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월27일)는 바쁜 금요일 업무 정리 미팅을 마치고 정신없이 삼성동으로 달려가 '엔터프라이즈 2.0 컨퍼런스'에서 'Web Office를 통해 본 Entrepries2.0'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엔터프라이즈 2.0 컨퍼런스라 어떨까 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엔터프라이즈 2.0 이란 개념이 '웹2.0의 기술을 기업에 적용하여 경쟁력을 높이자'라는 구호에서 진행되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사실 그룹웨어와 지식관리 시스템 등 많은 회사의 업무 시스템들이 웹으로 전환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의 기업 문화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표준 기반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운영되는 철학도 수동적이고 강압적이며 폐쇄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만 개선된다면 기존의 기업들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블로그와 위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내 게시판과 커뮤니티로 충분히 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RSS 표준 방법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들이 있다고 더욱 좋겠지만요.

다행히 저의 발표 시간이 가장 마지막이어서 시간적 여유도 있을 것 같고 엔터프라이즈 2.0이란 주제가 좀 피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은 분야여서 제가 개발하고 있는 씽크프리 웹 오피스의 데모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강의를 들으신 분들이 "그렇네, 충분히 웹 오피스를 서비스로 이용하면 이를 통해 기업에서 많은 이득이 있겠군!"이라는 생각을 갖고 가시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표 중간에 네트워크 연결이 안되는 불상사가 생겨 데모를 완전히 마치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TLogin'을 가져 갔는데 발표 시작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연결 후에 아무 작업없이 30분 가령이 흐르니, 상태는 연결인데 연결이 안되더군요. 무척 당황했지만 하나 배운 교훈은 있었습니다.

발표 후에 L모사에 근무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의 질문 요지는 이렇습니다. 

"오피스같은 경우 크게 고칠 필요없이 기업에 적용이 가능하지만 다른 서비스의 경우 국내에서처럼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다양한 경우 이를 SaaS 서비스에서 어떻게 다 처리할 수 있게는가?"
이 질문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현실을 바로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문하면 가령, 오라클이나 SAP 등 외국의 비싼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원하는 요구 사항을  다 반영할 수 있나요? 백이면 백, 모두 지원가능한 선에서만 수정 작업이 일어납니다. 지원되지 않으면 그냥 고객이 이해하죠. 

그런데 국내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무조건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위해 고쳐야 하죠. 이러다 보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다 보니 유지보수도 힘들고 제품의 기술 축적도 쉽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이 만들어 진 데에는 관련된 분들 모두의 '자충수'가 있습니다. 영업을 하는 분들은 일단 요구사항을 다 수용하여 개발 가능하다고 영업을 하고, 개발은 그냥 또 그런 요구를 받아 개발을 합니다. 그리고 고객은 국내 업체는 당연하다는 듯이 시스템을 이리저리 변경해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심지어 저는 과거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 고객중 한 회사가 제가 개발한 제품의 기능 가운데 경쟁사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쪽에는 무조건 다르게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술자리 설득'을 통해 그렇게 하진 않았습니다.

이러한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에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업체들은 절대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제품을 버전업하고 다양한 경험들이 메인 버전에 집중되지 않고서는 완성도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런 현실때문에 많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도에 포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했습니다.

 

구글, 유투브처럼 웹2.0 이란 새로운 용어로 무장한 외국의 서비스 업체들과 IBM, BEA, 인텔 등 '엔터프라이즈 2.0'이란 용어로 시장을 리드하고자 하는 외국 업체들의 노력을 볼 때 우리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의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LG-CNS,삼성SDS처럼 국내 시스템통합(SI)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이 이러한 관행을 극복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렇치 않으면 결국 모든 소프트웨어 기반을 잃어 버리게 될  것입니다. 개발자가 떠나고 솔루션 업체가 사라지는 현재의 모습을 직시했으면 합니다. 

'인도와 베트남 등 외국에서 개발자를 데려오고 제품은 외산을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동안 제가 발표한 발표 자료들은 저의 오피스 블로그에 있으니 두루두루, 널리널리 맘대로 재활용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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