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올린 포스트들중 주제를 뽑아보니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와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RIA) 관련 내용이 가장 많았습니다. 두 키워드가 IT분야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이란 생각이 저로 하여금 약간의 호들갑까지 떨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SaaS는 SW생태계를, RIA는 인터넷 세상을 뒤흔들만한 잠재력을 갖췄다고 본거죠. 

SaaS와 RIA로 인한 변화는 이제 겨우 스타트를 끊었을 뿐입니다. 볼거리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시장은 초기단계고 업계 판도 역시 안개속입니다. 구경꾼 입장에서 SaaS와 RIA를 대형 변수로 대접하고 싶은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블로터닷넷 기획회의 장면을 살짝 말씀드리자면 SaaS는 제가 유독 관심을 보이는 편이고 RIA는 동료인 asadal과 eyeball이 모두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군요. 저는 SaaS와 RIA에 이어 또 하나의 테마를 주목해볼까 합니다. 바로 가상화입니다. 일단은 서버 가상화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버 가상화란 버추얼 머신을 이용해 서버 한대를 여러 대를 사용하는 것처럼 돌릴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서버 가동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게 장점인데, 이는 적은 서버를 갖고서도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비용을 절감할수 있겠죠? 서버수도 줄고 전기세도 아낄수 있으니까요. IDC 공간 절감까지 감안하면 가상화는 분명 총소유비용(TCO)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제가 가상화에 대해 다소 오버액션까지 하는 것은 단지 가상화가 제공하는 TCO 절감 효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언제 뜰 것인가?

첫번째는 한국에서 언제 가상화 바람이 불것이냐 하는 겁니다. 북미의 경우 서버 가상화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분야 전문 업체 VM웨어는 가상화 열풍을 등에 업고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업계에서 기록적인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06년 매출이 전년대비 80%나 늘어났고 지난 분기에도 90%가 넘은 성장를 보였습니다. IT시장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VM웨어 스토리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서도 가상화는 주목받는 이슈입니다. 그러나 호주나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성장세는 좀 더딘편이라는 군요. 바람몰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줄만한 상황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에 대해 VM웨어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서도 본사 수준의 성장은 하고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좀 느린감이 있다"면서 "마케팅을 강화하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좀 달라질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상화 솔루션 도입률에서 다른나라들에 비해 앞선것은 아니나 올해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될 것이란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공급 업체가 움직인다고 해서 시장이 따라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뜬다뜬다' 하는데도 실제로는 안뜨는 제품이 수두룩합니다. TCO 절감이란 확실한 효과가 있는데도 고객들은 요지부동인 시장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공급 업체들의 판단을 근거로 가상화SW가 올해 바람을 탈 수 있다고 낙관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SW진흥원 자료를 보니 가상화 SW기술은  앞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많아  고객들이 도입을 연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일리있는 말입니다. 조금더 기다리면 뛰어난 기술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고객들은 공급 업체 영업맨들에게 "좋기는 좋은데, 좀더 지켜봅시다"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말은 많고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 시추에이션이 벌어지게 되는거죠.

어째튼 서버가상화 1위 업체 VM웨어코리아는 2007년을 터닝포인트로 선언했습니다. 로드쇼도 열고 이번주에는 인텔, 한국IBM등과 사업 협력도 발표합니다.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았군요. 가상화 솔루션, 과연 올해 뜰 수 있을까요?

가상화, OS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가상화에 있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운영체제가 어떤 함수 관계를 맺느냐는 것입니다. 가상화SW를 쓰면 서버에서 OS 의존도를 낮출 수가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가상화가 확산될수록 OS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상화가 OS가 했던 역할을 일부 대신하기때문으로 보면 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미래와 연결시킬 수 있는 중량감있는 이슈가 아닙니까? 실제로 MS는 이미 VM웨어를 겨냥해 가상화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VM웨어를 '우선감시 업체 리스트'에 올려놨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VM웨어가 가상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이어나갈 경우 MS로선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OS만 갖고서는 VM웨어를 견제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MS가 가상화 영역에 전력을 증강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롱혼이 출시되고 나면 MS와 VM웨어의 경쟁 구도는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상화가 x86서버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됩니다. 얼마전 가상화SW가 확산돼 x86 서버 판매량이 줄었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를 올린적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득력있는 말입니다. 가상화를 쓰면 서버수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EMC는 왜 VM웨어를 인수했는가?

VM웨어의 모회사는 EMC입니다. 스토리지 업체가 서버 가상화SW를 인수한 것입니다. EMC와 VM웨어는 현재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류가 거의 없습니다.

궁금해집니다.  EMC는 VM웨어를 왜 인수한 것일까요?  2005년 6월 디지털타임스 보도에따르면 EMC는 VM웨어와 가상화 서버를 통해 스토리지 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무슨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버와 스토리지간 관계가 깊어진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EMC는 VM웨어를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의 연관성이 커지는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을 통해 서버 및 스토리지 전체 시장에서 지금보다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오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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