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2.0 <고수를 찾아서> 세번째 코너는 성원호 디오이즈 대표이사에 대한 이야기다. 성원호 대표는 스스로가 인정하는 임베디드SW 매니아다. 임베디드SW를 접해보고 나서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했을 정도다. 

그게 벌써 10년전이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동안에도 그는 한결같이 임베디드SW와 함께해왔다. 한우물만 파다보니 이제는 주변에서 '전문가'란 소리도 좀 듣는다. 틈틈이 임베디드SW 관련 서적도 많이 번역했고 어렵게 세운 회사도 고생끝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성원호 대표가 운영하는 디오이즈는 임베디드SW 플랫폼 '마이크로씨OSII'(uC/OS-II)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직원은 성 대표를 포함해 단 2명.  설립된 지는 5년이 됐고 지난해 매출은 5억원 정도다. 성 대표는 창업하고 나서 한 3년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돈을 벌기는 커녕 까먹기만 했다. "내가 이거 왜 했을까"란 후회가 수시로 가슴을 후벼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성 대표는 요즘 임베디드SW를 품에 안겠다는 스스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이제는 자신과 같은 길을 가고자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도 있다.

블로터닷넷이 그를 찾아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웹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임베디드SW 세계의 가능성과 매력을 적지 않은 고생을 경험한 당사자의 입을 빌어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기타보다 임베디드SW가 좋았습니다"

성 대표의 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아니었다. SW보다는 하드웨어 매니아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엔지니어와 마찬가지로 저도 어렸을 때부터 뭔가 만드는 일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멋진 로봇을 만드는 게 꿈이었죠."

보통 어린시절 가졌던 꿈이 그냥 꿈으로 만 끝나는데 반해 성 대표의 꿈은 대학 진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자공학을 하고 싶었지만 기계를 모르고서는 로봇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기계공학과로 선택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자키트를 제 손으로 만들어 본적이 많았던 터라 전자공학은 혼자 공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발상이었죠."

어쨌든 성 대표는 로봇을 만들고 싶어 기계공학과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기계를 움직이는 중심은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임베디드SW를 접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성 대표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위에서 동작하는 임베디드SW를 보고나서 자신도 모르게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중고등학교때부터 남모르게 가슴에 품었던 기타리스트로서의 꿈을 포기했을 만큼.

"이거 안했으면 그쪽으로 갔을지도 모릅니다." 성 대표와 임베디드SW와의 궁합을 표현하는데 있어 더 이상의 추가 설명이 필요없게 만드는 말이다.

성 대표의 첫 직장은 대우고등기술연구원이다. 이곳에서 그는 산업용 로봇 개발에 참여했고 임베디드SW가 로봇뿐만 아니라 아주 폭 넓은 분야에서 쓰일 수 있는 멋진 분야임을 확신하게 됐다. 디오이즈의 사업 아이템인 'uC/OS-II'도 이때 처음으로 만지게 됐다.

대우고등기술연구원에서 5년정도 근무한 성 대표는 양방향 셋톱박스를 만드는 벤처기업에서 2년정도 근무하다 곧바로 'uC/OS-II'를 앞세워 디오이즈를 창업했다. uC/OS-II가 32비트는 물론이고 8비트와 16비트 프로세서에서도 잘 돌아가기 때문에 폭넓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디오이즈는 마이크리엄(Micrium)사의 uC/OS-II를 들여다 국내 고객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쯤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디오이즈는 개발보다는 유통에 가까운 회사 아닌가? 

이에 대해 성 대표는 "기술력없이 uC/OS-II를 취급할 수 없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플랫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임베디드SW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발판으로 독자적인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서도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는 얘기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된 임베디드SW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은 성원호 디오이즈 대표. 이런저런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는 올해를 디오이즈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매출 기반이 지난해보다 탄탄해지고 uC/OS-II 응용 분야도 확대될 수 있는 신호음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한 대로만 되면 뛰어난 인재들을 추가로 영입, 독자적인 임베디드SW 기술 개발이란 꿈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성원호 대표의 임베디드SW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1막이 마무리되고 2막이 열리기 시작하는 일보직전에 와 있다. 그의 2막은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시간이 흘러 다시 한번 그를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성원호 대표가 말하는 디오이즈와 임베디드SW 개발자

앞서 밝혔듯 성 대표는 임베디드SW 개발자 출신이다. 때문에 "개발자로서 임베디드SW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란 질문에 할말이 많은 표정이다.

