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라고 합니다. 힘들지 않은 분야가 어디있겠습니까마는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출판쪽이 특히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여기 독자분들께 소개하고싶은 출판사가 하나 있습니다. IT분야 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에이콘 출판사입니다. 국내 SW개발자들에게는 아마 익숙한 이름일 것입니다. 국내 유명 SW개발자들이 에이콘 출판사를 통해 저자와 역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까요. <웹표준>, <웹 2.0을 이끄는 방탄웹>, <조엘 온 소프트웨어>, <게임 회사 이야기>, <구글해킹> 등이 에이콘이 내놓은 책들입니다. 

이밖에 에이콘은 다수의 스테디셀러군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17권의 책을 펴냈지요. 지난해 9월에는 출판업계서는 이례적으로 회사 블로그까지 만들었는데 인기가 꽤 높은 편입니다. 포스트도 자주 올라오고 홍보보다는 정보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 블로그에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출판 업계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에이콘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한번 만나보라는 주변의 권유 또한 적지 않았던터라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에이콘 출판사 사무실을 방문, 권성준 사장과 1시간 정도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권 사장은 스스로를 '뚝심의 사나이'라 표현할 만큼 출판에 대한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좋은 기획과 양질의 콘텐츠는 기본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그는 "잘팔릴 것 같은 책보다는 필요한가를 먼저 묻고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면 뚝심으로 밀어부친다"는 게 '에이콘 스타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그는 필자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강력한 무기로 꼽았는데 제가 아는 개발자분들은 이미 권 사장과 끈끈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오히려 제가 몇분 소개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다음은 권 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로 활동하시는게 맞을 듯 한데, 출판쪽으로 뛰어든 계기는 무엇입니까?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기계는 잘 몰랐습니다. 오히려 영어와 사진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냥 좋았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당시 기계공학과 나오면 공기 정화쪽으로 많이 가는 분위기였습니다. 72학번 선배들만 해도 취직이 잘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때 중동붐이 끝나 버렸거든요. 저는 출판사로 눈을 돌렸죠. 어느 출판사 구인광고를 보니 입사 기준이 영어였습니다. 그래서 갔지요. 책도 좋아했고요. 입사후 처음에는 인문사회 분야를 맡았습니다. 첫 월급 받아 사전을 샀는데, 그때 이후 사전 사는게 취미가 됐어요. 지금 사전만 140점 정도 갖고 있습니다. 첫 직장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후 미국 출판 회사로 옮겨 9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에이콘 출판사를 직접 설립한 것은 97년이구요.

▲직접 출판사를 세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출판 업계가 사실 좀 힘들잖아요.

미국회사 있을때 사실 버티면 오래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못할 것 같았습니다. 미국 회사 정서가 100을 하면 그 다음에 120을 바라잖아요. 판매도 판매지만 수금이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출판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와서 출판하면 좋잖아요. 책을 좋아했으니까요.

▲IT분야, 그중에서도 개발 관련 분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다른 분야와 달리 대박을 기대하기 힘든 분야이지 않습니까?

미국 회사 있을때보다 대중적인 서적보다는 의미가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남들이 안하지만 필요한 책을 내고 싶었어요. 요즘 된다고 하면 책으로 다 나오잖아요? 저는 그런 거 절대 안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관련 책을 많이 내지 않았나 싶어요. 책이 안팔릴 것 같아도 필요하다면 저는 냅니다. 때문에 직원들과 마찰이 생길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뚝심이 있는 편입니다. 필요하다면 그대로 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편집장으로 계셨던 분의 생각이 일류정신이었습니다. 우리회사의 모토이기도 하구요.

에이콘을 설립하면서 처음 책을낸 게 임베디드 분야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임베디드란 말조차 생소한 시절이었습니다. 대학 커리큘럼에도 없었어요. 다른 과목에 한 챕터 정도 들어가 있던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제조업이 발달한 한국에서 임베디드는 필요한 분야였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시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은 없어도 앞으로는 생길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번역서를 내게 됐습니다. 벌써 6~7년전 얘기인데, 지금은 제 생각대로 시장이 커졌습니다. 임베디드시리즈도 20권까지 나오고 있구요.

▲대중성보다는 필요하다고 판단돼 출간한 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윈도CE, 플렉스, 루비온레일스 등은 우리가 처음으로 낸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리스크가 있었죠. 잘 나갈지 확신할 수 없거든요. 사실 IT쪽에서 잘팔리는 책들은 포토샵, 엑셀, 파워포인트를 다룬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다른데서도 많이 내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는 남들이 안하지만 필요한 책을 많이 내고 싶습니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관련 책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냈구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많이 팔린 책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몇개만 꼽아주십시요.

임베디드 시리즈입니다. '게임회사 이야기'도 많이 나갔어요. 웹표준도 괜찮았습니다. 에이콘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계기였어요. 사실 웹표준 책을 내놓을때만 해도 "그걸 왜 하느냐?"란 분위기였거든요.

▲요즘 출판 시장 동향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상황이 괜찮은 편이에요. 꾸준한 편입니다.  그리고 불황이지만 책을 아직도 많이 삽니다. 독자들 수준도 높아졌어요. 좋은책 만들면 시장은 있다고 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할 수 있겠지만 잘만들고 잘 기획하면 시장은 더욱 넓어질 겁니다. 참고로 에이콘은 책을 싸게 안팔아요. 그렇다고 너무 비싼 것도 아니지만... 책좋으면 책값에 신경쓰지 않는 멋쟁이들이 많습니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요즘 필요하다고 보는 책을 꼽는다면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IPTV입니다. IPTV책이 한권도 없어요. 이에 번역서를 준비해볼까 합니다.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나온 건데 책이 좋아요. IPTV쪽은 지금 '금값'입니다. 그런데 책이 없어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아요. 선진국에서도 시원한 책이 없습니다. 그쪽을 한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에이콘 블로그가 인기입니다. 회사 이미지에도 블로그가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은데요.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입니다. 정보 위주 사이트로 갔어요. 쇼핑몰도 운영하려다 그만뒀습니다. 블로그가 주는 효과는 매우 큽니다. 블로그 링크가 많아지다보니 포털검색에서도 상위에 랭크되는 편입니다.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개발자들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책을 많이 쓰는 친구들은 무지무지 바쁩니다. 시간이 없어요. 일에 치여삽니다. 회사 프로젝트에도 치여살고요. 개인적으로 IT분야 전망은 밝게 봅니다. 자원도 우수합니다. 한국만큼 IT에 우수 인력들이 몰려 있는 나라는 많이 없습니다.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지켜온 생각들을 유지하면서 오래오래하고 싶어요. 개발 관련 서적외에 앞으로는 경영과 IT가 접목된 책을 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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