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이 되면 인터넷 업체들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한 이벤트를 내놓느라 바빠진다. 그러나 영리해진 네티즌들 앞에서 만우절 이벤트의 '약발'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구글은 올해 만우절 이벤트로 'G메일 페이버'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e메일을 프린트해서 무료로 배송해준다는 게 골자. 사진이 첨부되면 사진까지 고화질로 인화해준단다. 물론 양에는 제한이 없다. 이쯤되면 간파하셨겠지? 개인정책을 클릭하면 이 메시지가 사실이 아님을 금방 알게 된다. 솔직히 신선감이 별로 없다. 구글 직원들, 내년에는 좀더 고민좀 해야 할 것 같다.^^

구글보다는 전자상거래 업체 우트닷컴이 진행한 만우절 이벤트가 오히려 인상적이다. 지난 1일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100만1달러짜리 가방이 판매 아이템으로 올라왔다. 1천400여개나 매달린 댓글을 보니 '만우절 거짓말'임을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치프'(cheap)를 기치로 내건 우트닷컴에 100만달러 짜리 가방이 아이템으로 올라왔으니 그럴수 밖에...
말나온 김에 우트닷컴에 좀 더 소개를 하고 싶다. 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마존, 이베이가 지배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강력한 틈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트닷컴은 하루에 한가지 아이템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매진되면 그걸로 끝이다. 이런 쇼핑몰을 뭐라 불러야 하나...어째튼 우트닷컴은 아마존, 이베이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우트닷컴을 처음 알게된 것은 세스 고딘의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차별화된 곳이라고 하길래 들어가봤더니 판매 방식은 물론 웹디자인도 톡톡 튄다. 흔이 볼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커뮤니티와 블로그도 전면에 배치돼 있다. 판매 방식의 독특함과 결합돼 입소문을 타기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 이쯤되면 우트닷컴은 비싼돈 내고 광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회원들이 알아서 주변에 홍보를 해줄테니...
뭔가 된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 다니는 시대다. 컨버전스가 뜬다고 하니 신문지상에는 온통 컨버전스 뿐이다. 그러나 구경꾼 입장에선 뜬다고 하는 것에만 목을 맨다면 흥행성 '꽝'이다. 그리고 뜬다는 것에 목맸다가 무너지는 기업들 여럿봤다.
그래서일까? 우트닷컴과 같은 불온한(?) 업체를 보면 왠지 기분아 좋아진다. 말안해도 알아서 입소문 좀 팍팍 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