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쯤 전인가. 어느 IT 전문 잡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CCL 관련해 기획취재를 하고 싶은데, 인터뷰 좀 하자면서.

그때, 기자가 물어본 첫 질문이 "왜 블로터닷넷은 CCL을 적용했나요?"였다. 그리고 내 대답은 "왜 적용했나구요. 안할 이유가 없던데요. 난 오리혀 왜 미디어들이 CCL을 적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였다.
CCL을 만난 건 사이트 오픈 전이다. CCL과 나를 만나게 해준 건 asadal이었다. "우리 사이트에 이거 적용하면 어떨까요"하며 CCL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오픈과 함께 '과감히' 블로터닷넷 최종 승인 저작물에 대해 CCL을 적용했다. 이렇게 해서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CCL을 적용한 사이트가 됐다. (처음이란 말은 CC코리아 프로젝트 리더인 윤종수 판사의 얘기다. 그래서 그런 줄 알고 있다. CCL 기획취재의 인터뷰도 윤종수 판사의 소개로 하게 된 것이었다.)
우리가 적용한 CCL은 비영리, 변경금지 조건이다. => CCL도 여러가지가 있다. asadal이 쓴 'CC코리아 2주년…공존 실험은 계속된다' 참고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누구든 자유롭게 퍼갈 수 있지만, 반드시 저작자를 표시해야 하며, 원본의 내용을 수정해서는 안된다. 또 영리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자, 그렇다면 왜 CCL을 적용했느냐는 대답이 필요할까.
CCL을 모르거나, 언뜻 들은 사람들은 마치 누구나 자유롭게 저작물을 퍼다 쓸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래서 CCL을 왜 적용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나 위 조건을 보라. 자유롭게 퍼갈 수 있지만, 그건 비영리 목적의 개인에 한해서다. 물론 CCL 조건 가운데는 '무조건 갖다써도 아무말 않겠다'는 것도 있다. 구체적인 조건은 자신이 선택해서 적용하면 된다.
'개인들은 퍼가도 좋다. 대신 저작자표시를 하고,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으면 계약을 맺어라.' 이 조건은 기존의 미디어들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저작권정책이다. 물론 'All Rights Reserved'가 대부분이고, 이 조건은 개인들도 허락없이 가져갈 수 없는 조건이지만, 개인들이 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고 또 막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적용한 CCL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창조적 공유'의 정신을 존중하며 그 이상에 동참한다는 선언과 함께, 실질적으로는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이 바로 CCL이다. 최소한 우리에게는 '일석이조'의 훌륭한 저작권 정책이었다. 다른 미디어나 사이트들은 시간을 내서 한번 숙고해보기 바란다. 더 없이 좋은 라이선스 정책으로 CCL을 도입해 볼 것을 말이다.

이날을 맞아 블로터닷넷 상근블로터에게 주문이 하나씩 떨어졌다. 오늘은 CCL을 주제로 기사를 하나씩 쓰라는.(특별 편집장을 맡은 asadal의 주문이었다. asadal은 오늘을 'CCL Day'로 삼자고 했다. 오늘 그래서 CCL 관련 포스팅과 기사가 블로터닷넷에 줄줄이 걸려있는 이유다.)
asadal이 내게도 '명령'을 내렸는데, 마지못해(^^) '그럼 <자유문화> 서평을 하나 써 볼게' 했다가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됐다. 게다가 서평도 아닌 엉뚱한 얘기를 하게 됐지만, 그래도 내용은 CCL에 대한 얘기 아닌가.
제목에다 거창하게 <자유문화>를 언급했으니, 서평은 아니더라도 간단히 소개는 해야겠다.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읽어 본 사람들이 많겠지만,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특히 CCL을 좀 더 알고 싶거나, 저작권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저작권에 대한 역사책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 사례들을 꼼꼼이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밌다. 저작권이라 하면 아주 딱딱한 내용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정독을 하고 나면, 어디가서 '저작권은 내가 좀 알지'하고 어깨 한번 세워도 될 것이다.
역사에는 관점이 있다. 사관이라고 하나. <자유문화>를 저작권의 역사책이라고 본다면, 여기에도 사관이 있다. 그것이 '창조적 공유' 정신이다. 바로 CCL이 추구하는 그 것. 이 책의 저자는 로렌스 레식 교수다. CCL을 주도해 만든 사람. 책을 읽다보면 그가 왜 CCL을 만들게 됐는지, 그리고 CCL이 과연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 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블로터닷넷 'CCL Day'에 내가 <자유문화>를 다시 꺼내들고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
'CCL Day'에 올라온 다른 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