"작은 시스템에서 알고리즘을 돌리고 하는 일이 재미있잖아요. 제한된 리소스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들어보니 성 대표가 말하는 임베디드SW의 매력은 '작지만 오묘한 세계'라는 것이다. 재미만으로 이 길을 걸을 수는 없다. 개발자를 꿈꾸는 후배들을 임베디드SW 분야로 끌어들이려면 장기적인 비전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줘야 한다. 

비전과 관련 성 대표는 다른 개발 분야에 비해 뒤질게 없다는 입장이다. 임베디드SW 시장은 그 특성상 어떤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기업이건 개인이건 도전해 볼만한 공간이 많은데다 시장은 더욱 다양하고 기능이 뛰어난 임베디드SW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만 하면 특정 영역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대우도 잘받는 임베디드SW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조건이 있다. 임베디드SW 개발자는 하드웨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 하드웨어를 모르고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하드웨어를 설계하지는 못하더라도 하드웨어 매뉴얼과 설계 회로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할 게 아주 많은 분야란 뜻이다. 

다음은 성 대표와 임베디드SW를 주제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임베디드SW는 다른 SW 분야에 비해 많이 알려진 분야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하드웨어에 내장되는 SW로 알고 있는데요,  디오이즈의 비즈니스 모델을 좀 듣고 싶습니다.

디오이즈가 공급하는uC/OS-II는 다양한 하드웨어안에서 구동되는 실시간 운영체제입니다. 하드웨어위에 uC/OS-II 그리고 파일시스템 그리고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가 올라가고 각종 애플리케이션들이 그위에 탑재됩니다. 디오이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uC/OS-II 또는 파일 시스템이 제공하는 API를 기반으로 각각의 기능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간단한 시스템의 경우 임베디드SW 플랫폼을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자렌지, 냉장고 등 단순한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굳히 OS 개념이 필요없거든요. 벤더들이 직접SW를 만들어도 됩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와 파일관리 개념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조업체가 직접 만들기가 힘들어지죠. 특히 휴대폰, 내비게이션, MP3와 같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네트워크 장비 등은 전문 플랫폼 없이는 동작하기가 힘듭니다. 디오이즈와 같은 업체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디오이즈라는 회사가 임베디드SW 분야에서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베디드 개발자들은 다소 폐쇄적입니다. 말그대로  임베디드돼있어요.(웃음) 성향이 그렇다기보다는 그 분야가 가진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임베디드SW 개발자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해결했던 문제들을 오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라기 보다는 회사 노하우 측면에서 보면 좋을 듯 합니다.

uC/OS-II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uC/OS-II를 접하고 나니  어떻게 동작하는지 매우 궁금하더라구요. 여러가지 자료를 찾다가 만난게 <MicroC/OS-II, 실시간커널>이란 책입니다. 책을 보니 재미가 있더라구요. 그게 사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uC/OS-II는 32비트는 물론이고 8비트와 16비트 프로세서에서도 잘 돌아가는게 강점입니다. 다른 플랫폼보다는 폭넓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국내 총판을 하게 됐습니다.

임베디드OS 시장은 외국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uC/OS-II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어느정도 되나요?

uC/OS-II외에 뉴클리어스 VX웍스, QNX 등이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모두가 외국 플랫폼입니다. 이중에서 VX웍스가 국내외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직접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하지만 아직은 여력이 안됩니다. 이 분야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거든요.

