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목 구글 인터내셔널 웹마스터
▲ 황정목 구글 인터내셔널 웹마스터

황정목 구글 인터내셔널 웹마스터는 지난 2005년 5월에도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엔 구글의 한국진출을 앞두고 주요 대학을 돌며 서비스를 알리는 '홍보맨'을 맡았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좀더 사무적인 냄새를 풍긴다. 구글 한국지사가 모양새를 갖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웹마스터팀'을 꾸리기 위해서이다. 웹마스터는 구글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관리하는 핵심 부서다. 그 가운데서도 황정목씨는 전세계 구글 웹마스터들을 관리하는 '웹마스터 중의 웹마스터'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이번 방한 목적은.


언론 관계자분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한국 웹마스터 채용 목적도 있었다. 한국은 인터넷과 웹을 잘 다루는 분들이 많고, 구글의 입장에서는 한국 문화를 웹사이트에 반영할 수 있는 옵션도 고려하다보니 한국 웹마스터 팀을 키우려고 작업중이다.


Q. 한국 포털을 바라보는 입장은 어떤가.


구글은 타회사의 사이트에 집중하지 않는다. 구글이 고집해왔던 것은 검색의 객관성을 항상 중심에 두고 물고 늘어지는 태도다. 구글은 작은 변화를 홈페이지나 검색결과 페이지에 적용했으면 큰 상업적 대가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주관적으로 손대기 시작하면 검색엔진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린다는 말을 항상 들었다. 다른 회사 방식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않는 게 방침이다.


Q. 한국에서 사업하다보면 다른 사고방식에 부딪혔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구글 직원의 절반 이상은 엔지니어다. 그분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업무 중 하나가 검색 알고리즘을 더 향상시키는 일이다. 검색 알고리즘은 고정돼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개발하는 알고리즘의 방향은 모든 웹을 공평하게 그리고 이용자가 찾고자하는 걸 족집게처럼 찾도록 하는 것이다.


Q. 가장 보람 느꼈던 로고 디자인과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디자인은.


보람있었던 건, 화가들의 생일 로고를 만들 때였던 것 같다. 미술전공자로서 미켈란젤로나 다빈치, 피카소 등 여러 화가의 생일을 기념하는 로고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뭉크의 생일을 기념하는 로고를 올렸는데 때마침 뭉크의 '절규'란 유화가 오랫동안 도난당했다가 최근에 돌아왔다. 반대로, 불만족스럽다기보다는 작은 실수들을 좀 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좀더 겸손한 태도로 조사하고 문화와 역사, 전통을 이해한 다음 로고를 제작하는 습관을 키웠다.


Q. 1년동안 며칠 정도 로고를 바꾸나.


본업이 웹마스터라 로고 작업은 시간이 날 때만 한다. 평균 한 달에 두 나라 정도 로고를 바꾼다. 1년에 50~60개 정도다. 올림픽같은 행사가 열리면 매일 이벤트로 로고를 바꾸기도 한다. 그런 해엔 로고를 올리는 수가 늘어난다. 로고는 보통 24시간을 기준으로 노출시킨다. 로고 변경은 지금까지는 혼자 했다.


Q. 로고를 올리는 과정은.


처음 1년동안은 모든 로고를 래리와 세르게이와 같이 만나서 의논했는데, 요즘은 내가 만든 로고를 회사 e메일 리스트에 올려 공지한 다음 알아서 올리는 식으로 진행한다.

Q.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인터넷 검색도 하고, 서점에 가서 전통 화보도 많이 본다. 사진을 보면서 문화를 이해하게 되고 디자인의 디테일도 공부한다.


Q. 다음번 한국관련 로고는 언제 어떤 주제로 올릴 것인가.


예측할 수 있으면 재미가 없잖나. 깜짝 놀라도록 미리 공개 안하겠다.


Q. 구글이 훌륭한 사이트지만 디자인이 뛰어난 사이트는 아니다.


회사 전체로 볼 때 우리 웹마스터팀이 규모가 작은 편이다. 100여 나라를 신경쓰다보니 아쉽게도 각 나라마다 상태가 조금씩 다르다. 일본사이트 같은 곳은 상태가 안 좋은 편이다. 이번 한국 웹마스터 채용도 그런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Q. 로고 외에 다른 부분은 손댈 수 없도록 회사에서 방침이 정해진 것인가.


정해진 방침은 없다. 구글은 접속자수가 많고 인터넷 환경도 저마다 다르다. 속도가 느린 모뎀으로 접속하는 곳도 있고, 그래픽 없는 텍스트 브라우저만 쓰는 분도 있다. OS도 윈도나 매킨토시 등 다양하고 브라우저 버전도 저마다 다르다. 우리는 빨리 뜨는 걸 중요시한다. 페이지가 복잡하고 화려하면 로딩 시간이 느려지고 답답하다. 우리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쓸모 있는 디자인을 고집한다.


Q. 웹마스터 채용 규모나 시기는.


구체적인 건 진행중이다. 조만간 구글 웹사이트에 채용공고가 뜰 것이다.


