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소프트웨어2007 컨퍼런스 행사장. 거물급 업체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 SW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 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왔고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CEO도 자리를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친분관계가 별로 없다. 스타일이 워낙 다른탓이다. 발머는 저돌적인 '블도저형'인 반면 베니오프는 마케팅 전문가 출신 답게 뛰어난 웅변가로 통한다.

이에 발머는 베니오프와 톡 까놓고 한번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에 먼저 다가가 누군가에게 막 전화를 걸려고 하던 베니오프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차나 한잔 합시다"
스티브 발머: 실례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SaaS에 대한 사장님의 발언들을 보면 미사여구가 너무 많습니다. SaaS가 좋을때도 있지만 많은 패키지 소프트웨어들은 여전히 온라인 서비스를 기능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마크 베니오프: 제가 말하는 스타일이 좀 그렇습니다. 발머 사장님! 저는 경영자로서 큰 그림을 제시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던지는 큰 그림은 고객관계관리(CRM)나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의 종말(the end of software)입니다.
옆에 그림이 뭔지 아십니까? 세일즈포스닷컴 홈페이지나 직원들 명함에 들어가 있는 이미지입니다. 회사가 던지는 큰 그림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죠. 저는 경영자로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나 저는 다릅니다. 제가 쓰는 수사학은 이런 관점에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티브 발머: 알겠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입장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필요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지금 SaaS를 둘러싼 논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은 여전히 장점이 많은데, 마치 SaaS만 미래고 데스크톱SW는 과거라고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는거 아닙니까?
마크 베니오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아닐까요? 어째튼 요즘 MS가 S+S를 많이 얘기하더군요. MS 입장에서는 그럴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왕 만났으니 MS가 강조하는 S+S에 대한 개념을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스티브 발머: 그러지요. 저는 S+S가 SW산업에서 진정한 진화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SaaS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어요. S+S는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인터넷 그리고 서비스로 전달될 수 있는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들을 혼합한 모델입니다. MS 내부에서 거대한 기회로 보고 있는 분야죠. SaaS와 MS 오피스 같은 킬러 애플리케이션들을 결합한다면 순수한 SaaS보다 강력하지 않을까요? MS는 웹과 서비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따로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서로 엮일 수 밖에 없어요.
마크 베니오프: 좀더 구체적인 설명좀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어주시면 더욱 좋을 거 같은데요.
스티브 발머: 하던 얘기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S+S 로드맵에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광고가 포함된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아이팟 등과 같은 소비자 가전에 적용되는 방식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나아가 S+S 모델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개발하고 전달하는지를 넘어 그것을 수익화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S+S의 영역중 하나라면 유비쿼터스웹도 들어갑니다. 여기에는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기술인 실버라이트와 ASP닷넷 개발 프레임워크도 포함되는데, 이둘은 SW 서비스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마크 베니오프: S+S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지 않을까요? 솔직한 얘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스티브 발머: 있지요. S+S 전략에 있어 가장 큰 숙제는 오피스와 쉐어포인트 사용자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협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분석과 협업은 지금 비어있는 공간이에요. 그러나 앞으로는 연결되고 상호 호환성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SAP와의 협력으로 내놓은 듀엣의 경우 오피스 사용자들이 ERP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줍니다. S+S의 한예죠. 제품 수명 관리(product-lifecycle-management: PLM) 솔루션 업체 다쏘시스템즈와의 협력도 고무적입니다. 이외에도 MS는 S+S를 위해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데스크톱SW는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걸 잘 활용해야죠. 안그렇습니까? 인포매이션위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1이 SaaS를 쓸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있고 통합이나 유연성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거죠. 이것은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SW라이선스 모델을 신뢰한다는 뜻 아닙니까?
마크 베니오프: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이란 책을 좀 인용하겠습니다. 시장의 초기단계는 얼리어답터들에 의존합니다. 그러다가 메인스트림으로 넘어가려면 정체현상을 만나게 됩니다. 이걸 뛰어넘으면 메인스트림이 되는거죠. 지난 5년간 우리도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해왔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SaaS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적은 사람들만이 SaaS에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63%까지 늘어났어요. 몇년안에 이 수치는 80%까지 늘어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SaaS도 메인스트림 대접을 받게 되겠지요. 요즘은 세일즈포스닷컴 뿐만 아니라 MS, 오라클, SAP도 온디맨드가 미래라고 하지않습니까? SaaS 시장이 커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봐요.
스티브 발머: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MS는 SaaS가 아니라 S+S를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장님 말씀과는 선을 긋고 싶어지네요.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있습니다. MS, 오라클, SAP가운데 온디맨드에서 누가 가장 성공할 것으로 봅니까?
마크 베니오프: 듣기 거북하실지 모르겠지만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누가 잘할거같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할거같고 MS, 오라클, SAP에 대한 견해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들 업체는 지금까지 혁신보다는 캐시카우를 보호하는데 너무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SaaS 시장 진입이 너무 늦었어요. SAP는 이제 'A1S'로 SaaS 시장에 들어오려 하고 있습니다. 1년전 우리가 얘기했던 기술과 지금의 그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하겠지요. 원하시는 답변이 됐을지 모르겠네요.
스티브 발머: 세일즈포스닷컴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때 독자노선을 계속 걸을 수 있을까요? 대형 애플리케이션 업체가 인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대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크 베니오프: SAP에게 우리는 너무 큰 회사입니다. 다른 상대들은 말하기 좀 곤란합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매우 다른 회사라는 겁니다. 아주 독특하죠. 세일즈포스닷컴은 전통적인 SW업체와 DNA가 많이 다릅니다.
스티브 발머: 오라클 출신이잖아요? 오라클이 인수하겠다고 접촉한적이 있나요?
마크 베니오프: 코멘트 할 수 없습니다.
스티브 발머: 그러시군요. 짧지만 오늘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 것 같습니다. 세일즈포스닷컴도 계속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얘기가 앞으로 SaaS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구요. 그럴려면 사장님께서 자극적인 발언은 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크 베니오프: 생산적인 논쟁은 저도 찬성합니다. 앞으로 보다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자극적인 발언과 관련해서는 뭐라 말씀드리기가 그렇군요. 그래도 직접 말씀하시니 마음에 새겨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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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에릭 슈미트와 레이 오지간 가상대화에 이어 이번에는 스티브 발머와 마크 베니오프간 가상대화를 꾸며봤습니다. 인포매이션위크에서 별도로 작성한 기사를 적당히 버무린거구요. 일전에 올렸던 마크 베니오프의 스토리텔링 이야기도 포함시켰습니다. 원문에 충실하돼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좀 추가했습니다. 인포메이션위크 원문 기사는 링크로 걸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인포매이션위크 기사보기2(마크 베니오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