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5월17일 발표한 '유니버셜 서치'(Universal Search)를 보면 누구라도 '통합검색'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유니버셜 서치는 말 그대로 통합검색이다. 그렇지만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통합검색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유니버셜 서치는 한마디로 '구글스러운 통합검색'이라 하겠다.


구글의 유니버셜 서치는 이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뉴스, 동영상, 이미지, 지도와 책검색 결과 등을 한 페이지에 통합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구글 검색=웹검색'이란 등식에 익숙한 이용자에게는 낯설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이미 국내 포털사이트들은 통합검색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이효리'를 검색하면 이효리 홈페이지와 팬카페, 지식검색과 관련 블로그 글, 뉴스와 웹페이지 검색결과 등이 각각의 카테고리로 구분돼 펼쳐진다.


이런 통합검색은 한국 시장의 특수한 검색 경험이 낳은 결과다. 이 때문에 탄생부터 페이지랭크에 의해 자동화된 웹검색만 고집하는 구글이 한국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렇다면 구글은 유니버셜 서치 서비스를 계기로 웹검색에 대한 고집을 꺾고 '한국형 통합검색'으로 전향하려는 것일까.


아니다. 유니버셜 서치는 통합검색이되, 국내 포털식 통합검색은 아니다. 유니버셜 서치는 구글의 전문검색 서비스들을 한곳에 모아 보여주므로 분명 통합검색이다. 그렇지만 검색결과는 각각의 카테고리별로 구분되지 않고 한 페이지에 통합돼 나타난다. 즉 블로그, 동영상, 뉴스, 이미지, 웹페이지 등 카테고리별로 검색결과가 나뉘어 보여지는 게 아니라 각 카테고리별 검색결과가 하나의 페이지안에 자연스레 혼합돼 뜨는 식이다. 따라서 겉보기엔 기존 구글 웹검색과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구글 검색팀을 이끄는 매리샤 마이어 부사장은 유니버셜 서치의 철학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한다. "유니버셜 서치에 대한 구글의 비전은 모든 콘텐츠 소스를 통합 검색·비교하고 모든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순위를 매겨 통합된 단일 검색결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자신이 찾던 것을 정확히 제공받게 된다."


유니버셜 서치의 실제 모습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유니버셜 서치의 실체를 체험할 수 없다. 서비스를 정식으로 이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외국 블로거의 체험기를 간접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우선 바뀐 화면구성부터 살펴보자. 초기화면에 접속하면 바뀐 메뉴 위치와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검색창 바로 위에 붙어 있던 카테고리 메뉴들이 왼쪽 상단으로 이동했고, 'more' 버튼이 풀다운 메뉴(▼) 방식으로 강화됐다. 


기존 구글 메뉴
▲ 기존 구글 메뉴

유니버셜 서치 메뉴
▲ 유니버셜 서치 메뉴


구글은 이 새로운 방식의 'more' 버튼을 '구글 내비게이션 바'라고 부른다. 지금까지는 'more' 버튼을 누르면 구글 카테고리 페이지로 이동했다. 앞으로는 내비게이션 바를 이용해 구글의 다양한 전문 카테고리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구글 내비게이션 바
▲ 구글 내비게이션 바


구글은 사실 다양한 전문검색 서비스를 통합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다. '원박스'(OneBox) 말이다. 원박스는 구글 지도, 금융, 동영상, 뉴스 등의 검색결과를 초기화면 검색결과에 통합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는 국내 포털서비스가 제공하는 통합검색과 비슷해 보인다. 다만 국내의 통합검색처럼 카테고리 구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유니버셜 서치 또한 겉으로 봐서는 원박스의 통합검색과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엄격히 다른 서비스다. 원박스보다 한발 더 나아간, 보다 지능화되고 단순해진 서비스라 하겠다.


이런 식이다. 구글 초기화면에서 'bush'(부시)를 검색했다고 하자. 원박스는 이 경우 부시 대통령에 대한 뉴스 검색과 동영상, 이미지와 웹검색 등을 한 페이지에 모아 나열해준다. 통합검색이긴 한데, 그저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통합검색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세심하게 분류해주는 배려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메이어 부사장에 따르면 구글 검색결과에서 최상위에 노출되는 링크를 클릭하는 비율이 전체 검색결과 클릭수의 3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구글 검색품질팀은 최상위 검색결과를 가능한 한 이용자가 원하는 최상의 정보를 보여주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이어 부사장에 따르면 원박스 검색결과는 '투박한'(clunky) 편이라 종종 이용자의 의도에 최적화되지 않은 검색결과를 최상위에 띄워주곤 한다는 설명이다.


