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블로그 또는 비즈니스 블로그의 효용성에 대해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도자료, PR 기사, 단방향 웹 사이트 같은 기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실감하고, 기업들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의 수단, 기업 이미지 제고, 고객 및 파트너와의 네트워킹, 그리고 임원진의 비전과 생각 전달...등등..많은 시도를 하려고 한다. 국내에서도 Business Blog Summit 2007 행사가 기업을 위한 웹2.0과 엔터프라이즈2.0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다고 한다.
기업 블로그에 대한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해외 사례가 많이 나온다. 국내에선 아직 이렇다 할만한 기업 블로그에 대한 성공 사례가 없다. 이제 시작하는 분위기이랄까? 비즈니스 블로그가 국내에선 이제 뿌리를 내리려 하는데, 누구씨는 기업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국내 기업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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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블로그와 귀사의 비즈니스가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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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블로그의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블로그가 대세라고 무턱대고 기업이 블로그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기업 블로깅을 시작하다가, 스스로 문을 닫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기업은 기업 블로그의 당위성을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 듯 꼭 확인해야 한다.
국내는 세가지 조건에서 기업 블로깅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 비옥한 인터넷 브로드밴드 인프라
- 오프라인 활동이 용이한 지리적 이점(서울에 집중되어 1시간 정도의 생활권이 가능)
- 지식 및 생각을 공유하는 오래된 소셜 문화의 소유(천리안, 하이텔로 대표되는 PC 통신의 동아리 및 채팅 문화)
하지만 기업 블로그가 국내에서 부진한 이유도 분명히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저해 요인은 아시다시피 보안에 대한 기업의 보수적인 문화이다. 기업의 비밀 정보가 블로그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기업은 상당히 많다. 기업 블로그를 운영하더라도, 명확한 블로그 가이드라인을 회사에서 만드는 큰 이유가 거기에 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이야기가 사실 이 포스트의 목적이기도 한데, 기업 블로그는 기업의 비즈니스 시나리오에 따라 적합할 수도 있고, 아니면 부적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작년에 현대자동차가 LUV라는 럭셔리 SUV인 베라크루즈를 출시하였다.
네이버에서 "베라크루즈 동호회"라고 검색하니 아래 4개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검색되었다.
아래 사이트를 보면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진 유명한 개발자 사이트 보다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 되었다. 하루에 올라오는 글의 수와 자체 Q&A 답변율, 그리고 하루 회원 방문수를 살펴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아래와 같은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회사 제품에 대한 사용 후기, 긍정적/부정적 피드백, 다음에 나올 제품에 대한 제품 피드백, 나만의 팁, 사진 자료는 물론이고, 제품과 관련 없는 커뮤니티 성격의 안부 및 회원에 대한 일상사적인 얘기들이 올라온다. 기업의 입장에선 아래와 같은 외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회사 이미지 제고를 할 수 있고, 적절한 타겟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있다. 아래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태그와 트랙백 기능도 구현한 곳도 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입장에선 기업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가? 아니면 아래와 같은 외부 커뮤니티 사이트에 집중해야 할까? 아니면 둘 다 해야 할까? 여러분은 무엇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가용 리소스(인력 + 돈)가 많다면 둘 다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어느 한 곳에 집중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것도 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외부 커뮤니티던 기업 블로그이던 하나만 집중해서 해야한다면, 그리고 누구씨가 현대자동차의 관련 담당자이라면 리소스를 외부 커뮤니티에 집중할 것이다.
여기서 이 글의 제목인 기업 블로그의 딜레마가 나온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의미에서 기업 블로그나 외부 커뮤니티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타겟 고객을 정의하고, 적절한 고객 대상으로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고려해보면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까? 누구씨는 자생적으로 활성화된 커뮤니티의 손을 들어 주고 싶다. 자생적으로 활성화된 커뮤니티는 충성도 측면에서 기업 블로그와는 기본적으로 차별화 된다. 커뮤니티의 회원이 바로 커뮤니티의 주인이며, 기업에서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커져간다. 이런 건강한 커뮤니티를 기업 입장에선 키워야 한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키운다는 말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잘 커갈 수 있도록 기업에서 최신의 정보를 공유한다던 지, 오프라인 미팅을 지원한다는 지, 이벤트를 한다던 지 여러 가지 마케팅 프로모션을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기업 블로깅을 통해 물론 얻을 수 있는 다른 것들이 있겠지만, 기업의 리소스가 한정된다는 조건아래 이런 외부 커뮤니티를 등한시 하면서까지 기업 블로그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사실 언급한 커뮤니티에선 현대자동차 직원의 글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씨가 속한 회사는 어떠한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둘 다 지원하고 있다. 커뮤니티나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는 MVP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6년째(국내에서만, 미국은 13년째)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고, 현재 한국 MVP는 100명을 넘는다. 커뮤니티의 경우 데브피아(회원 24만명 정도), 고수닷넷(10만명 정도), 태요닷넷, 네오비스, 오피스튜터, MHVB 을 포함한 열거하지 못한 다수의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 회원 수만 합쳐도 50만명은 거뜬히 넘는다. 또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조만간 개발자 대상으로 기업 블로그를 오픈 할 예정이다.
지금 예로든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하나의 비즈니스 시나리오일 뿐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시나리오에 따라 기업 블로그가 우선일 수도 있고, 외부 커뮤니티가 우선일 수도 있고, 아니면 둘 다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외부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기업이라면, 그 기업은 커뮤니티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자생적으로 활성화된 커뮤니티야 말로 기업 입장에선 '차려진 밥상'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즈니스 블로그 전문가들이 발표하는 Business Blog Summit 2007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 블로그의 딜레마를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