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비싸지도, 기능이 복잡하지도, 음질이 뛰어나지도 않은 연주기가 있다. 이용자가 직접 음악을 더하거나 연주할 수는 없다. 그저 정해진 선율을 반복해서 틀어줄 뿐이다. 이 고전적인 연주기는 다름아닌 '오르골'이다.
0과 1을 합성한 디지털 MP3 음색에 익숙한 세대에게 '오르골'은 일종의 골동품 같은 색다름을 준다. 고전영화 속 서재에서나 봤음직한 춤추는 멜로디 인형을 기억하는지? 디지털 음악의 홍수속을 헤엄치다보면, 가끔은 아날로그 선율이 주는 아늑함과 따스함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오르골은 추억을 연주하는 악기 혹은 연인에게 보내는 세레나데가 아닐까.
모차르트쿠겔(Mozartkugel)도 그런 오르골 가운데 하나다. 밝은 너도밤나무와 짙은 오크나무로 된 볼(독일어 'kugel'은 영어로 'ball'을 뜻한다)은 고풍스러운 단아함을 발산한다. 충전지도 전원도 필요없다. 옛 괘종시계에서나 봤음직한 커다란 태엽이 구동장치다. 본체 구멍에 태엽을 넣고 감으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제2막에 나오는 아리아 'Voi che sapete'(괴로움을 아시나요)의 맑은 선율이 흘러나온다. 볼을 굴려도 연주는 끊어지지 않는다.
죽어서도 썩지 않을 방부제같은 디지털 음악대신, 가끔은 물 흐르듯 생성되고 소멸되는 아날로그 선율에 귀를 적셔도 좋겠다. 은은한 조명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지름 92mm. 18핀. 아담&하르보스 디자인. 69달러.
☞ 오르골
오르골은 길이가 다른 금속판과 원통으로 구성된 연주기다. 각 금속판은 서로 다른 음계를 가지며, 원통에는 작은 돌기가 미리 정해둔 위치에 달려 있다. 원통과 연결된 작은 손잡이를 돌리면 원통의 돌기가 금속판을 튕기며 소리를 내는데, 특유의 맑은 금속음으로 18세기 귀족들의 장신구에 널리 내장됐다고 한다. 금속판 개수에 따라 18핀 오르골, 50핀 오르골 등으로 나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