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이없는 직접 판매 모델로 구 컴팩, HP 등을 누르고 PC 시장을 장악했던 델이 소매 유통을 도입하려 하는 것 같다. 델의 영혼으로까지 불리었던 '직접판매 중심주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클 델 델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8만여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직접 판매는 혁명적인 방식이었지만 종교는 아니다"고 밝혀 소매 유통 도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델 회장은 또 "앞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향상시킬 것이다. 그것을 넘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겠다"는 말도 메모에 남겼다.

Dell’s Founder Is Rethinking Direct Sales 

델 고위 경영진에서 비즈니스 모델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델은 언제 다른 판매 방식을 내놓을 것인가란 월가의 질문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델의 판매 방식 변화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고 볼 수 있다. 델은 지난해 댈라스에 프린터, 컴퓨터, TV를 전시하는 쇼룸을 열었다. 판매는 하지 않았지만 제품을 보여줌으로써 직접 판매의 한계를 보완하려 한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공개된 델 회장의 내부 메모 내용은  델이 사실상 소매 유통에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델 회장은 지난 1월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델2.0을 부활의 청사진으로 내걸었다. 글로벌 서비스와 고객 가치를 극대화해 다시 업계를 제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소매 유통 가능성을 언급한 델 회장의 메시지는 고객 가치 극대화란 테마와 연결돼 있다고 봐야 한다. 직접판매 방식만으로는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없었다는 얘기다.

Dell2.0, 델의 명예를 회복시킬 것인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늘의 델은 만들어준 직접판매 방식은 노트북이 PC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데스크톱PC 전성시대와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노트북은 주문에 잘 맞추기가 쉽지 않다. 데스크톱의 경우 주문을 먼저 받고 생산에 들어갔는데, 노트북은 이런 프로세스를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를 보여주듯 델은 노트북PC의 경우 제품을 미리 만들어두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는 비용 우위 약화로 이어졌다. 이에 더해 사용자들은 노트북PC를 살때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델 입장에서 보면 직접판매를 고수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환경이다.

델의 소매 유통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델이 직접 판매와 소매 유통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소매 유통을 도입할 경우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수는 있겠지만 직접판매의 강점이 퇴색할 수도 있다. 소매 유통을  무조건 델의 부활을 이끄는 핑크빛 전망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델의 행보를 바라보는데 있어 아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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