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듣는 것, 기조연설(Keynotes) 및 세션을 듣는 것, 토론 하는 것 중 뭐가 제일 부담스러우신가요? 저는 토론이 제일 부담 스럽습니다. 답이 너무 뻔한 질문인가요?

저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론에 약한 것 같습니다.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과도 일맥 상통할까요? 해외에서 세션을 듣다보면, 가장 눈에 띄고 인상적인 풍경은 스피커가 40-50분 발표하면 적어도 10분 정도의 발표시간을 주는데, 그때 스피커와 청중 사이에는 꼭 스탠드 마이크가 놓이고 그 마이크 앞에 우르르 줄을 서서 질문하려는 서양친구들을 보는 것 입니다.

질문, 토론, 왜, 도대체 잘하지 못할까요? 아니 왜 하지 않을까요?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생각이 다른 또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 사람을 통해 나의 생각을 다듬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함에도 내 의견에 반대를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감정적으로 돌변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됩니다. 한 방송국의 사학법 논란에 대한 토론을 보면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수 성향의 패널 2명과 개혁 성향의 패널 2명 사이의 토론에서 보수측 교수 1명이 진보측 교수 1명을 인신공격으로 점철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토론은 누구의 생각은 맞고, 누구는 맞지 않는 OX 문제가 아닙니다. 토론을 지켜보는 사람들, 또는 당사자들이 여러 의견 중 가장 타당한 의견으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과정임을 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됩니다.

둘째, 저의 어린시절로 돌아가보니 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왜요'라고 질문하면, '원래 그래', '조그만게 뭐 그리 궁금한게 많아',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질문하면 칭찬하는 분위기보다는 귀찮게 뭘 그런걸 묻니, 좋은 질문이라고 격려하지 않고, 엉뚱한 걸 묻는다고 구박받은 경험이 떠오르더군요.

셋째, 연장자의 의견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장유유서'라는 삼강오륜이 한 원인이라고 할까요. 어른의 의견을 반박하면 안될 것 같은, 마음 한편의 불편함, 일단 '네'라고 수긍하는 마음이 있는 거고 이러면 새로운 의견 개진은 물건너 가는 거죠. 

간단히 정리하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가정 및 학교에서 아이의 질문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 및 윽박지르지 않는 태도, 윗사람의 견해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의사결정을 현명하게 하려는 노력 등이 우리가 질문, 토론에 보다 더 익숙해질 수 있는 작은 노력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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