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포어프론트를 앞세워 통합 기업 보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MS는 시큐아이닷컴과 비전파워를 우군으로 끌어들인데 이어 모 웹방화벽 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맺기 일보직전이다. 

'MS판 보안 생태계'가 몰려온다

MS가 플랫폼을 대고 그 윗공간을 국내 보안 업체들이 채우는 'MS판 보안 생태계'의 밑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MS에 따르면 포어프론트발 보안 생태계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국내 보안 업체들과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란 얘기다. 

한국MS가 자사 진영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업체중에는 국내 최대 보안 업체 안철수연구소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한국MS는 포어프론트를 내놓기전부터 안연구소에 손잡고 싶다는 메시지를 여러차례 보냈지만 안연구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MS 포어프론트는 협력보다는 경쟁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안연구소 관계자는 "MS와 NAP 부문에서는 협력하고 있지만 포어프론트는 협력할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포어프론트는 경쟁상대다"

포어프론트는 방어하는 대상에 따라, 운영체제, 서버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경계로 이뤄져 있다. 바이러스 백신도 있고 서버보안, 네트워크 보안도 들어가 있다. 제품군만 놓고 보면 안철수연구소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다. 안연구소가 한국MS의 협력 제의를 뿌리친 것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됐다. 

한국MS의 행보는 '협력'보다는 '위협'이란 것으로 내부 입장이 정리된 상태다. 

한국MS는 안연구소와 인식이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다. 글로벌 무대를 노크하려는 안연구소라면 MS와 손을 잡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클라이언트 보안 업체인 비전파워도 MS랑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하게 된다면서 MS와 이런 관계를 맺는게 손해볼 장사는 아니란 것이다.

한국MS의 조원영 이사는 "안연구소와 협력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조원영 이사는 한국MS로 오기전 안연구소 계열사인 코코넛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조 이사는 MS를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라는 메시지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국MS와 손잡는 것은 해볼만한 게임이란 뜻이였다. 그는 "이미 모 업체가 MS 네트워크를 타고 해외 고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상황이다"면서 "3~4개월안에 대형 뉴스를 하나 터뜨릴테니 두고보라"는 말까지 남겼다.

그러나 시만텍, 맥아피 등 세계적인 보안 업체들도 MS를 경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감안하면 안연구소의 시각은 튀는 행동은 아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행보다. 나름대로 따져보고 결정한 비즈니스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통합 보안 시대, 안연구소와 MS의 한판승부

협력에 대한 한국MS와 안연구소의 인식 차이는 앞으로 양사간 경쟁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안연구소의 내부에서는 MS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큰 주적은 시만텍, 맥아피, 트렌드마이크로가 아니라 MS라는 말까지 들린다. MS 보안 생태계의 등장을 안연구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연구소와 한국MS의 경쟁은 기업 보안에서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개인용 보안 서비스 시장서도 두 회사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안연구소는 이미 유료 보안 서비스 빛자루를 선보였고 한국MS도 하반기 한국판 원캐어를 시작할 계획이다.

빛자루와 원캐어는 차이를 가리기 힘들 만큼 유사하다. 제공되는 기능이나 가격 그리고 라이선스 방식에 있어서도 닮은꼴이다. B2C 보안 시장을 놓고 두 회사간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5월 7일 통합 보안 솔루션 트러스가드UTM을 선보인다. 기자간담회까지 마련해놨다. 네트워크와 서버 그리고 클라이언트로 이어지는 보안 전략으로 대세로 떠오른 통합 보안 시장에서 맹주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서비스-네트워크보안-글로벌이 3대 성장 키워드"

한국MS 역시 포어프론트를 통합 보안 전략으로 포지셔닝 시키고 있다. 커버하는 범위에 있어 MS만한 업체는 없을 것이란 메시지까지 던지고 있다. 이래저래 안연구소와 한국MS의 대립각은 날카롭게 변하는 모양새다.

안연구소 입장에서 한국MS는 매우 껄끄러운 상대다. 지금까지 상대해온 업체들과는 성격과 중량감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빈틈도 있다. 안연구소 관계자는 "MS 포어프론트가 위협적인 존재기는 하지만 대응 능력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 부분에서 안연구소의 강점을 계속 살려나가겠다고 밝혔다.

포어프론트와 앞으로 등장할 원캐어는 한국MS와 안연구소의 경쟁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안연구소가 한국MS와 협력 대신 경쟁이란 카드를 뽑아든 만큼 경쟁은 더욱 볼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MS의 부상에 따른 국내 보안 시장 지형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파트너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MS와 이에 맞선 안연구소의 대응 전략은 2007년 보안 시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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