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 쟁이>(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재인)는 <퍼미션 마케팅>, <보랏빛 소가 온다>로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의 최신작이다.


제목만 보면 마케터들을 비난하는 책같지만 실제로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마케팅은 이제 스토리가 지배한다는게 핵심이다.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시로 듣는다. 스토리가 있는 글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토리가 부족한 글은 무미건조하다. 콘텐츠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 독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고딘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은 마케터들에게도 마찬가지 영향력을 미친다. 톡까놓고 말하면 스토리가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하찮은 일용품 판매 업체로 전락할 거라나...


"만일, 당신이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길 원한다면 스토리에 집중하라.  스토리는 고객들이 당신의 제품에 대해 느끼는 바에 영향을 준다.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면, 스토리는 곧 제품이다."


"생산과 서비스의 라이프 사이클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짧아졌기 때문에 초기 아이디어와 그것이 가진 스토리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강조되고 있다"


세스 고딘이 그토록 강조하는 스토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스토리란 말그대로 이야기다. 그러나 단서가 있다. 제대로된 스토리라면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게 없으면 '함량미달'의 스토리다.

세스 고딘은  전작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성공하려면 눈에 띄는 그 무엇을 창출, 얼리어답터들로부터 입소문을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보랏빛 소'라 했다. 그렇다면 보랏빛 소와 스토리의 관계는? 이에 대해 고딘은 보랏빛 소가 아니라면 스토리는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한다. 먹혀드는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보랏빛 소'란 얘기다. 결국 스토리는 보랏빛 소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툴로 해석하면 될 듯 싶다.

고딘은 환상적인 스토리를 만들려면 소비자들의 세계관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세상에는 셀수 없을 만큼 다양한 세계관이 있는데, 최고의 스토리란 소비자의 세계관과 부합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일단 누군가의 스토리를 구매하고 그 거짓말을 신뢰하고 있다면 그로 하여금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한다는 것은 그가 틀렸음을 스스로 인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기를 무척 싫어하는 법이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보다 앞서 달리지 말라는 거다. 소비자는 이런 성향의 사람인데, 거기다대고 "그게 아니니 우리 스토리를 받아들이시오"한다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에게는 환경을, 자녀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엄마들에게는 그것을 말해야지 엉뚱한 논리를 꺼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잘난체는 '절대 금물'이다.

스토리는 또 기본적으로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경쟁에 휩싸이다보면 앞선 상대를 따라하고픈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고딘은 미투(me-too)전략으론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똑같은 스토리를 따라하면서 상대방을 물리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딘은 월마트가 쓴 '아마존 방식으로는 아마존을 이길 수 없다'는 문구를 인용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말이 아닐까 싶다.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는 세스 고딘의 예전 저서들처럼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다. 성공한 스토리와 그렇지 못한 스토리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과연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독자 여러분들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그럴듯한 스토리를 갖고 계신가? 또 그 스토리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가? 세스 고딘의 최신작을 읽고 지금하는 일에 대해 중간점검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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