유니버셜 서치는 이런 원박스의 약점을 '혼합'(blending)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유니버셜 서치는 구글 전문검색 결과들를 두루 모은 다음, 각 결과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보다 개연성 높은 결과를 최상위에 띄운다. 그래서 'bush'로 검색했을 때도 조지 부시 대통령 뉴스 뿐 아니라 부시 관련 위키피디아 정보, 백악관 홈페이지, 부시 관련 뉴스나 이미지 등이 첫화면에 골고루 섞여 나열된다. 이용자는 첫 화면에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 클릭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각 전문검색 결과가 그대로 링크되는 게 아니라 재가공된다는 점이다. 'bush' 검색결과 화면을 보면 원박스 검색결과가 부시 관련 뉴스 검색 결과를 그대로 링크한 반면, 유니버셜 서치 검색결과는 통합검색 페이지에 맞게 가공되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미지나 동영상, 뉴스 및 책검색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구글의 기본 서비스인 웹검색조차도 유니버셜 서치에선 검색결과 페이지를 구성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원박스 검색결과1
▲ 원박스 검색결과1

유니버셜 서치 검색결과1
▲ 유니버셜 서치 검색결과1


그렇다면 왜 구글은 원박스 대신 굳이 유니버셜 서치라는 혼합된 검색서비스를 들고 나왔을까. 이는 첫 결과화면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글 검색결과는 대개 10개의 검색결과를 한 페이지에 보여준다. 그런데 원박스는 검색어에 대한 특정 검색결과를 (비록 탭은 숨겨두었지만) 카테고리별로 모아 보여주다보니, 해당 검색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첫 페이지에 골고루 보여주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예컨대 '버지니아 공대'를 누군가 검색했다고 치자. 구글 원박스는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을 다룬 뉴스를 첫 화면에 집중 뿌려준다. 그것이 사람들의 관심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공대 홈페이지나 지도, 동영상 등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다보면 누군가는 첫 페이지에서 원하는 검색결과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유니버셜 서치는 이런 구글의 다양한 전문검색을 뒤섞고 재가공해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 최대한 골고루 보여주려는 모습이다. 그래서 어떤 의도로 검색어를 입력했든 원하는 결과를 되도록 첫 페이지에서 한번에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유니버셜 서치의 목적으로 보인다.


"우리의 목적은 언제나 이용자가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검색 경험을 즐기도록 하는 데 있다." 매리샤 메이어 구글 부사장의 말은 유니버셜 서치의 탄생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원박스 검색결과2
▲ 원박스 검색결과2

유니버셜 서치 검색결과2
▲ 유니버셜 서치 검색결과2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원박스가 뉴스나 지도, 동영상이나 책검색 등의 전문검색 결과를 단순히 모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유니버셜 서치는 각 전문검색 결과들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정렬해 통합된 하나의 검색결과 페이지로 재가공해주는 방식이라 하겠다. 


구글의 유니버셜 서치가 국내 검색시장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에선 이미 '한국형 통합검색'이 자리를 잡은 상태다. 네이버나 다음 등은 통합검색 결과를 블로그, 카페, 뉴스, 지도, 웹검색처럼 카테고리별로 구분해 보여준다. 구글 유니버셜 서치는 이를 섞어 하나의 페이지로 보여준다. 카테고리별로 나눠 보여줄 경우 이용자는 검색 결과에서 자신의 의도에 맞는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검색결과에 사람의 손길이 개입돼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담당자가 일일이 카테고리를 구분해주고 결과를 짜깁기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구글은 이를 분석기술로 대체하려 한다. 하나의 페이지 안에 여러 카테고리 검색결과를 보여주되, 기술적으로 연관성을 분석해 재가공해주는 것이다.


다시 '버지니아 공대'를 예로 들어보자. 네이버나 다음이라면 버지니아 공대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검색과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을 다룬 뉴스가 각각 지도와 뉴스 카테고리로 나뉘어 뜬다. 이용자가 대학 위치를 알기 위해 검색했다면 지도 카테고리를 누르고, 총격사건 뉴스가 궁금했다면 뉴스 페이지로 들어가면 된다. 구글은 이를 혼합해 보여준다. '버지니아 공대'를 입력하면 대학 관련 뉴스, 웹사이트 정보, 지도와 이미지 등이 자체 분석결과에 따라 한 페이지 안에 혼합돼 뜨는 식이다. 검색결과에 사람이 개입하는 일을 최소화하는 대신, 이용자의 의도에 최대한 가까운 검색결과를 기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어떤 방식이 옳은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통합검색에 익숙한 국내 이용자로선 구글의 유니버셜 서치가 오히려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구글로선 적어도 한국시장에서는 토종 포털과 경쟁할 자신만의 카드를 확보한 셈이다. 구글코리아가 본격 가동된 지금, 유니버셜 서치는 통합검색에 중독된 한국 이용자의 입맛을 맞추면서 구글의 본래 색깔을 더욱 강화한 '구글스러운 통합검색'이라 하겠다.


구글 웹검색은 페이지랭크에 따라 웹페이지 검색결과만 자동 정렬해 보여줬다. 원박스가 도입되면서 카테고리 탭을 숨기는 방식으로 다양한 전문 카테고리 검색결과를 모아 보여주는 통합검색으로 진화했다. 이제 유니버셜 서치는 카테고리 탭을 아예 섞어버렸다. 유니버셜 서치는 말 그대로 검색결과를 한 페이지에 '혼합'해 보여주는 검색이라 하겠다. 

이미지=서치 엔진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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