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픈소스SW 생태계의 문제점중 하나는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픈소스의 대명사격인 GNU/리눅스(이하 리눅스) 프로젝트에도 국내 개발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는 얘기를 기자는 들어본적이 없다. 정부가 추진한 공개SW 육성 정책은 수요 창출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개발자 커뮤니티 육성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참여가 중요한 요소인 오픈소스SW에서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참여폭이 적다는 것은 국내 상황이 반영되는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언권 없이 단순히 오픈소스SW를 쓰기만 하는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발자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국 개발자들은 프로그래밍 실력에 있어 다른 나라에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각종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가 저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우리나라는 오픈소스SW를 해서는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는 것이다. 현업이 바쁘다보니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력이 부족하고 오픈소스SW만 하려하니 앞날이 캄캄한 실정이다.
또 하나는 언어 문제. 상당수 개발자들이 영어에 부담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개발자 커뮤니티가 취약한 오픈소스SW 생태계는 어딘가 허전한게 사실이다.
반면 영어권 국가들은 오픈소스SW로 먹고사는 개발자들이 많다. 레드햇만 해도 커뮤니티 활동만으로 월급받는 개발자들이 다수 활동중이다. 이들이 오픈소스 커뮤니티내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가운데 7일 방한한 매튜 슐릭 레드햇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오픈소스SW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얘기를 쏟아냈다.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레드햇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본사 차원에서 한국 투자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듯 하다. 지사 인원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란 냄새도 강하게 풍겨나왔다.
알다시피 레드햇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다. 전세계 상업용 리눅스 시장에서 8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매년 40% 가량의 매출 성장도 이루고 있다. 오픈소스 SW업체로는 유일하게 나스닥에 상장된 업체이기도 하다. 이런 레드햇이 투자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 오픈소스 SW 생태계에 보다 깊이 발을 담그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투자가 어떤식으로 이뤄질지 감히 잘 잡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구경꾼 입장에서 희망사항은 있다. 레드햇이 국내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 활성화에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아가는 분위기도 괜찮다. 최근들어 NHN, 다음, 엠파스 등 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부쩍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NHN의 경우 지난 3월 오픈소스 게시판인 '제로보드'를 인수, 개발자인 고영수씨에게 제로보드 개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소스SW만 해서 먹고살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레드햇이 가세한다면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레드햇이 국내 포털들과 힘을 합쳐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원 캠페인을 펼치는 그림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레드햇 입장에서도 손해볼게 없는 장사가 아닐까? 한국 오픈소스SW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 슐릭 회장의 간담회 후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몇자 끄적거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