패키지SW나 웹개발과 비교해 임베디드SW 개발의 특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임베디드SW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임베디드SW는 알고 보면 쉽습니다. 하드웨어 동작을 알고 제어하는 하는일이 대부분입니다.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은 한정적입니다. 전자사전 정도가 될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임베디드SW가 데스크톱 SW보다 매력적입니다.안에서 뭔가 움직이고 하는게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특히 작은 시스템에서 알고리즘이 돌고 아주 제한된 리소스를 극대화해서 쓸수 있도록 고민할 수 있다는게 재미가 있습니다. PC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별로 없어요. 되면 되는거고 안되면 마는거죠.

독자적인 플랫폼 계획에 대해 좀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독자적인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uC/OS-II에 독자적인 기술을 추가해 영역을 확대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겠죠.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생각만 갖고 있어요. 지금은 기반을 좀더 다져야 하는 시기입니다. 여력이 생겨 직원들을 좀더 확보하면 그 다음에 구체적인 실천에 옮길 것입니다.

사업은 자리를 좀 잡았습니까.  

이제 겨우 먹고사는 수준입니다.(웃음) 창업하고 3년정도는 영업이 거의 안됐어요. 매우 고전했습니다. 이 시기에 정말 고민많이 했습니다. "이거 계속 해야하나"란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왔어요. 사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은 uC/OS-II가 처음에 나올때는 라이선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스가 오픈되어 있다보니 그냥 가져다 쓰면 됐어요. 지금도 무료로 쓰던 것을 계속 쓰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유료로 쓰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습니다.

라이선스 모델도 좀 다양화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매출을 꾸준히 올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원타임 라이선스' 모델이라 한번 판매하고 나면 추가 매출을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를 감안해 칩 공급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런닝 게이트 방식의 라이선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칩 업체가 칩과 임베디드SW 플랫폼 그리고 미들웨어를 함께 공급하고 수익은 디오이즈와 나눠갖는 식이죠. 지속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임베디드SW 개발 인력 현황은 어떤가요?

임베디드SW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잘할 수 있는 학생은 별로 없습니다. 임베디드SW 개발자를 좋게 대우할 수 있는 회사들도 일부입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임베디드SW 교육은 대부분 윈도CE와 리눅스를 많이 활용합니다. 그러나 두 플랫폼은 아직 적용할 만한 제품이 많지 않아요. 다양한 플랫폼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들어 상황은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uC/OS-II를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학교들이 늘고 있거든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임베디드SW개발자가 되고싶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임베디드SW에 관심이 있다면 책 만으로는 안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적당한 임베디드 레퍼런스 보드를 하나 구입해서 실제 코드를 작성해서 돌려 보세요. 가능하다면 특정 OS위에서 동작하는 응용소프트웨어 말고 로우레벨 소프트웨어를 접해보길 권해드립니다.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는 SW를 직접 작성해 보는 것이 진정한 임베디드SW개발자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베디드SW는 대부분 C를 씁니다. C 언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일단 '반 은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베디드SW는 엄격해야 합니다. 개인용 PC의 OS나 SW는 가끔 다운된다고 해서 사용자가 막대한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임베디드SW는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치에서 사용될 수 있기에 오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에 제품이 출시되기전 오류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는 일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이 될수 밖에 없습니다. 끈기와 인내심도 필요한 분야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드웨어를 어느정도 알아야 할까요?

하드웨어를 설계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종 매뉴얼과 회로도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임베디드SW개발은 데이터시트와의 전쟁입니다. 모든 칩마다 데이터시트가 따로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문서로 공부하고 이해한 다음에야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짤 수 있습니다. 이에 임베디드SW 개발자는 문서와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하드웨어 업체가 제공하는 문서를 통해 내가 쓸 하드웨어 플랫폼에 어떤게 달려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를 잘 하는 개발자는 칩 회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칩 회사는 뛰어난 임베디드SW개발자가 필요하거든요.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셨는데요.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기타연주를 좋아했습니다. 밴드 활동을 한 것은 아니고 그냥 혼자만 좋아했습니다. 이일 안했으면 아마 그쪽으로 갔을 겁니다. 여유가 생기면 기타는 다시 치고 싶습니다.

<고수를 찾아서-1> "마흔살쯤엔 원하는 SW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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