으면 회원가입이 안되는 것이다.  공인인증서가 없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할 수 없도록 만든 것도 예가 될 수 있다. 한국웹은 여러가지 경위때문에 뒤틀려 있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는 나중에 판단해야할 문제다. 비유하자면 한국은 웹의 하부 구조를 TCP/IP 플러스를 만들어놓은 셈이다. 그것이 TCP/IP를 쓰는 수많은 나라들과 충돌났던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떻게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언어의 장벽이 가장 크다. 영어로 된 서비스를 만들면 가능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지구상에서 자국만의 문화를 갖고 충분한 규모의 서비스를 이뤄낼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미국에서 재미있는 사이트가 뜨면 중국에서 바로 유사 사이트가 뜨는데, 가입자수가 곧바로 미국을 넘어선다. 우리도 그게 된다면 우리만의 것을 추구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재미있는 웹서비스가 많았지만 글로벌화되지 못한것은 안타깝다. 기술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정부도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웹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 원초적이지만 풋풋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윤석찬: 웹분야에서 13년째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웹기술 개발의 현장을 보면 많은 웹기술들이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수입된 외국 기술은 대부분 8년전 또는 10년전거다. 바뀐것은 없고 예전에 쓰는 것을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웹개발자도 스킬업이 안되고 똑같은 것만 반복하고 있다. 오늘 발표한 것도 우리나라에선 소개되지 않은게 많다.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이 있따. 우리나라 웹이 한쪽에선 왜골수 기질이 있지만 창의적이고 독특한 것들을 만들어왔다고 본다. 공인인증 서비스의 경우 우리나라가 PKI를 클라이언트에 가장 많이 구현한 국가다. 물론 표준으로는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외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다. 천만명되는 공인인증기술이라면 브라우저 기술도 탑재할 수 있다. 노력을 안한것 뿐이다. 못했을수도 있고...우리나라 정부기관들이 최근에서야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이런 노력을 왜 안했나? 반성하고 있다. 안목을 넓혀서 해외 동향에 발맞춘다면 우리 기술로 할수 있다.



왕수용: 한국 웹상황의 집중성을 얘기하고 싶다. 소수를 배제하는 성향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있다. 애플 대시보드 같은것도 예가 될 수 있다. 요즘들어 위젯이 각광받고 있는데, 그게 역사적으로 보면 맥에서 있던 작은 유틸리티에서 시작됐다. 통일된 환경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것도 다양한 환경에서 잘 실험되고 자라날 수 있다. 요즘 매시업 환경을 얘기하는데 98년부터 데이터 중심적인 웹구조에 대한 실험은 존재했다. 다양한 소수를 통해 일어나는 독특한 실험들이 주류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는 하나에 집중돼 있어 이런 환경이 자라날 수 있는 싹도 틔울 수 없다는게 문제다.

김국현:한국은 뛰어난 아이디어를 숨쉬지 않고 뿜어낸다. 한국의 웹 생테계를 보면 놀라운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적용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한국 사례로 외국을 깜작 놀라게 만들때가 있다.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하나의 확장이 표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오래걸렸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아작스란 표준이 나올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고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과정에 있어 한국과 한국의 웹서비스는 참 못했던게 사실이다. 언어 장벽과 지리적인 거리 때문일수 있지만 이제는 밖으로 갖고 나가야 한다. 이럴려면 글로벌 벤더를 활용해야 한다. (MS같은 외국 기업이)한국에 있는 것은 그런 이유도 있다. 우리조차도 이런거 잘 못했다. 글로벌하게 갔으면 성공했고 자기 이름이 수많은 브라우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놓쳤다는게 아쉽다. 앞으로 노력해 나가야할 것이다.


전종홍: 글로벌화 문제에 대해 삼성 사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삼성은 글로벌화를 위해 십몇년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화는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할 이슈다. 국내는 주로 업체들이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에 알리려 하지 않았던게 자꾸자꾸 마이너리티로 빠지는 계기가 아닐까 한다. 국내에 들어와있는 해외 업체와 관계를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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