Q. 이용자 피드백은 어떻게 받나.


보통 e메일로 오는데, 가끔 전화도 오고 소포를 보낼 때도 있다. 웹사이트마다 의견을 보낼 수 있는 e메일 주소가 적혀 있다. 여러 나라 언어로 들어오기 때문에 회사에서 사원들이 번역해준다.


Q. 그렇게 들어오는 e메일은 다 읽나.


실수한 적이 몇번 있어서, 새로운 로고를 올리자마자 이용자 피드백을 유심히 봐야 한다. 혹시 실수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e메일이 많이 들어온다. 대부분 좋은 반응들이다.


Q. 한국에서의 어린시절에 대해 소개해 달라.


다섯살 때 한국에 왔다가 중2때 미국에 건너갔다. 10년동안 과천에 살았는데 평범한 어린시절이었다. 마음속의 한국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곳이다. 선생님께 혼도 많이 났다. 만화책도 많이 봤다. 그때 경험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두 문화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는다. 이런 사고방식이 있을 수도 있구나 하고 좀더 개방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Q. 국내 웹마스터 채용 조건은.


사고방식을 넓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우리 근무 환경에서 성공한다. 일례로, 인터뷰를 할 때 '상사 10명이 갑자기 한꺼번에 내일까지 일을 다 하라고 시킨다면 어떡하겠는가'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던진다. 많은 사람들이 '밤새워 끝내겠다'고 대답하지만, 구글 입장에서는 그게 꼭 좋은 답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태도는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답은 무조건 밀고 나가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업무 두 개를 찾아내 상사들을 만나 설득한 뒤 두 업무만 마치고 집에 간다'는 식으로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Q. 두 창업자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가.


래리와 세르게이는 초창기엔 사이가 정말 안 좋았다. 매일 싸웠다고 들었다. 둘 다 어떤 정보라도 바로 믿지 않고 '그게 왜 그렇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한 방에 있으면 둘다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거다. 그 관계가 회사엔 큰 힘이 된다. 지금은 사이가 좋다. (웃음)


Q. 최고경영자들이 본인의 디자인을 특별히 신뢰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뛰어난 소질이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를 능가하는 디자이너가 많다. 하지만 나는 구글에서 일하는 기회를 가진 덕분에 회사 문화를 홈페이지에 반영하는 편이다. 구글이 거대한 검색엔진이고 엄청난 정보를 소화할 기능을 가진 웹사이트인데도 이용자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같은 명절을 즐기고 기념일을 기리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을 보여주다보니 내 작품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 같다.

황정목 구글 인터내셔널 웹마스터 간담회
▲ 황정목 구글 인터내셔널 웹마스터 간담회

Q. 최근 광고회사인 더블클릭을 인수했다. 회사 인수와 웹페이지 디자인 변경의 관계는 없나.


더블클릭 인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지만, 자신있게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는 무작위로 광고를 보여주는 형태는 아니다. 어떤 광고든 그게 이용자에게 도움이 안 되면 차라리 안 보이고 만다. 예컨대 음반에 대해 검색하면 똑같은 음반에 대해 50% 할인 광고가 있으면 그걸 찾는 게 구글 기술이다. 그건 광고 뿐 아니라 정보가 된다. 그 기술을 수년동안 몰두해 개발하고, 우리 매출이 높은 이유가 기술이 앞서기 때문이다. 더블클릭 문제를 떠나 배너광고든 어떤 형태든 관련성 있게 광고를 노출하는 기술을 개발할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Q. 구글 페이지 보면 광고는 안 뜨지만 가끔 구글의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는 메시지는 뜬다.


그것도 우리 팀이 담당한다. 최종 승인은 래리와 세르게이가 하지만 우리 팀이 승인을 담당한다. 그건 광고라기보다는 프로모션이라 본다. 이용자에게 불필요한 정보, 예를 들어 구글이 상을 탔다는 식의 얘기는 안 올린다.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도움된다면 올린다.


Q. 구글의 웹사이트 진행 프로세스는.


구글은 기획, 기술, 디자인팀이 짜여진 게 아니라 웹사이트를 다루는 입장이라면 양면을 다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디자인을 한 다음 사이트 방향을 잡고 코딩까지 우리가 도맡아 하는 다기능 팀이다.


Q. 신속 정확함도 좋지만 가독성 측면에서 구글 한글 폰트에 대한 불만도 있는데.


영문 폰트는 연구를 많이 해서 이용자가 정보를 빨리 소화하도록 해두었는데, 한글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의견을 수렴해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Q. 한국시장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구글 입장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에릭 슈미트가 처음 내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만큼 인터넷의 방향이 빨리 움직이는 나라는 드물다. 미국은 기술도 제각각이고 속도도 주마다 다르니 어떤 서비스가 확 떠서 모든 국민이 열광하고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런 현상이 우리나라만큼 두드러진 시장이 없다. 그런 독특함 때문에 구글같은 인터넷회사는 한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인터넷 시장규모도 인구에 비해 크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Q. 이용자에게 도움되는 광고란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 않은가.


구글이 회사에서 쓰는 알고리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변수를 쓴다. 품질이 낮은 사이트 광고는 차단하고 소비자에게 도움되는 광고만 족집게처럼 보여주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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