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3' 지녔다. '사진솜씨', '음식솜씨' 그리고 '글솜씨'. 먕은 사진기자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먕은 왜곡된 사진을 좋아한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면 먕은 어김없이 화각이 넓은 16mm 광각렌즈부터 꺼내들곤 한다. 그리고는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재미있고 감탄스런 사진을 곧잘 내보인다. 부럽다.


 


먕은 음식에도 남다른 감각 지녔다. 먕은 직장인 한겨레 'Economy21'에서 '밤참' '술집기행' 연재했다. 술집기행을 위해 먕은 주초면 편집장 법인카드를 뺏어들고, 그날따라 약속이 없는 동료들을 하나씩 대동하고선 분위기깨나 있다는 술집들을 탐방했다. 마감으로 밤을 지새울 때면 먕이 어디선가 가벼운 밤참거리를 만들고 나타나 시식을 강요하곤 했다. 음식은 곧잘 입에 착착 감겼다. 출출할 시간이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 다섯개' 남발하는 헤픈 평가위원으로 낙인찍혔다.


 


글솜씨에도 먕은 빠지지 않았다. 이른바 글로 밥벌이를 하는 동료들이 보기에도 먕의 글은 사람을 곧잘 놀래켰다. 먕의 글은 곧잘 튀었지만, 나는 통통거리는 느낌이 좋았다.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천진난만한 감수성과 기발한 상상력이 좋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먕은 동료 취재기자들보다 많은 고정독자들을 거느리고 다녔다.


 


'3 누님' 박미향 선배가 책을 냈다고 한다.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 한마디로 "역시, 먕답다!" 서울과 수도권의 이름난 수라간들을 발로 뛰며 맛과 분위기를 글과 영상으로 담았다. 맛, , 사진에 달통한 먕이 쓰기에 맞는 책이다.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  


요즘이야 흔하디 흔한 맛집, 술집기행이지만, 책은 남다른 맛이 있다. 먕의 취재방식을 알기에 하는 얘기다.


 


이런 식이다. 먕은 특유의 가공할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 술맛 좋고 음식맛 감칠나는 후보지를 엄선한다. 그런 다음 동료나 선후배를 대동하고 직접 맛과 분위기를 체험하러 간다. 누군가를 동반하는 주관적인 평가의 위험을 보완하고자함이다. 책에 소개된 맛집 가운데는 먕의 손에 이끌려 직접 따라가본 곳도 있다.


 


방문에선 무조건 즐기는 먕의 원칙이다. 그런 다음 동행인의 평가와 자신의 느낌을 취합해 합격점이 내려지면 며칠 뒤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정식 취재에 나선다. 보충 촬영을 위해 서너 차례 방문하는 곳도 적지 않다. 원고가 게재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사후서비스' 겸해서 동료들을 이끌고 다시 곳을 찾는다. 물론 밥값, 술값은 반드시 지불하는 원칙이다. 사장님이 주시는 '서비스 안주' 정도는 감사히 받는단다.^^


 


여러 차례에 걸쳐 꼼꼼히 현장을 체험하고 주변의 평가까지 곁들이니, '글발' 적당히 분위기만 훑는 맛집 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에는 다른 책에서 발견하기 힘든 싱싱함이 펄떡거린다. 음식점마다 고유한 느낌을 포착해낸 사진들만으로도 책을 소유할 가치는 충분하다.


 


메뉴 가격을 세세히 소개하는 친절함도 마음에 든다. 가보고 싶어도 혹시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주저하게 되는 음식점이 많은데, 먕의 친절함은 이런 걱정을 덜어준다. 메뉴소개 옆의 '귀띔 한마디' 눈여겨본다면 제철음식을 보다 싱싱하고 싸게 먹는 비법 덤으로 얻는다.


 


무엇보다 책에는 사람 사는 얘기가 그득하다. 곱창을 좋아해 먹으러 다니다가 아예 곱창집을 차린 부부 얘기는 평범한 축이다. 3대째 냉면을 만들어 파는 남대문의 터줏대감 부부, 한국이 좋아 눌러앉아 햄버거를 파는 뉴질랜드 남자, 40대들이 먹고 공간을 꾸며놓은 전직 DJ . 우리네 이웃이면서도 범상치 않은 주인장들이 도란도란 삶의 희로애락을 들려준다. 책의 부제가 '그곳에 가면 맛이 난다' 이유가 따로 있었나보다.


 


책은 이른바 '맛집 소개서'지만, 소개된 가운데는 술집도 많다. 바람 서늘한 초봄 저녁, 오랜 친구와 어깨 걸고 소박한 나물밥상에 동동주 한잔 걸치고픈 곳이 있는가 하면, 반듯한 정장 차림으로 우아하게 건배를 제안하기에 제격인 레스토랑도 눈에 띈다. 이국적 향기에 끌려 저도 모르게 발길을 들여놓는 낯선 타국 음식점들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흐드러지게 봄꽃을 안주삼아 여흥에 취하고픈 우리네 시골밥상집이 나타난다. 모두가 놓치기 아까운 보석같은 공간들이다.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 펼쳐드는 순간 풍성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

박미향 지음 | 황금부엉이 펴냄 | 12900




<>애주가를 자처한다면, 먕의 본격적인 술집 탐방서 <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일독해도 좋겠다. 이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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